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 지킨 한동훈 ‘리더십’ 날개… 영광 품은 이재명 ‘野 적자’ 입증 [10·16 재보선]
김병관 2024. 10. 17. 00:16
총선 후 첫 민심 바로미터
한동훈 ‘당·정 쇄신’ 강드라이브
야권 단일화·용산발 악재에도 승리
尹과 차별화 행보… ‘韓 인물론’ 증명
尹 독대서 ‘金여사 해결’ 압박할 듯
이재명 ‘사법리스크 돌파구’ 마련
혁신·진보당 거센 추격 속 본진 수성
‘한달살이’ 조국 대안세력 확장 실패
李, 11월 1심 선고 앞두고 부담 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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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재보궐 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꼽힌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승리가 점쳐지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변화를 촉구해 온 한동훈 대표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잇따른 의혹 제기, 20%대 초반의 국정 지지율, 야권 후보 단일화라는 악재 속에서 한 대표가 대통령실과 차별화에 박차를 가하며 가까스로 수성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음 주 초로 예정된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의 해결을 강하게 요구하며 여권 내 주도권 잡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친윤(친윤석열)계는 부산 금정구가 보수의 전통적인 텃밭인 만큼 선거 승리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단일화 성공으로 분위기가 달아오르기도 했지만, 막판에 설화가 터진 게 주요 패인으로 꼽힌다.
◆윤·한 독대 주목… 韓, 쇄신 요구할 듯
16일 오후 11시 기준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가 58.92%(1만6068표)를 득표해 김경지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크게 앞섰다. 김 후보는 41.07%(1만1202표)를 득표했다. 그동안 여권에서는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는 관측이 많았는데, 국민의힘이 고전 끝에 승리를 거머쥔 것이다.
부산 금정구는 민주화 이후 국회의원 선거와 구청정 선거를 통틀어 민주당 계열 정당이 단 한번밖에 깃발을 꽂지 못한, 보수 정당의 전통적인 텃밭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최근 PK(부산·경남)와 보수층에서 당정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면서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여권 내에서 커졌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단일화에 성공하며 김 후보가 상승세를 탔고, 급기야 양자 대결에서 김 후보가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패배 시 한 대표 리더십이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한 대표는 총 5차례 지원 유세를 하는 등 총력전을 펼쳤다. 그리고 유세 현장에서 대통령실을 향해 김 여사 공개 활동 자제와 ‘김 여사 라인’ 인적 쇄신 등을 요구하는 고강도 발언을 쏟아냈다. 민주당이 ‘2차 정권 심판론’을 기치로 내세우며 여론 몰이를 하자 한 대표도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하는 것으로 맞대응한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의힘이 부산 금정구를 수성한 만큼 향후 한 대표의 행보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내주 초로 예정된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김 여사 문제를 포함해 큰 폭의 쇄신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다만 금정구청장 수성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기류도 있어 한 대표의 주장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선택한 호남… 조국, 행보에 차질
야 3당이 3파전 양상을 보인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에선 민주당 장세일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6일 오후 11시 기준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에서 장 후보가 8415표(41.09%)를 득표해 이석하 진보당 후보(6374표, 31.12%)를 앞섰다. 3위는 장현 조국혁신당 후보로 26.11%(5348표)를 득표했다. 이대로 결과가 확정되면 호남은 결국 민주진보진영 ‘맏이’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모양새가 된다.
곡성군수 재선거에선 일찌감치 민주당 조상래 후보가 득표율 55.26%로 혁신당 박웅두 후보(35.85%)와 20%포인트 가까이 격차를 벌리며 낙승을 거뒀다.
민주당의 영광·곡성군수 선거 승리가 확정되면 다음 달 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를 앞둔 이재명 대표는 일단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텃밭인 호남에서의 지지를 재확인하면서, 1심 선고 내용에 따라 재점화할 수밖에 없는 사법리스크를 돌파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라서다.
영광·곡성군수 선거가 2026년 지방선거에서 호남을 두고 벌어질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대결의 예고편이란 평가도 있었던 만큼 민주당이 이번 승리로 혁신당의 예봉을 꺾은 모양새가 될 예정이다. 반면 ‘비례대표 정당’을 벗어나 ‘대중정당’을 지향하는 혁신당으로서는 이번에 당대표가 ‘한달살이’까지 하며 총력을 다했던 만큼 추후 행보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그간 우군을 자처했던 민주당과 혁신당은 지도부 인사 간에 “고인 물”·“썩은 물” 등 거친 언사가 오가면서 양당 관계에 적잖은 상처를 남겼단 평도 나온다.
김병관·김승환·최우석·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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