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의 도발적 문제제기 "통일, 하지맙시다"…정치적 파장은?[박지환의 뉴스톡]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박지환 앵커
■ 패널 : 김학일 선임기자
[앵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사실상 통일을 포기하고 남북 두 국가를 수용하자고 제의했습니다.
임 전 실장의 발언은 기본적으로 한반도 평화에 정책 중심을 두자는 취지이지만, 헌법 영토 조항 개정과 국가보안법 폐지 등 논란을 야기할 많은 주장이 섞여 있어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통일부에 나가있는 김학일 기자를 연결합니다.
김 기자, 문재인 정부의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이었죠. 임종석 전 실장이 어제 통일을 하지말자는 도발적인 발언을 했어요. 임 전 실장의 발언을 간단히 정리하면 어떻게 됩니까?
[기자]
짧게 정리하면 통일을 유보하고 평화에 정책의 중심을 두자,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이 한 민족이지만 두 국가라는 현실을 수용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어제 광주에서 열린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임 전 실장이 여러 연사 중 한명으로 나서 기념사를 했는데, 연설 첫 대목을 아주 도발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통일 하지 맙시다. 비현실적 통일 논의는 이제 그만 접어둡시다. 더 이상 당위와 관성으로 통일을 이야기하지 맙시다"
A4 용지로 6페이지 정도 분량의 기념사였는데, 도발적인 문제제기이기는 하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기본 취지는 평화 정책에 중심을 두자는 것으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기념사 제목이 평화를 위한 제언입니다. 임 전 실장은 "첫째도 평화, 둘째도 평화, 셋째도 평화. 평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자고 호소 드립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김 기자, 임 전 실장 말 대로 통일 논의를 유보해야한다면 왜 그래야 하는지, 임 전 실장은 어떤 이유를 제시하고 있습니까?
[기자]
일단 현 시점에서 통일논의가 비현실적이라는 겁니다.
임 전 실장은 "상대에 대한 부정과 적대가 지속되는 조건에서 통일 주장은 어떤 형태로든 상대를 복속시키겠다는 공격적 목표"라고 주장했습니다.
남북의 정책에 통일이 전제되기 때문에 적극적인 평화 조치와 화해 협력에 대한 거부감이 일고 소모적인 이념 논란이 지속된다는 것입니다.
임 전 실장은 신뢰 구축과 평화에 대한 의지 없이 통일을 말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공격이라면서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과 현 정부의 자유통일론을 예로 들었습니다.
아울러 통일은 지금이 아니라 미래 세대가 결정할 문제라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통일 논의를 완전히 봉인하고 30년 후에나 잘 있는지 열어보자는 게 임 전 실장의 말입니다.
[앵커]
김 기자,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남북 두 국가의 수용이 필요하다, 이런 임 전 실장의 주장이 새로운 것인가요?
[기자]
아닙니다. 남북이 하나의 민족이라는 특수 관계가 아니라 일반 국가처럼 대하고 인식해야 평화 정착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은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나온 얘기입니다.
예를 들자면 북한과 러시아, 대한민국과 미국의 관계처럼 남북도 수교를 하고 서로 일반 국가처럼 대해야 평화공존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사실 우리정부의 민족공동체통일방안도 2단계에서 남북연합단계를 설정하고 있는데, 이 또한 남북의 두 국가를 사실상 인정하는 형태입니다.
북한도 최근 오랫동안 견지해온 하나의 조선 하나의 민족을 철회하고 두 국가를 주장하고 있는데요.
다만 북한은 전제가 다릅니다. 두 국가이기는 하지만 적대적이고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라는 전제를 달고 있습니다. 핵을 보유한 자신감에 2국가를 주장한 측면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도 통일 논의가 비현실적인 만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적대적 2국가를 제기한 이 기회에 과감하게 2국가론을 수용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북한이 적대적 2국가를 주장하는 마당에 우리 정부가 통일을 얘기하면 오히려 한반도 긴장만 고조된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김 기자, 임 전 실장 발언의 취지는 알겠지만, 전반적으로 논란을 야기할 아주 거친 표현들이 섞여 있습니다.
[기자]
먼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 영토 조항을 지우든지 개정하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국가보안법도 폐지하자고 했습니다.
개헌과 국가보안법 폐지는 우리 사회에서 엄청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사실 실현되기가 어렵습니다.
임 전 실장은 또 "통일부도 정리하자"고 했고, 특히 우리 정부의 통일방안인 '국가연합 방안'도 접자고 했습니다.
이런 발언은 북한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이른바 '통일 지우기'와 아주 비슷하게 들려서 곤혹스러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임 전 실장은 기념사를 하기 전에 본인 스스로 "기념사라기보다는 도발적인 발제에 가깝다, 많은 고민과 토론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는데요.
그런 차원에서 임 전 실장이 더 강하게 표현한 측면도 있겠지만 통일을 접자는 발언이 과연 국민들에게 어떻게 수용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앵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언도 중요한데, 임 전 실장의 도발적인 발언으로 잘 부각되지 않는 느낌입니다. 문 대통령은 어제와 오늘 어떤 발언을 했습니까?
[기자]
문 전 대통령은 좀 결이 달랐습니다.
문 전 대통령도 일단 어제 통일 담론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는 말했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2국가로 규정함에 따라 기존의 통일담론과 평화담론도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게 됐습니다."
오늘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한편 북한을 향해서도 "핵에 매달리고 대결을 외치며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무모하고 위험하다"며 "하루속히 대화의 장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했습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 주장'에 대해 "평화와 통일이라는 겨레의 염원에 역행하는 반민족적 처사"라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통일을 배제해야 한다는 임 전 실장의 발언과 거리를 둔 것으로 보입니다.
임 전 실장은 이번 연설 전에 문 전 대통령과 교감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어제와 오늘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여권에서는 임 전 실장 발언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죠?
[기자]
먼저 대통령 실에서는 통일은 헌법의 명령이자 의무인데 이런 의지가 없다면 반 헌법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지금 통일론을 접고 두 개의 국가를 주장하는 이유도 내부적으로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지 통일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임 전 실장을 비판했습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북한의 주장이랑 닮아도 너무 닮았다"며 다소 색깔론 섞인 비난을 했습니다.
민주당에서는 아직 공식 반응은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임 전 실장의 말 대로 이런 주장에 대한 토론이 앞으로 다양하게 벌어질 것이고, 장기적으로 한반도 해법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문제 제기이지만 정치적 파장이 계속될지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통일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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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kh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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