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 베테랑 손아섭이 노시환을 향해 던진 말이 구장 분위기를 한순간에 바꿔놓았다. "시환이가 무슨 고생을 했습니까?" 2026 WBC를 마치고 돌아온 노시환을 맞이한 손아섭의 첫 마디였다.

노시환은 지난 14일 WBC 8강전을 끝으로 팀에 합류했다. 대회 직전 한화와 맺은 11년 최대 307억원의 대형 계약이 화제가 됐던 만큼, 그의 WBC 성적에도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결과는 다소 아쉬웠다. 3경기 출전에서 3타수 무안타 1볼넷 2삼진에 그쳤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온 후배에게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 'Eagles TV'에 공개된 영상 속에서 노시환은 김경문 감독과 코치진에게 인사를 마친 뒤 배팅 훈련 중이던 손아섭과 마주쳤다. 코치가 노시환에게 "고생했다"며 악수를 건네자, 이를 지켜보던 손아섭의 반응이 압권이었다.

"마음고생을 뭘 합니까. 게임도 안 나갔는데"라고 받아친 손아섭의 말에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실제로 노시환은 이번 WBC에서 주전이 아닌 백업 자원으로 분류돼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조별리그 4차전 호주전에서 6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2타수 무안타로 아쉬움을 남겼다.
손아섭의 잔소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있는 노시환을 보더니 "시환아 벗어라 이제, 나도 그거 다 있다"고 말하며 특유의 입담을 과시했다.
국가대표 경험이 풍부한 선배의 여유

손아섭의 이런 여유로운 반응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2013년과 2017년 두 차례 WBC에 출전한 국가대표 단골 멤버였다. 특히 2017 WBC에서는 3경기 출전해 타율 0.417을 기록하며 쏠쏠한 활약을 펼쳤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손아섭의 농담 섞인 조언은 후배를 향한 애정 표현이기도 했다. 307억원이라는 거액의 계약을 맺고 국가대표로 출전했지만 아쉬운 성적을 거둔 노시환에게 부담을 덜어주려는 선배의 배려가 엿보였다.
노시환의 솔직한 소감

노시환은 개인 인터뷰에서 WBC 경험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비행을 너무 오래하고 와서 조금 피곤하긴 한데, 그거 빼고는 괜찮다"며 현재 컨디션을 밝혔다.
8강 진출 순간에 대해서는 "마이애미로 가는 게 엄청 바라고 있던 순간이었는데 그때 순간은 정말 짜릿했다"고 회상했다. 비록 개인 성적은 아쉬웠지만 팀의 8강 진출이라는 성과에 대한 기쁨은 컸던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선수들과의 경험에 대해서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디테일하고 임하는 자세가 엄청 진지하다"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더 열심히 하려고 생각 중"이라는 각오도 다졌다.
손아섭의 유쾌한 잔소리와 노시환의 겸손한 자세가 만나 한화 이글스 구장에 훈훈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307억원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노시환에게 선배의 격려와 조언이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