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나를” 의심되면 그게 정답…“설마 나를” 착각은 곧장 비극

외모지상주의 풍토에 AI 신기술 결합된 신종사기…타인 사칭해 호감 쌓은 후 금전 요구
[사진=AI이미지/MS bing]

최근 특정 인물의 얼굴 등을 영상이나 사진에 합성하는 ‘딥페이크’가 사회적 화두로 부상한 가운데 이를 활용한 범죄 행위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SNS 등으로 이성에게 접근해 연애를 미끼로 금전을 요구하는 이른바 ‘로맨스 스캠’은 타인에게 심리적·경제적 피해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상당히 죄질이 나쁜 ‘악질범죄’로 분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겉으로 보여지는 부분을 중요시 하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가 결국 신종 범죄를 낳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직접 만나지도 않고 흔쾌히 금전을 건넬 정도로 우리 사회에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해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로맨스 스캠’의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각자가 외모중시 풍토를 경계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예쁜 여자, 잘생긴 남자의 갑작스런 접근, 무심코 받아 줬다간 마음·돈 몽땅 뺏기기 십상

A씨는 지난 3월 인스타그램의 다이렉트 메시지(DM)를 통해 일면식 없는 일본인 여성 B씨를 만났다. B씨는 A씨가 올린 게시물을 보고 마음에 들었다며 호감을 표시했다. 이후 A씨가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댓글을 남기는 등 꾸준히 A씨의 주변을 맴돌았다. 수일간 이어진 B씨의 호감 표시에 마침내 둘은 연락을 시작했다.

▲ 서울 청계천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한 연인. [사진=뉴시스]

A씨와 B씨는 꾸준히 연락을 하는 사이가 됐고 마침내 얼굴 한 번 보지 않은 채로 교제를 하게 됐다. 그런데 교제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 B씨는 한국에 의류 물품을 납품하는 동업자에게 돈을 급하게 보내려고 하는데 일본이라 그런지 전송이 원활하지 않다며 대리 송금을 요구했다. A씨는 얼굴만 보지 않았을 뿐이지 연인사이였고 몇 달 째 연락을 꾸준히 했다는 신뢰감에 8000만원 가량의 돈을 동업자에게 송금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돈을 송금한 뒤 A씨에 대한 B씨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연락 빈도수가 현저하게 줄고 A씨가 따져 물으면 원래 일본인은 연락을 잘 안 본다는 등의 변명을 일삼았다. 이후 사업 준비로 정신없다는 말과 함께 몇 주 동안 연락이 끊겼고 마침내 B씨의 계정은 사라졌다.

27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통계 집계를 시작한 ‘로맨스 스캠’ 범죄는 지난 7월까지 6개월간 총 791건 발생했다. 이 기간 피해 규모는 총 502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달 피해 건수는 163건으로 2월(66건)에 비해 2배 넘게 급증했다.

로맨스 스캠은 연인관계를 형성할 것처럼 위장해 이성에게 접근해 친분과 신뢰를 쌓은 후 상대의 마음을 이용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사기 행위다. 과거에는 대다수가 실제 만남을 통해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인스타그램, 데이팅 앱 등 SNS를 통해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온라인 상에서만 존재하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타인의 환심을 사고 금품을 얻어내는 식이다. 대부분의 가상 인물은 능력이나 외모, 조건이 완벽에 가깝다.

▲ 로맨스 스캠 제보 관련 인스타그램 대화창. ⓒ르데스크

이성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내는 로맨스 스캠 범죄는 갈수록 치밀해지고 있다. 이성에게 호감을 얻으며 친밀한 관계를 만든 후 피해자들을 심리적으로 지배해 금품을 갈취하는 ‘그루밍(길들이기) 수법’이 고도화되고 있다. 그 결과 금융 피해를 입었음에도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로맨스 스캠’은 범죄 대상이 불특정 다수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누구나 피해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직장인 김승수 씨(29·남)는 “인스타그램에 예쁜 여성들이 종종 ‘피드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연락했어요’ 등의 메시지를 보낼 때가 많은데 대부분 ‘혹’ 할 정도로 외모가 뛰어나다”며 “만나는 사람이 있거나 하면 그냥 무시 해버리겠지만 간혹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당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로맨스 스캠’은 첨단 기술과 사회적 분위기를 동시에 이용한 고도의 사기 행위라고 입을 모았다. 외모지상주의에 열광하는 심리를 딥페이크 기술로 교묘히 파고들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중반에 태어난 MZ 세대 10명 중 4명은 외모를 스펙으로 생각해 성형 수술이나 시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진혁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로맨스 스캠은 사랑이라는 인간의 감정을 볼모로 잡은 사기 수법이다”며 “범죄를 저지르는데 외모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딥페이크를 악용한 사례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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