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기름 향이 가득담긴, 성수동 오일프라이드집

안녕, 에디터 유정이다. 성수동 골목길을 걷다가 특이한 건물을 발견했다. 잠깐 있다 사라질 팝업이겠거니 했는데, 아니었다. 폴리카보네이트 건물 위로 오일이 흘러내리는 듯한 독특한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는 이곳. 성수역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한 ‘오일프라이드집(OilFriedZip)’이다.

이름과 외관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곳의 주인공은 바로 ‘오일’. 그중에서도 들기름이다. 경상북도 예천과 문경에서 재배한 들깨를 저온압착한 생들기름을 추출한다. 그리고 그 기름을 활용한 메뉴를 선보인다. 수상할 정도로 들기름에 진심이다.

음식 메뉴는 튀김이 전부다. 감자튀김, 감자볼, 고구마튀김, 그리고 바나나튀김까지, 가격은 전부 7,900원. 하지만 들기름으로 직접 튀긴 건 아니다. 발연점이 낮은 들기름 대신 라드유로 튀긴 후 마지막에 들기름을 뿌려 마무리한다. 라드유는 돼지 지방으로 만든 기름인데, 요리에 고소한 풍미와 감칠맛을 더해준다.

튀김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1등은 감자튀김! 겉면은 바삭하고, 고소한 들기름 향이 은은하게 더해진 담백함이 미쳤다. 간도 적당하고 감칠맛이 있어 자꾸만 손이 간다.

곁들일 수 있는 소스도 다양하다. 기본적인 케찹, 사워 크림, 머스타드부터 김치마요, 트러플마요, 유자마요, 불닭마요, 마라마요 등 10여 종이 있다. 감자튀김과 가장 좋았던 조합은 김치마요다. 의외로 김치 맛은 강하지 않고 적당히 매콤 짭조롬해 담백한 감자튀김과 잘 어울린다. 트러플마요는 감자의 단맛을 한층 끌어올려줘서 좋았다. 하지만 소스 없이 들기름 향을 느끼며 먹는 게 가장 맛있었다.

감자볼은 포실포실한 찐감자와 뇨끼 사이의 식감으로, 작지만 의외로 속이 옹골차 배부를 정도다. 다만 감자튀김보다 맛이 심심해 소스를 추가하길 바란다.

고구마튀김은 포장한 지 30분이 지나서 먹었는데도 ‘빠쟉’한 식감이 살아 있었다. 달콤한 고구마 맛탕을 얇게 저민 듯한 튀김인데, 무난하게 맛있다. 바나나 튀김은 유일한 디저트 메뉴다. 바나나는 차가운데 튀김은 따뜻하고, 속은 부드러운데 겉은 엄청 크런키해 매력적이다. 여기에 누텔라 소스를 추가해 찍어 먹으면 더 달콤하게, 디저트답게 즐길 수 있다.

음료는 바나나 쉐이크, 아메리카노, 라떼, 바닐라 라떼, 제로 콜라가 있는데, 콜라를 제외한 모든 음료에는 들기름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내가 맛본 건 들기름 바나나쉐이크와 들기름 라떼.

바나나 쉐이크는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단맛이 강한 바닐라 쉐이크를 생각하면 안된다. 집에서 직접 바나나를 갈아 만든 듯한 건강한 맛이다. 첫 모금에 은은한 오일 텍스쳐가 느껴지는데, 전체적으로 달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게 마시기 좋다. 오일프라이드집의 메뉴는 전체적으로 은근한 매력이 있다.

들기름 라떼는 최강록 셰프의 유명한 대사가 떠오르는 맛이다. 처음에는 평범한 라떼 같지만, 마실수록 뒤에 남는 은은한 들기름 향이 입안에 퍼진다. “나야, 들기름…”

현재는 가오픈 기간이라 2-3층은 미완성 상태다. 3층은 아직 공사 중이고, 들기름 착유실과 연구소가 있는 2층만 둘러봤다. 다소 컨셉추얼하게 꾸며졌지만, 실제로 들기름을 필터링하고 향미유를 연구하는 공간이라고.

한쪽에는 들기름의 향을 맡아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는데, 오일프라이드집에서 개발한 향미유로 차차 채워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고수 오일, 마늘 오일, 파프리카 오일 등 한식과 어울리는 기름을 개발하고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10월 말로 예정된 정식 오픈 이후에는 튀김 요리에 사용된 들기름을 포함해 이곳에서 개발한 각종 기름을 판매한다고 한다.

3층에는 들기름과 각종 향미유를 적용한 요리를 캐주얼한 다이닝처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성수동에서 꼬박 7년을 살았다. 오래된 단골 포케집, 큐레이션된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좋아했던 카페가 연달아 영업을 종료했다. 비워진 공간에는 어김 없이 ‘팝업 임대’ 현수막이 붙었다. 오일프라이드집에 방문하고 가장 좋았던 건 팝업이 아닌 특색 있는 공간이 오랜만에 생겼다는 점이다. 오일프라이드집이 성수동에 새로운 매력을 더하는 공간이 되어주기를 기대해본다.

오일프라이드집

  • 주소: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길 4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