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려고 마시나요? 즐기려 마시죠”...바뀌는 2030 주류 소비 문화

이서현 기자 2026. 5. 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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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출고량 2년 연속 ‘뚝’…도내 간이·호프주점 매장 10%↓
2030세대 절주·금주 문화 …전문가 “음주도 취향소비로 변모”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한 일러스트. 경기일보AI 이미지


“누가 요즘 부어라 마셔라해요. 회식에서도 술을 강요하는 분위기는 없고, 안 마시는 사람도 많아요.”

성남시 직장인 김씨(31)는 “좋아하는 술을 조금씩 즐기는 게 더 좋다”며 “취향에 맞는 와인을 사서 집에서 혼술을 하거나, 친구들과 술집에 가도 맛이나 분위기를 함께 경험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도내 대학생 박씨(23)도 “학교에서 단체로 호프집을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술은 거의 안마시는 분위기”라면서 “밥만 먹고 헤어지거나, 2차로 카페를 가는 게 더 흔하다”고 털어놨다.

3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30 주류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과거 ‘부어라 마셔라’식 폭음 문화에서 벗어나 개인의 취향을 중요시하는 분위기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음주량 보다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마시느냐’가 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주류 소비는 해마다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주류 총 출고량은 2022년 326만8천623kL에서 2023년 323만7천36kL, 2024년 315만1,371kL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상권의 변화도 함께 감지된다. 과거 단체 회식 중심으로 운영되던 소주·맥주 위주의 일반 주점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전국 간이주점 및 호프주점 매장 수는 2만 8천443곳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줄었다. 같은 기간 도내 간이주점 및 호프주점 매장 수는 1천799곳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0.36% 감소했다.

이러한 변화는 주 소비층인 2030세대가 건강과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술을 반드시 마셔야 한다는 인식이 옅어지면서, 알코올 섭취를 줄이거나 하지 않는 ‘소버라이프(Sober Life)’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무·저알코올 음료의 확산과 맞물려 ‘취하지 않아도 즐기는’ 문화가 퍼지는 모습이다. 시장조사 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논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2021년 415억원에서 2023년 644억원으로 2년 만에 55.2% 성장했다. 2027년에는 946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무·저알코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음주 방식도 ‘혼술’이나 ‘홈파티’ 등 개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오프라인 주점들은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음주 문화 전반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본다. 술을 ‘취하기 위해’ 마시던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의 취향과 건강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 교수는 “2030세대들은 집단 중심 문화보다 개인의 취향과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음주 역시 관계 유지의 수단에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흐름이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앞으로는 술의 양보다 질, 그리고 술을 둘러싼 공간과 경험이 더 중요한 소비 요소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혼술 문화 확산과 함께 무알코올 음료, 와인, 위스키 등 취향 중심 소비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서현 기자 sunshin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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