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뺑소니범 “아이폰 비번 말 못해”...범죄조직 연루 가능성 수사

인천공항에서 태국으로 도피하려다 포기
주변인들 보이스피싱 사기 전과 이력도

지난 24일 오전 3시 11분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의 한 도로에서 남녀가 탑승한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던 마세라티 승용차가 사고 충격으로 파손돼 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여성이 숨졌고, 남성은 중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광주 서부경찰서

경찰이 20대 연인을 사상케 한 뒤 태국 도피를 시도했던 ‘마세라티 뺑소니’ 피의자의 보이스피싱 조직 연루 가능성을 따져보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피의자는 자신의 아이폰 휴대전화 비밀번호도 감추면서 경찰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

광주경찰청과 광주 서부경찰서는 30일 “20대 연인이 다치거나 숨지게 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상 혐의를 받는 ‘마세라티 뺑소니’ 사건 피의자 김모(32)씨에 대해 보이스피싱 혹은 조직폭력배 등 범죄조직 가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24일 오전 3시 11분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의 한 도로에서 20대 연인이 타고 있던 오토바이를 들이 받은 뒤 구호조치 없이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고로 20대 연인 중 여자친구인 A(28)씨가 숨졌고 B(23)씨는 중상을 입어 광주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는 사고 이유에 대해 “오토바이를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김씨가 태국에서 오랜 기간 체류했고 사건 직후 태국으로 도피를 시도한 점을 두고 해외에 기반을 둔 보이스피싱, 마약 등 범죄조직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김씨는 지난 19일 인천공항을 통해 태국에서 입국해 이튿날 서울에서 치과 치료를 받은 뒤 지난 21일 밤부터 광주에서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태국으로 출국한 뒤 9개월만에 귀국했고 총 4차례 태국으로 입출국한 기록이 확인됐다. 김씨는 지난 24일 오전과 오후 총 2차례 인천공항을 찾아 태국으로 달아나려 했다. 비행기 표까지 구매했지만 경찰이 김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려 공항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될 것을 우려해 태국행을 포기했다.

경찰은 도주 조력자들의 보이스피싱 사기 전과도 확인했다.

김씨는 뺑소니 사건 직전 함께 질주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확인됐던 벤츠 운전자 C(31)씨의 차량을 타고 대전까지 달아났다. 김씨는 해외 도피를 포기한 뒤 서울에서 지인 D(32)씨를 만나 도피행각을 이어갔다. D씨는 김씨의 대포폰을 마련해주는 등 도피를 도왔다.

30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 2층 치평홀에서 열린 '뺑소니 사망사고 마세라티 운전자 검거' 관련 브리핑에서 조영철 교통과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도피 조력자인 C, D씨가 과거 보이스피싱 관련 사기 혐의로 처벌받거나 수사선상에 올랐던 이력을 확인했다. C, D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들의 직업을 ‘무직’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들을 범인도피은닉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김씨는 태국에 체류한 이유에 대해 “태국에서 여행사 관련 일을 했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씨의 진술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김씨의 아이폰 휴대전화 포렌식(전자정보 분석) 작업을 하려 했지만, 김씨가 “비밀번호를 못 알려주겠다”며 거부해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김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뒤 포렌식 작업을 계속할 방침이다.

경찰은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일인 지난 24일부터 검거일인 지난 26일까지 상당한 시간이 지나 측정 가능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은 김씨가 지난 24일 오전 2시 10분쯤부터 광주 서구 상무지구의 한 주점에서 소주 2병을 지인과 마신 음주정황을 확보했다. 당시 술자리에는 벤츠 운전자 C씨, 마세라티 차량 동승자인 E(30)씨가 있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2병 중 1병은 모두 마셨지만 1병은 일부 남겼다”고 진술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 등이 서구 상무지구에서 술을 마시기 전 광주 첨단지구에서 차량을 타고 이동해 온 정황도 확인하고 또 다른 술자리를 가졌었는지 조사 중이다.

경찰은 김씨가 마세라티 차량을 운행하게 된 배경에 범죄 혐의점이 있는 지도 수사 중이다. 김씨가 사건 당일 운행했던 마세라티 차량은 서울의 한 유통법인 명의로, 친구인 F씨에게 차량을 빌린 것으로 파악됐다. F씨는 사건 이튿날인 지난 25일 오후 9시 40분쯤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출국한 상황이다.

김씨의 주소지가 광주 북구의 한 행정복지센터였던 이유는 김씨가 장기간 국내 거주지를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행정당국이 지난 2일 ‘주민등록 직권 말소’ 조치를 하고 관리 목적상 김씨의 주소지를 행정복지센터로 등재했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