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느려진 남극 해류…전 세계 바다 ‘산소 부족’ 위기 온다

이정호 기자 2023. 6. 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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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로 얼음 녹아 염분 낮아져
흐름 감소 산소·영양분 이동 못해
해양 생태계 파괴·황폐화 가능성

지구 온난화 때문에 남극 바다 깊은 곳의 해류가 크게 느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양분과 산소를 다량 품은 채 전 세계 바다로 흐르던 남극 해류의 움직임이 계속 저하된다면 향후 해양 생태계에 중대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연구진 등은 “1990년대 이후 남극 해류 속도가 30% 느려졌다”는 분석 결과를 ‘네이처 기후변화’ 최신호에 게재했다.

남극 바다의 수심 3000m에는 전 세계 바다를 향해 출발하는 거대한 해류가 있다. 남극 해류의 가장 큰 역할은 전 세계 바다에 산소를 공급하는 일이다. 다른 수역의 바닷물보다 남극 해류에는 산소가 더 많이 녹아 있다. 남극 해류에는 수생 생물이 섭취할 만한 영양분도 많다. 남극 해류는 바다에 필수불가결한 존재인 셈이다.

이런 남극 해류의 역할이 이미 크게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1994년부터 2017년 사이 남극 해류의 속도가 30% 줄어드는 정체 현상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남극 얼음이 녹으면서 담수, 즉 맹물이 다량 유입됐고, 이 때문에 남극 해류가 싱거워졌다는 얘기다.

물은 염분 차이를 메우려는 성질이 있어 짠 바다에서는 더 강력한 해류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남극 바다의 짠 기운이 크게 약화하면서 전 세계 바다를 향한 해류 또한 약해진 것이다.

연구진은 “남극 해류 속도가 줄어들면서 산소와 영양분이 전 세계 바다로 퍼지지 못하고 남극 심해에 고이는 현상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구 해양 생태계가 황폐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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