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순익, 금리 변동에 '초민감'…보험硏 "3% 미만 시 생손보 모두 손실"[현장+]

1일 노건엽 보험연구원 금융제도연구실장이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빌딩에서 '신회계제도(IFRS17) & 신지급여력제도(K-ICS) 주요 내용과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준한 기자

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은 새 회계제도(IFRS17)보다 금리 변동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금리 기조 때 판매된 금리확정형 상품이 저금리 구간에서 역마진을 유발, 보험사 손실을 가중시키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1일 노건엽 보험연구원 금융제도연구실장은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빌딩에서 생명보험협회 주최로 열린 '신회계제도(IFRS17) & 신지급여력제도(K-ICS) 주요 내용과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보험사의 이익은 회계제도보다는 금리 흐름에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고 밝혔다.

국고채 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만기 10년 기준 국고채 금리는 2000년 7.20%에서 2009년 5.39%를 기록한 이후 줄곧 5%를 넘지 못했다. IFRS17 도입 준비가 한창이던 2019년 8월에는 1.17%까지 떨어진 바 있다.

노 실장은 "이 시기에는 IFRS17을 도입하면 보험사가 줄줄이 망할 것이라고 했던 시절"이라며 "하지만 도입직전에 금리가 3%대까지 증가하며 오히려 보험사의 이익과 자본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보험사의 영업 환경이 녹록지 않았던 것과 관련, 노 실장은 국고채 금리 추이를 들어 설명했다. 2022년 3.73%를 기록한 이후 2023년 3.18%, 지난해 2.86%까지 금리가 계속 하락했기 때문이다. 올해 5월 기준 지난해 말보다 더 하락한 2.79%로 집계돼 올해 역시 보험사의 순익 증가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이처럼 보험사의 순익은 금리 흐름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2017년 이후 금리 하락기에는 생보사 전체 순익이 4조원대에서 3조1000억원으로, 손보사의 경우 3조3000억원에서 2조2000억원으로 각각 줄었다.

반면 2023년에는 생보사 전체 순익은 5조6000억원, 손보사는 8조5000억원을 나타냈다. 이 때는 금리가 2~3%대로 회복되던 시기였다.

특히 생보사는 7% 이상의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금리 하락 시 부채가 급증한다. 2015년 말 기준 생보사의 보험료적립금(총 486조원) 중 금리확정형이 212조원에 달했고 이 가운데 7%대가 80조원, 8%대가 13조원에 이른다.

손보사는 생보사에 비해 금리확정형 비중은 적지만 국고채 금리가 3% 미만으로 내려가면 '역마진'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손보사의 보험료적립금 137조원 중 122조원은 금리연동형이지만 3~4%대 확정형도 12조원에 이른다.

노 실장은 "보험사에서 판매한 금리 확정형 상품 상당수가 3%대에 몰려있다"며 "해당 계약은 유지율도 높아 금리가 하락하면 시가 평가에 따라 손실로 반영된다"고 말했다. 이어 "손보사는 생보사에 비하면 고금리 상품이 적은 편이지만 저금리가 이어지면 (손실 반영이) 예외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노 실장은 IFRS17에 관해서도 언급했는데, 회계정보의 목적적합성과 비교가능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25년동안 진행된 국제적인 프로젝트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논의된 프로젝트는 찾기 힘들다"며 "은행과 달리 보험업은 나라가 처한 상황에 맞게 상품이 발전해 전 세계가 똑같이 규제를 만들어나가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만 이 제도를 갑자기 시행해 혼란을 부추겼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선을 그었다. 노 실장은 "국내에서도 IFRS17 도입을 위해 금융당국 주도 하에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에 걸쳐 준비했으며, 회계기준이 있는 169개국 중 148개국이 상장기업 및 금융기관 또는 대부분의 기업에 의무 적용하는 중"이라며 "지난해 인도네시아, 태국, 캄보디아, 스리랑카를 비롯해 올해는 대만까지 아시아에서도 IFRS17을 도입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 실장은 IFRS17이 단순히 복잡한 제도가 아니라 계약자가 미래에 받을 보험금에 맞춰 현재 얼만큼 준비해야 하는지를, 시장 조건에 맞춰 평가하는 방식이라고 부연했다. 과거 '원가' 기준에서 현행 '시가' 기준으로의 전환일 뿐이라는 것이다.

금리에 대한 과도한 민감성을 지적한 노 실장은 듀레이션 갭 관리로 리스크 완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보장성 중심 장기계약이 늘었지만 자산은 단기자산 위주로 운용돼 듀레이션 갭이 크다"며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 갭이 차이나면 금리가 조금만 변해도 자본 등락폭의 편차가 커져 자본 충격으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박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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