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 목 찔린 경찰 "서장은 '과잉대응' 질타" 알고보니…

A경관이 현장에 출동했다가 흉기에 찔린 상태에서 범인 제압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모습. /사진=블라인드 갈무리

현장에서 흉기에 찔려 목을 다쳤음에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독박' 근무했다는 폭로를 한 경찰관이 당시 상황 보고도 제대로 되지 않은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1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경찰청 게시판에는 '부산경찰 살인미수 2번째 이야기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경찰관 A씨는 "많은 관심 감사하다"며 "육체적으로는 흉터 빼고 건강한데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함께 일했던 동료에게 많은 연락을 받았다. 그러다 한 동료로부터 피해 당일 서장이 한 말을 듣게 됐는데 너무 화나 눈앞이 멍해졌다"며 "그날 서장은 '피해자도 없는데 테이저건 어쩌고 과잉 대응했다. 상습신고자인데 현장에서 빨리 안 벗어나고 밖에 새어나가지 않도록 해라'는 내용의 말을 했다더라"고 분노했다.

A씨는 서장을 찾아가 실제 저런 말을 했는지 물었고 "맞다"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너무 화가 났지만 뭔가 문제가 있었을 거란 생각에 서장에게 당시 상황과 진단 내용을 모두 보고 했다"며 "알고 보니 서장은 부상이 1㎝ 정도의 가벼운 찰과상으로 알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팀장부터 위로 보고 라인이 있는데 내용이 이렇게 전달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심지어 형사계에 상해진단서 제출하고 다친 부위 사진도 보내줬는데 아무도 서장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집으로 오는데 마음이 개운하다기보다는 씁쓸했다"며 "맨날 보고 강조하면서 정작 중요한 보고는 결략, 무관심"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6일 오전 5시쯤 부산 북구 한 아파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A씨는 동료와 함께 현장에 출동했다. 당시 위협적인 태도를 보인 집주인 B씨에 A씨는 테이저건으로 제압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흉기에 찔리고 말았다.

다친 와중에도 동료와 집주인을 검거한 A씨는 새벽 시간대라 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한 채 상처 부위에 붕대만 감고 지구대로 복귀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치료하러 가지 못했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인 '킥스(KICS)'에 사건과 관련한 기본적인 내용조차 입력이 안 돼 있는 데다 진술조서를 작성하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지구대에는 A씨를 포함해 모두 경찰관 5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A씨는 혼자서 서류 작업을 마치고 피의자를 관할 경찰서에 인계한 후에야 퇴근할 수 있었다. 이후 성형외과를 찾아 다친 부위를 수술받은 그는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한편, B씨는 지난 15일 살인미수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범행 당시 B씨는 음주를 하거나 마약 투약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박효주 기자 ap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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