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고 싶어지는 시계

서울문화사 2024. 10. 1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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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집 사장님 이서진의 불가리 옥토 로마 신형을 차보고 알게 된 것.

배우 이서진에게는 바뀌지 않는 공통점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신기할 정도로 단정하게 유지된 헤어스타일. 두 번째는 왼쪽 손목에 올라간 불가리 시계다.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꼬리곰탕을 서빙할 때도 이서진의 손목에는 불가리 시계가 채워져 있었다. <서진이네2>도 훌륭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이서진 시리즈는 <이서진의 뉴욕뉴욕2>다. 이서진이 나영석 PD와 함께 자신이 유학 생활을 했던 뉴욕을 여행하는 유튜브 시리즈다.

뉴욕 이서진은 도련님 그 자체였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300달러 팁을 내고, 몬타우크의 고급 맨션에서 크리스피바바 침구를 보며 미소 짓고(PPL이었지만), 어떤 식당에 들어가도 그 집의 대표 메뉴를 무심하게 알려주는 중년 남자. 외국인에게 ‘도련님’이라는 단어를 설명할 일이 있다면 사전 대신 이서진을 보여주고 싶을 정도다. 이때도 이서진은 불가리를 차고 있었다. 한 번도 시계만 클로즈업된 적은 없지만, 그 시계가 불가리 옥토 로마임을 알아채기는 어렵지 않다. 두툼한 베젤, 큼직하게 자리 잡은 숫자 ‘12’ ‘6’ 인덱스, 3시 방향의 날짜창, 러버 스트랩. 옥토 로마의 특징이다.

지금 보이는 시계는 이서진이 뉴욕에서 찼던 불가리 옥토 로마의 신형 모델이다. 불가리 공식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세 가지 컬러의 옥토 로마가 뜬다. ‘화이트’ ‘그레이’ ‘블루’. 이번에 받은 시계는 오는 10월부터 불가리 매장에서 판매된다고 한다. 디자인과 성능은 기존 모델과 같지만, 소나무를 연상시키는 초록색 다이얼을 새롭게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실물로 받아 든 옥토 로마는 다이얼에 새겨진 ‘BVLGARI’ 로고를 지워도 ‘고급 시계’라 느껴질 요소로 가득했다. 이 근사한 도련님 시계를 하루 동안 차보며 해결하고 싶은 질문은 하나였다. 이 시계를 왜 사야 될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케이스다. 케이스는 팔각형 위에 원형 베젤을 올린 형태로 완성됐다. 케이스와 베젤에는 각기 다른 폴리싱이 적용됐다. 덕분에 시계가 번쩍거리기보다, 은은하게 빛난다. 존재감은 또렷하지만 과시한다는 느낌은 적다. 다이얼도 눈여겨볼 만하다. 초록색 다이얼에는 작은 피라미드를 빼곡히 이어 붙인 듯한 패턴을 새겼다. 이걸 ‘클루 드 파리’ 패턴이라고 한다. 다이얼은 시계를 차는 내내 눈을 즐겁게도 했지만 편하게도 했다. 다이얼 안팎의 인덱스가 베젤과 확연히 질감이 달라 어떤 각도에서도 초침과 인덱스가 또렷하게 보였다.

옥토 로마의 케이스 지름은 41mm다. 개인적으로 40mm보다 큰 시계는 선호하지 않는다. 내 손목둘레는 17cm지만 케이스 지름이 40mm를 넘어서면 손목에 시계를 얹은 것보다, 시계가 손목을 덮은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옥토 로마를 차면서 ‘너무 크다’는 느낌은 없었다. 짧은 러그와 두툼한 베젤 덕분이다.

송아지 뿔처럼 얕게 솟아난 러그는 손목 안쪽을 향해 꺾여 있다. 그래서 시계가 손목 위에서 헛도는 느낌이 없다. 여기에 두툼한 베젤 덕분에 다이얼 크기는 훨씬 작게 느껴진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건 스트랩이다. 일단 교체 방법이 간단하다. 케이스 뒷면에 달린 버튼을 누르고 브레이슬릿을 당기면 톡 하고 빠진다. 그리고 톱니가 달린 스트랩을 밀어 넣으면 끝. 애플워치 스트랩 교체보다도 간단하다. 옥토 로마를 사면 브레이슬릿과 러버 스트랩이 함께 제공된다. 시곗줄을 교체하기 쉽게 만들었으니,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바꿔가면서 차라는 뜻이다.

이렇게 말하긴 했지만 옥토 로마는 여전히 ‘내 돈 주고 사기’에는 애매한 구석이 있다. 옥토 로마의 가격은 1030만원. 시계 구매 예산이 1000만원을 넘어서면 선택지가 아주 많아진다. 불가리의 경쟁 브랜드 대부분은 높은 가격을 헤리티지로 뒷받침한다. ‘세계 최초의 다이버 워치’ ‘세계 최초의 에베레스트 등반 시계’ ‘제2차 세계대전 영국군 파일럿이 찼던 시계’ 식으로. 반면 불가리 옥토 시리즈는 2012년 처음 출시됐다. 훌륭한 시계라 할 수는 있지만 역사적인 시계라 부를 수는 없다. 누군가에게는 디자인이 아쉬울 수도 있다. 덜 화려하니까. 옥토 로마 디자인에는 분명한 장점이 있지만, 그 장점은 차는 사람 눈에만 들어온다. 아이러니하게도 여기서 옥토 로마의 가치가 비롯된다. 1000만원 초반대 시계의 최강자는 롤렉스 데이트저스트다. 정답 같은 시계다. 유명하고, 환급성이 높고, 화려하다. 누구라도 데이트저스트를 차고 있다면 그저 고개를 끄덕일 거다. 반면 누군가 불가리 옥토 로마를 차고 있다면 질문하고 싶어진다.

실제로 내가 불가리 직원에게 가장 먼저 물어본 것도 ‘이서진 씨는 불가리 모델인가요?’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서진은 불가리 모델이 아니라고 한다. 옥토 로마도 그가 좋아서 구입한 시계다. 언젠가 이서진을 만나면 묻고 싶다. 왜 옥토 로마를 구입하셨습니까? 사실 답변 내용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이미 누군가에게 ‘궁금한 사람’이 됐으니까. 매력은 궁금증을 만들지만, 때로는 궁금증이 매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돈 많은 사람’보다 ‘궁금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불가리 옥토 로마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어줄 시계다.

불가리 옥토 로마

레퍼런스 104091 케이스 지름 41mm 러그 너비 23mm 두께 9.15mm 케이스 소재 스테인리스 스틸 방수 100m 브레이슬릿·스트랩 스테인리스 스틸·러버 무브먼트 BVL 191 기능 시·분·초·날짜 표시 파워 리저브 42시간 구동 방식 오토매틱 가격 1030만원

Editor : 주현욱 | Photographer : 신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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