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만 빠르고 볼넷 남발" 키움 박준현, KBO 1군급 투수 아닌데..

키움 히어로즈가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한 박준현이 개막 엔트리를 놓고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구단 역사상 두 번째로 큰 7억원의 계약금을 받은 북일고 출신 우완 투수지만,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은 당장 1군에서 뛰기엔 부족해 보인다.

박석민 삼성 라이온즈 코치의 아들로 이미 고교 시절부터 157km 강속구로 주목받았던 그는 학교폭력 이슈와 메이저리그 진출설에도 불구하고 키움의 정성스러운 영입 작업 끝에 프로 무대에 발을 들였다. 빠른 공을 던지는 건 돈 주고 살 수 없는 재능이라는 점에서 구단은 그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시범경기에서 드러난 문제점

설종진 감독은 스프링캠프 전부터 박준현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불펜으로 시작해 차차 프로에 적응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범경기 결과는 이런 시나리오가 1군에서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줬다.

두산전 첫 시범경기에서 1이닝 2안타 1볼넷 2실점으로 시작한 그는 NC전에서 무실점을 기록하며 희망을 보였지만 여전히 1안타 2볼넷으로 제구 불안을 드러냈다. KT전에서는 볼넷 1개만 주고 1이닝 무실점으로 안정감을 보이는 듯했으나, LG전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3분의 1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2안타 2볼넷 4실점을 기록하며 시범경기 평균자책점이 16.20까지 치솟았다. 155km라는 놀라운 구속을 쉽게 만들어내지만, 그 공이 존 안에 들어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현실을 보여준 셈이다.

145일 프로젝트의 그림자

흥미롭게도 일각에서는 이런 부진에도 불구하고 박준현의 1군 잔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그 배경에는 KBO 규약상 1군 등록일수 145일이라는 행정적 계산이 깔려 있다. 145일을 채워야 정규 1시즌을 보낸 것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구단이 선수의 서비스 타임을 빨리 확보해 향후 MLB 포스팅비를 챙기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키움은 작년 안우진이 투구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려 등록일수를 보전받게 한 전례가 있다. 7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핵심 자산인 만큼 성적 부진을 감수하더라도 145일 프로젝트를 가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설종진 감독의 선택

메이저리그 다저스가 사사키 로키를 개막 로스터에 포함시킨 사례처럼, 박준현도 비슷한 행보를 걸을 수 있을까. 통상적으로 이 정도 난조를 보인 신인 투수라면 2군 재조정이 유력하지만, 박준현의 경우는 단순한 실력 검증을 넘어 구단 자산 가치 극대화라는 전략적 선택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1군은 전쟁터다. 준비되지 않은 선수를 시험할 여유가 없고, 이런 제구 불안으로는 불펜 위기 상황 투입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155km 강속구를 가진 7억원짜리 신인의 개막 엔트리 포함 여부는 이번 시즌 초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