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전자기기가 수류탄 됐다... NYT “파괴공작의 새 시대 열려”
레바논에서 불특정 다수를 겨냥해 동시다발로 무선호출기(삐삐) 원격 폭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파괴 공작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흔한 통신기기가 테러 도구로 돌변하는 상황을 겪으면서, 앞으로 어떤 일상 전자 기기도 신뢰하기 어려운 세상을 처음으로 마주하게 됐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 시각) 이 같은 분석 기사를 내놓으며 “일상적인 기기가 엄청난 규모의 수류탄으로 바뀌었다”며 “파괴공작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했다.
휴대전화의 송수신을 교란하거나 기기에 폭발물을 설치하는 등 통신기기를 이용한 공격 자체는 새로운 수법이 아니라고 매체는 짚었다. 테러리스트와 첩보 기관 등에서는 이미 수십 년 동안 그 같은 방식으로 각자 제 나름의 임무를 해왔다는 것이다. 매체는 다만 이번 공격이 일상 기기에 폭발물을 심어 한꺼번에 터뜨리는 대규모 파괴공작이었다는 점이 이전과 다르다고 했다.
NYT는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수백, 수천 대의 호출기, 무전기나 기타 무선 장치에 대한 이스라엘의 파괴 공작으로 추정되는 이번 공격은 전자 파괴 공작의 어두운 기술을 새롭고 무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고 했다. 이어 “이번에 표적이 된 기기는 바지 주머니, 벨트, 주방에 보관돼 있었고, 이제 일상의 통신 장치는 소형 수류탄으로 바뀌게 됐다”며 “인터넷에 연결된 일상적 도구가 치명적인 무기로 변할 수 있다는 취약성을 우리는 이제야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실제로 전문가들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일상적 도구의 무기화’가 앞으로 더 심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미국 국가안보국(NSA) 법무 자문위원을 지낸 글렌 거스텔은 “휴대전화부터 온도조절기까지 그 어떤 전자기기도 완전히 믿을 수 없는 무서운 세상을 처음으로 마주한 것”이라며 “러시아와 북한은 이미 사이버 무기로 전 세계 컴퓨터를 무차별적으로 손상시킨 적이 있다. 다른 개인·가정용 기기가 다음 목표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앞서 17~18일 반(反)이스라엘 이슬람 무장 단체 헤즈볼라의 근거지 레바논 전역에서 삐삐와 휴대용 무전기 수천 대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최소 32명이 숨졌고 4000여 명이 다쳤다. 이 중에선 헤즈볼라나 반이스라엘 활동과 무관한 어린이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레바논 정부, 무장단체 헤즈볼라, 외신들은 이 사건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관련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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