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과 아카데미를 모두 홀렸다" 국내 200만 그 애니메이션

사진=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애니메이션으로는 이례적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받고, 이듬해 미국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까지 거머쥔 작품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2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걸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입니다. 개봉한 지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인생 애니메이션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죠.

사진=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름을 빼앗긴 소녀, 신들의 온천장에 가다

이사 가던 길, 낯선 터널을 지난 치히로 가족은 신들의 세계에 발을 들입니다. 음식을 탐한 부모는 돼지로 변해버리고, 홀로 남은 치히로는 부모를 구하기 위해 온천장에서 일을 시작하죠. 그 대가로 이름을 빼앗긴 채 '센'으로 불리게 된 소녀. 이름을 되찾는 것이 곧 나를 되찾는 것이라는 이 설정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래 곱씹게 되는 질문을 남깁니다.

사진=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가오나시, 하쿠,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얼굴들

말없이 치히로를 따라다니는 가오나시, 정체를 숨긴 소년 하쿠, 온천장의 주인 유바바까지.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강렬해서, 처음 본 순간 잊히지 않습니다. 특히 가오나시는 외로움과 욕망을 동시에 품은 존재로 수많은 해석을 낳으며, 지금까지도 지브리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사랑받고 있죠. 온천장을 찾는 신들의 기묘한 생김새를 하나하나 뜯어보는 것도 이 영화의 숨은 재미입니다.

사진=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황금곰상과 아카데미, 세계가 인정한 걸작

2002년 이 작품은 제5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으로는 이례적으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했고, 2003년에는 미국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까지 품에 안았습니다. 국내에서는 2002년 개봉해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지브리 열풍을 일으켰죠.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애니메이션 역사에 남는 성취였습니다.

사진=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한 장면 한 장면이 그림엽서처럼

등불이 켜진 온천장의 밤, 바다 위를 달리는 기차, 꽃밭 사이를 달리는 치히로. 이 영화의 장면들은 그 자체로 한 장의 그림엽서 같습니다. 손으로 그린 애니메이션 특유의 온기와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어우러진 순간들은, 다시 볼 때마다 처음 본 듯한 감동을 안깁니다.

사진=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터널 저편

어릴 때는 신기한 모험담으로, 어른이 되어서는 일과 이름과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로 읽히는 작품. 올해 초에는 국내에서 무대판이 공연될 만큼 그 생명력은 여전합니다. 지친 날, 터널 저편의 세계로 잠시 다녀와 보세요. 돌아올 때쯤엔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 있을 겁니다.

Copyright © 그 시절 우리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