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고문시설·문서 찾아" vs "우크라가 포로 사살했다"

박가영 기자 2022. 11. 2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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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 가까이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상대국이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자국군의 전쟁범죄 혐의를 줄곧 부인하고 있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전쟁범죄 행위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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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 가까이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상대국이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우크라이나 편에 서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러시아는 전범을 직접 찾아내 처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의 우크라이나군 모습/로이터=뉴스1

2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이 철수한 남부 헤르손에서 고문 장소들을 발견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청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군이 사람들을 불법적으로 구금하고 잔인하게 고문한 시설 4곳을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시설에서는 고무 곤봉과 나무 배트, 전기 고문 장치 등 고문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기구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헤르손은 우크라이나의 주요 항구 도시로, 친러 반군이 점령한 돈바스(루한스크·도네츠크주) 지역과 크름반도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다. 러시아는 침공 초기부터 헤르손에 공세를 퍼부었으며 지난 3월 이 도시를 점령했다.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9일 러시아군의 철수로 8개월 만에 헤르손을 되찾았다.

우크라이나 검찰청은 러시아군이 고문시설을 관리한 것을 증명해줄 문서도 함께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감방과 지하철에 갇힌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의 고문과 신체적·정신적 폭력에 시달렸다"고 강조했다. 드미트로 루비네츠 우크라이나 의회 인권위원은 현지 방송에서 "수천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헤르손 고문시설에서 고문을 당했다"며 "청소년 수용소도 별도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전쟁이 시작된 이래 고문을 비롯해 민간인 학살, 성폭력 등 러시아군의 점쟁범죄 의혹은 꾸준히 불거져왔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전쟁 범죄 사건 수사팀을 꾸려 조사를 진행, 러시아군을 전범 재판에 세우고 있다. 첫 전범 재판에서 민간인을 살해한 러시아 병사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도 우크라이나 측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미 국무부는 러시아군이 전쟁 현장에서 조직적으로 전쟁범죄를 벌이고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베스 반 샤크 유엔 주재 미 국제형사사법 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이 배치된 우크라이나 모든 지역에서 조직적 전쟁범죄가 자행되고 있다는 증거가 늘고 있다"며 "수천 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납치해 강제 이주시키고, 신체적·심리적으로 학대했다는 점을 묘사한 설득력 있는 보고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나토는 러시아군의 전쟁범죄를 심판할 특별국제재판소 창설을 촉구하고 있다. 나토 회원국들은 이날 나토의회연맹 총회에서 △러시아를 테러국가로 지정할 것 △러시아가 저지른 전쟁범죄 기소를 위한 국제재판소 설립을 위해 집단행동에 나설 것 등의 내용이 담긴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자국군의 전쟁범죄 혐의를 줄곧 부인하고 있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전쟁범죄 행위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루한스크주 마키이우카를 탈환하는 과정에서 투항한 러시아 병사들을 즉결 처형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확산했다. 영상은 이달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은 우크라이나의 이같은 전쟁범죄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확보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가 전쟁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찾아내야 한다는 건 말할 필요가 없다. 그들을 추적해 처벌할 것"이라며 "관련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국제적 사법 메커니즘의 틀 안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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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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