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텍의 기술력을 총 결산하는 상징적인 AVR

Powertek
AVR-5000 Eastern

AVR-5000 이스턴(Eastern)은 파워텍의 AVR 역사를 총 결산하는 상징적인 기종이다. 기존의 5000 시리즈 제품과 비교해 내부 설계는 이미 완성되어 있기 때문에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그러나 핵심인 트랜스에서 코일과 코어를 고급화해서 실제 용량이 20%나 더 증가했다. 지금도 넉넉한 터에 더 한층 대용량 제품이 된 것이다. 그리고 전면과 상·하판 알루미늄 패널도 대폭 강화되어 진동 방지에 거의 완전체에 가까워졌고 임피던스 매칭에도 최적화가 이루어졌다. 게다가 이미 미려하기 짝이 없는 외관을 더욱 다듬고 골드 마크까지 부착해 놨고, 알루미늄과 베어링이 조합된 진동 방지 발 장착, 전용 전원 케이블 쳐짐 방지 장치 장착 등 개선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지금 국내에서는 상당히 까다로운 오디오 마니아라고 할지라도 AVR을 구입해야 할 때는 파워텍의 제품이 1순위이다. 언젠가 오디오 마니아 일당이 모여 잡담이 벌어졌을 때 AVR이 거론되었는데, AVR 사용자는 전원 일치 파워텍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던 적도 있다. AVR만큼은 이미 오래전에 파워텍이 국내 시장을 평정했다. 그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물론 오디오 마니아들이 애국심이 강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여자들이 해외 명품 액세서리에 목을 매듯이 오디오 마니아들도 애국심이 거의 없다. 거의 맹목적으로 해외 제품에 목을 맨다. 다행히 근래에는 진공관 제품을 비롯해 국산 제품의 품질이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을 받아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런 와중에도 파워텍의 AVR은 출시 직후부터 수입산을 제압하고 곧장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완벽한 만듦새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 꾸준히 개선이 이뤄졌다. 콘센트를 탁월한 음질로 유명한 독일제 베커(Berker) 제품으로 개선하고, 필터도 채널별로 증가시켰으며, 특허 제080802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투입해 정밀한 조절로 오차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등 현재는 초기 제품에 비하면 몇 갑절 성능이 올라갔다. 이제 동사 제품은 당연히 오차가 극히 적으며, 빠른 반응 속도와 제로 크로싱(Zero X-ing) 원리의 절환 방식을 채용한 가장 진보적인 AVR이며, 세계적으로도 이에 맞설 만한 AVR은 없다시피 하다.

당연한 현상으로 지금은 어떤 수입사라고 해도 해외에서 AVR을 들여올 생각은 없다. 한두 기종 들어오기는 했지만 시장에서 존재를 알리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것이 몇 해 전 일이다. 파워텍과 맞서서 승산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파워텍의 활약상이 고무적인 것은 맹목적 해외파라고 해도 제품만 뒷받침되면 국산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그 테스트 케이스를 증명해 줬다는 점이기도 할 것이다.

대체 AVR이 그렇게 필요한가? 요즘 젊은 세대라면 아마 그런 질문도 나올 터이다. 요즘은 국내 전기 사정이 꽤 좋아졌지 않은가. 내가 사는 곳은 2000년 초반에 새로 단지가 조성된 곳이라 당연히 전기 사정이 좋다. 그러나 평일 오전에는 225V까지도 올라가는데 밤이 되면 10V 정도가 떨어진다. 이상하게도 휴일이 되면 낮에도 220V가 안 나온다. 이것이 좋아진 전력 사정의 현재 실상이다. 발전소에서 아무리 정상적인 전기를 흘려보내고 중간에는 무수한 변압기를 설치해도 도시 지역에 획일적인 220V가 공급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셈이다. 다행이 국내 LS전선에서 거리가 멀어도 손실이 없는 초고전도 케이블이 개발되었다는데 앞으로는 기대해 볼 만하다.

현재 산자부에서 전압 허용 오차는 220V에서 13V, 110V에서는 6V 안팎이다. 그런데 이것은일반적 전열 장치 등에 적용된 수치이다. 실험실이나 병원 수술실, 정밀 기기를 사용하는 곳에서는 어림도 없는 수치이다.

내 체험이지만 오래전 컨버터 한 개를 중고로 구입했는데, 낮에는 이상이 없다가 밤이면 험이 심해서 음악을 들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고장으로 판단, 반품하기로 결정하고 문득 뒤를 살펴보니 240V 제품이었다. 비로소 세계에는 240V 사용 국가도 많다는 것을 알았다. AVR을 투입하니 험은 즉시 소멸되었다. 턴테이블, D/A 컨버터에 가장 효과가 좋고 고급 진공관 앰프에도 필수적, 고가 앰프라면 앰프 가격의 몇 분의 1 정도 가격이니 AVR은 아직도 필수품인데, 저가 인티앰프나 스트리밍 시절이 되어 놓으니 인식이 다소 떨어진 시절인 것 같다. 시청기는 당연히 220V(4구) 외에 일본 전압인 110V(2구 - 가변), 유럽 사용 제품의 230V(6구)에 모두 대응한다. 수제품 제작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240V 용도로 개조도 가능하다.

AVR은 음질과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는 분이 있다면 본 기종을 한 번 들어 볼 일이다. 나 역시 예상하지 않았던 소리를 들었다. 현 독주곡이 나긋하고 깊어지는 음감에 놀랐다. 깨끗하고 섬세·단정해지며 흔들림이 없이 굳건한 안정감은 누구라도 느낄 수 있는 변화점. AVR을 전력의 안정성, 기기 보호 등으로만 생각해 왔다면 그 생각은 획기적으로 변할 것이다. 앰프 이상의 멋진 사운드 상승을 체감할 수 있는 대단한 제품이다. 글 | 김남

제조원 파워텍 (02)702-1212
가격 1,2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