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희귀 한자 이름 제한은 합리적”… 작명 자유보다 행정 안정성
헌재 5대4 합헌… “통상 사용 한자 제한 필요”
재판관 4명은 “이름 지을 자유 과도하게 침해” 반대 의견

부모가 자녀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를 약 9000자로 제한한 현행 제도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9일 김모씨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 제3항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자녀 이름에 한글 또는 '통상 사용되는 한자'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통상 사용되는 한자는 대법원 규칙으로 정한 '인명용 한자'를 뜻한다.
사건은 출생신고 과정에서 시작됐다. 청구인 김씨는 2023년 2월 태어난 딸 이름에 '예쁠 래(婡)' 자를 사용하려 했지만, 해당 글자가 인명용 한자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민센터에서 등록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결국 한자 표기를 포기하고 한글 이름으로만 출생신고를 한 김씨는 "이름에 사용할 한자를 제한하는 것은 부모의 기본권 침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현행 규정상 가족관계등록부에는 대법원 규칙이 정한 인명용 한자만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인명용 한자는 총 9389자로, 교육용 기초 한자와 동자·속자·약자 등이 포함돼 있다. 이는 중국(약 3500자), 일본(2999자)보다 많은 수준이지만 전체 한자 수와 비교하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헌재는 이 같은 제한이 과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는 이름은 자녀가 사회적 생활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기초가 된다"며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실제로 읽고 사용하는 문자로 등록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자는 숫자가 방대하고 범위가 불분명한 특성이 있어 가족관계등록 전산 시스템에 이름을 등록하려면 '통상 사용되는 한자'의 범위를 미리 정해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또 "인명용 한자 범위는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고, 개명이나 출생신고 추후보완신고를 통해 새로 추가된 한자를 사용할 수 있는 구제 수단도 존재한다"며 기본권 제한 정도가 크지 않다고 봤다. 실제 인명용 한자는 1990년 제도 도입 당시 2731자에서 현재 9389자까지 늘어났다.
헌재는 2016년에도 같은 취지의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는데, 이번에도 기존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고대 문헌에만 등장하거나 외국에서만 사용되는 한자 등 우리 사회에서 통상 사용된다고 보기 어려운 한자를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 규율"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정정미·김복형·마은혁·오영준 재판관 등 4명은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이름은 개인의 정체성을 집약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라며 "이름의 결정과 사용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모가 자녀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행위는 자녀를 가족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출발점"이라며 "자녀의 복리에 반하지 않는 한 부모는 원하는 한자를 자유롭게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또 "오늘날 이름의 한자가 개인 식별을 위해 단독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어려운 한자를 이름에 등록하지 못하게 한다고 해서 국민 편의 증진이나 안정적인 법률관계 형성에 크게 기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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