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확대 VS 맞춤형 콘텐츠…SPA 브랜드 승자는

김지우 2024. 9. 1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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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 브랜드 호황…'가성비' 인기
탑텐·무신사, 공격적 매장 확대
미쏘·유니클로, 매장 재정비·콘텐츠 강화
그래픽=비즈워치

최근 국내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들의 오프라인 경쟁이 한층 심화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소비 양극화가 심화로 가성비 높은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다. 신규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거나 각 매장의 서비스 퀄리티를 높이고 상권별로 상품 디스플레이를 달리하는 등의 다양한 전략을 내놓고 있다.

공격적인 매장 확대

업계 등에 따르면 SPA 브랜드 중 가장 많은 매장 수를 가진 신성통상 '탑텐'은 올해 말까지 매장 수를 700개로 늘릴 예정이다. 현재 탑텐은 65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교외형, 도심형 매장을 선보여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형 평수의 매장에서 다양한 상품 구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SPA 업계 후발주자인 '무신사 스탠다드'도 공격적으로 나섰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올해까지 30개 매장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격적인 오프라인 확장 전략을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의 선순환을 이루겠다는 생각이다.

무신사 스탠다드 갤러리아 광교점 매장 내부 /사진=무신사

최근엔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뿐만 아니라 백화점, 쇼핑몰 등에도 매장을 열었다. 올해 상반기 갤러리아 광교점을 시작으로 지난 8월 말까지 5대 유통사(롯데, 신세계, 현대, 갤러리아, AK)에 모두 입점했다. 현재 서울, 수원, 부산, 대구 등 전국 16개 오프라인 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외국인 고객을 겨냥하기 위해 주요 거점 매장도 마련했다. 지난 8월 말 무신사 스탠다드는 서울 한남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해외 진출을 검토 중인 만큼 외국인 관광객을 공략해 인지도를 쌓기 위한 행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에잇세컨즈'도 현재 매장 수 77개에서 연내 80여 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고객 브랜드 경험을 강화하고 쾌적한 쇼핑이 가능하도록 주요 상권 중심의 리뉴얼 및 확장 오픈을 추진할 것"이라며 "해외 관광객 방문 빈도가 높은 상권에 매장을 열어 국내외 브랜드 인지도 및 선호도를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콘텐츠로 승부수

매장 재정비에 나선 곳도 있다. 부진한 매장을 접고, 기존 매장에 콘텐츠를 강화하는 식이다. 대표적인 예로 이랜드 '미쏘', '유니클로'가 있다. 미쏘는 올해 공격적인 매장 확대 대신 오프라인 전점에 '매장 주도 발주'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매장 점주들이 고객의 소리와 판매량 등 피드백 사항을 본사에 보내, 매장별로 입고 상품과 진열을 달리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미쏘의 각 매장들은 자주 방문하는 고객들이 선호하는 상품을 중점적으로 선보인다. 이런 방식은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이는 SPA 업계에서도 보기 드문 방식이다.

이렇다보니 상권에 따른 매장별 특색도 생겼다. 미쏘 여의도 IFC몰점은 대표적인 오피스 상권에 위치해 비즈니스룩의 수요가 높다. 이에 맞춰 매장은 우먼 라인을 중점적으로 진열하고 있다. 베스트 상품에는 '핏업팬츠 슬랙스', '링클프리 블라우스', '트위드 재킷' 등이 자리했다. 그렇다보니 이 매장의 객단가는 다른 매장에 비해 약 17% 높은 편이다. 

반면 대학가 상권인 성신여대 유타몰점은 트렌드 캐주얼의 인기가 높다. 20대 대학생들이 많은 상권인 만큼 우먼 라인으로 출시한 재킷과 슬랙스 제품이라도 이너나 상하의를 캐주얼 상품으로 코디해 진열했다. 베스트 상품은 '오버핏 포켓 셔츠', '데님 반바지', '골지 슬림 탱크탑' 등이 꼽힌다.

미쏘 여의도 IFC몰(왼쪽), 유타몰점 매장 /사진=이랜드

미쏘는 매장 주도 발주 시스템을 도입한 후 올 6~8월 매출이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지역별 소비자 취향을 반영해 매장을 운영하면서 미쏘의 올해 상반기 오프라인 재고율은 전년 대비 67% 감소했다"면서 "또 콘텐츠형 팝업스토어를 다수 오픈하는 방식 등의 다양한 전략으로 올해 연 매출 1500억원을 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쏘는 일부 비효율 매장을 닫고 핵심상권에 신규 점포를 늘리기로 했다. 매장 수는 52개에서 올해 안에 55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탑텐과 SPA 업계 1, 2위를 다투는 유니클로는 매장 수 규모를 유지하는 기조를 택했다. 신규 매장들을 오픈하고 일부 매장을 폐점하는 식이다. 현재 유니클로 매장 수는 127개다. 올해 하반기 신규 매장 5개를 추가적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기존 매장 리뉴얼도 진행했다. 유니클로는 최근엔 기존에 있던 가장 큰 매장인 롯데월드몰점을 리뉴얼 오픈했다. 이 매장엔 수선, 커스터마이징 등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했다. 고객 편의성을 향상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차별화만이 살 길

SPA브랜드는 상품의 기획, 디자인, 생산, 유통을 모두 자체적으로 관리한다. 덕분에 중간 유통 과정 비용을 절감하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그렇다보니 SPA브랜드들은 비슷한 가격대와 스타일로 구성하고 있다. 소비자 이목을 끌기 위해선 품질이 더 뛰어나거나 차별화한 제품 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장 수 확대는 고객 접점을 늘릴 수 있는 직접적인 방법이다. 브랜드들이 온라인 채널을 구축하고 있는 만큼, 고객들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기존 제품 경험을 바탕으로 온라인 구매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와 달리 매장 수를 유지하면서 콘텐츠를 강화하는 것은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에 힘쓰겠다는 의미다. 패션회사들은 재고를 잘 관리해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여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유니클로 경량패딩을 수선한 모습. 유니클로 롯데월드몰점에서만 운영 중인 수선서비스다. /사진=김지우 기자 zuzu@

여기에 수선 등 추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니클로가 수선 등의 유료서비스를 내놓은 것도 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증가한 만큼 '지속 가능한 패션'이라는 차별성을 더하려는 포석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SPA브랜드들의 가격대나 품질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우위를 가져가기 위한 차별화 요소가 중요하다"며 "매장 수 확대는 고객 점점을 확대하는 데 의의가 있고, 고객 피드백을 반영한 상품 기획과 판매전략은 효율적인 재고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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