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추천 여행지

여름이면 한껏 기세를 올리는 초록빛 사이로 붉고 연분홍 빛이 조용히 고개를 내민다. 7월, 남녘 사찰에 피어나는 꽃은 그 자체로 여름의 절정을 알린다.
형형색색의 꽃이 화려하게 만개하는 계절이지만, 표충사에서 만나는 상사화와 배롱나무는 유독 고요하고도 단아한 느낌을 준다.
경남 밀양 재약산 기슭, 높이 1,189m의 명산 자락에 자리 잡은 이 사찰은 그저 경관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역사와 정신, 전통과 자연이 한 자리에 머무는 곳에서 꽃이 피어나는 순간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하나의 서사로 다가온다.

붉은빛 상사화는 땅을 뚫고 솟아오른 듯 선명하고, 배롱나무는 오래된 세월을 품은 채 연분홍 꽃을 흩뿌린다. 이 두 꽃이 어우러지는 시기는 짧지만 그 인상은 깊고 오래간다.
사찰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유의 정적 속에서 꽃은 더더욱 선명하게 피어난다. 오래된 기와와 나무, 붉은 꽃 사이를 걷다 보면 시간도 발걸음도 느려지는 듯하다.
눈이 아닌 마음에 남는 여름 풍경을 만나고 싶다면 밀양시 ‘표충사’로 떠나보자.
표충사
“여름에 한층 더 아름다워지는 신비한 사찰, 꽃길 걷고 싶은 날엔 무조건 여기!”

경상남도 밀양시 단장면 표충로 1338에 위치한 ‘표충사’는 영남알프스로 불리는 재약산 자락에 자리한 사찰로, 7월이 되면 상사화와 배롱나무가 어우러져 독특한 여름 경관을 자아낸다.
단순히 꽃이 예쁜 사찰로 보기엔 아까운 이곳은 불교와 유교의 정신이 함께 깃든 특이한 구조와 깊은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표충사는 신라 무열왕 원년인 654년 원효대사가 창건해 처음에는 죽림사라 불렸다. 이후 신라 흥덕왕 때 영정사로 불리다 1839년, 임진왜란 당시 승병을 이끌고 나라를 지킨 서산대사, 사명대사, 기허대사를 모신 표충사당이 이곳으로 옮겨오며 현재의 이름인 표충사가 되었다.
이처럼 이름의 변화에는 시대의 흐름과 역사적 의미가 깃들어 있다.

고려시대에는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국사를 포함한 여러 고승이 머무르며 선풍을 일으켰고, 조선 후기에는 사명대사의 8세 법손인 월파당 천유가 전국의 승풍과 규율을 관리하는 규정소를 설치하며 사찰로서의 위상을 굳혔다.
근대에는 조계종 종정을 지낸 효봉선사가 주석하며 사찰의 역사에 또 한 장을 더했다. 이처럼 표충사는 시대마다 각기 다른 역할과 정신을 이어오며 명찰로서의 위엄을 지켜왔다.
그런 표충사가 7월이 되면 전혀 다른 색으로 물든다. 사찰 경내 곳곳에 배롱나무가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붉은 상사화가 줄지어 모습을 드러낸다. 땀이 맺히는 여름이지만, 이 풍경 앞에서는 누구나 잠시 걸음을 멈춘다.
붉고 연한 빛들이 고요한 사찰 풍경과 맞닿으며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차분하면서도 인상 깊다.

표충사 관람료는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500원이며, 주차 요금은 대형 차량 5,000원, 소형 차량 2,000원이다.
짧은 여름,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역사, 사색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조용한 여름의 진면목을 마주할 수 있다.
표충사의 상사화와 배롱나무는 단지 꽃이 아니라, 오랜 시간과 이야기를 머금은 공간의 일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