
일본, 자동차 강국인데 의외로 ‘안 타는 나라’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 강국인 일본은 토요타·혼다·닛산 같은 브랜드로 유명하지만, 정작 자국 운전자의 평균 연간 주행거리는 약 6,000km 수준에 그친다는 분석이 반복해서 나온다. 한국 운전자 평균이 1만2,000~1만4,000km 선인 점을 감안하면, 체감상 절반 정도밖에 차를 쓰지 않는 셈이다. ‘자동차 왕국’에서 이런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는 배경에는, 우리 기준으로 보면 꽤 ‘소름 돋는’ 세 가지 구조적 이유가 숨어 있다.

이유 1. “도쿄–오사카 왕복에 28만 원” 세계 최고 수준 통행료
일본 고속도로 통행료는 한국과 비교해도 매우 비싼 편으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자주 언급된다. 도쿄에서 오사카까지 약 500km 구간을 승용차로 왕복하면, 일반 톨 요금 기준으로 총 2만엔 안팎, 우리 돈으로 20만~30만 원대에 이르는 사례가 흔하다. 같은 구간을 신칸센으로 이동하면 소요 시간은 2시간 30분 남짓이고, 왕복 요금도 특가·패스를 활용하면 비슷하거나 더 저렴한 수준이라 “장거리를 차로 가는 건 돈·시간·피로도 모두 손해”라는 인식이 강하다. 결과적으로 일본에서는 장거리 이동 수단으로 차가 아닌 철도를 선택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

이유 2. “무료 주차가 없다시피 한 나라”
도시에 도착해도 문제는 이어진다. 일본 대도시는 시간당 요금을 받는 코인주차장이 일반적이고, 대형 마트·상점도 일정 시간 이상 무료 주차를 제공하지 않거나, 영수증·구매액과 연계해 부분 면제하는 방식이 많다. 도쿄·오사카 같은 중심부에서는 시간당 수천 엔(우리 돈 수천 원~1만 원대)의 주차료가 드는 곳도 적지 않아, “밥값보다 주차비가 더 나왔다”는 불만이 나올 정도다. 주차장 확보 의무(주차장 증명제)와 토지가격·임대료까지 고려하면, 도심에 차를 가져오는 것 자체가 큰 비용을 동반하니, 대중교통이 잘 갖춰진 일본에서는 굳이 차를 끌고 나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 3. ‘660cc 경차 왕국’이 만든 주행 패턴
일본 승용차 등록의 상당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배기량 660cc 미만 경차(경자동차·케이카)다. 세금·보험·통행료·주차비에서 각종 혜택을 받는 대신, 차체가 작고 출력이 낮아 고속도로 장거리 주행에는 피로와 소음, 안정성 면에서 한계를 느끼기 쉽다. 일본의 도로·도시 구조가 원래부터 ‘짧은 이동·생활권 내 이동’ 위주로 설계되어 있고, 경차는 골목길·근거리 장보기·아이 등·하교 같은 용도에 최적화되어 있다. 자연스럽게 “출퇴근·생활 반경 내 짧은 이동만 차로 하고, 장거리 이동은 열차·버스를 탄다”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1인당 연간 주행거리 자체가 줄어든다.

철도·대중교통이 ‘자동차를 이긴’ 나라
여기에 일본 특유의 고밀도 철도망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신칸센은 대도시간 이동을, JR·사철·지하철·노면전차는 도시·근교 이동을 촘촘히 담당하고, 회사가 통근定期券(정기권)을 지원하는 문화까지 더해져 “출퇴근은 당연히 전철”이라는 인식이 형성됐다. 한국처럼 지하철이 닿지 않는 외곽·신도시 출퇴근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고, 그마저도 버스·철도로 상당 부분 흡수되다 보니, 직장·학교·생활 편의시설을 모두 차로 해결해야 하는 한국과는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6,000km’가 만든 중고차 문화의 차이
주행거리가 짧다 보니, 일본에서는 10만km가 넘는 중고차는 거의 “수명 끝난 차”로 취급된다. 연간 6,000km 기준으로 보면 10만km는 16~17년치 주행량에 해당하기 때문에, 같은 10만km라도 연간 1만5,000km 이상을 타는 한국 기준보다 훨씬 ‘혹사한 차’라는 인식이 강한 것이다. 실제로 일본 중고차 경매장에서는 5만km를 넘기면 매물이 급감하고, 10만km 이상 차량은 내수보다 해외 수출용으로 돌려지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도 있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10만km 중고차가 흔하고, 15만km 이상도 거래되는 문화라, 같은 숫자라도 받아들이는 감각 자체가 다르다.

일본인이 한국식 ‘드라이브 문화’를 신기해하는 이유
일본 소개 콘텐츠에서는, 한국인이 주말마다 수백 km를 달려 카페·맛집·관광지를 찾는 모습을 “이해하기 힘든 문화”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본인 입장에서는 고속도로 통행료·주차비·연료비를 모두 합치면 하루 나들이 비용이 과도하게 느껴지고, 열차 여행이 훨씬 싸고 편하다는 경험이 몸에 밴 탓이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KTX·SRT 요금과 고속도로·유류비가 어느 정도 경쟁 관계에 있어, 인원 수·짐·동선에 따라 “차가 더 경제적이거나 자유롭다”는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를 “잘 만들어서 안 쓰는” 독특한 구조
정리하면, 일본인이 1년에 6,000km밖에 차를 타지 않는 이유는 ‘차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 주차가 거의 없는 도시 구조
경차 중심의 근거리 이동 문화와, 전국을 덮는 철도망
이 세 가지가 겹친 결과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교통·도시·비용 구조 속에서, 일본인은 ‘자동차를 만드는 나라’이면서도 ‘자동차를 많이 타지 않는 나라’라는 독특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