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퇴 하루 만에 복귀 청원
‘아베 감독을 복귀시켜야 한다.’
자진 사퇴 하루가 지났다. 하지만 여론이 뜨겁다. ‘잘못된 일이다.’ ‘다시 돌려놔야 한다.’ 그런 주장이 빗발치고 있다.
NPB(일본 프로야구) 명문 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전 감독 아베 신노스케(47)에 대한 얘기다.
급기야 온라인 청원이 펼쳐진다.
‘change.org Japan’에서 서명 운동이 시작됐다. 개설 몇 시간 만에 뜨겁게 달아오른다. 27일 밤 10시 현재 8만 명 가까이 동참했다.
일반 팬들만이 아니다. 사회적인 유명 인사들도 속속 합류한다. ‘고질라 시리즈’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야마자키 다카시(60)도 포함됐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야구는 잘 모른다. 하지만 이 사건은 AI에 현혹된 인류라는 시각에서 봐야 한다. 인간의 힘으로 원래대로 되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부야의 월요일 밤
사건 개요는 이렇다.
게임이 없는 월요일(5월 25일) 저녁 때다. 도쿄 시부야의 한 가정집이다. 특히 외교관들이 많이 사는 고급 아파트 단지다.
잠시 소란스럽다. 남성의 큰 고함소리가 새어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의 흘렀다. 순찰차 1대가 도착한다. 경찰이 문제의 집으로 찾아간다.
몇 마디 대화가 오간다. 그러더니, 건장한 남성 한 명이 연행된다. 경찰서로 옮겨 추가 조사를 받기 위해서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진다. 시부야 경찰서에 기자들이 몰리기 시작한다. 줄잡아 50여 명이 모인다. 생중계를 준비하는 TV 방송국도 있다.
몇 가지 사실이 흘러나온다. ‘아베 감독이 체포됐다.’ ‘가정 폭력 혐의다.’ ‘딸에게 손찌검을 한 것 같다.’ 등의 수군거림이 들린다. 일부는 긴급 속보로 처리되기도 한다.
조사는 몇 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자정이 넘어서야 끝났다. 이미 일본은 발칵 뒤집힌 상태다.
다음 날(26일) 오전이다. 기자회견이 열린다. 아베 감독이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등장한다. 그리고는 이렇게 밝혔다.
“가족 문제로 많은 팬과 관계자에게 큰 폐를 끼쳤다. 무엇보다 전통이 깊은 요미우리 구단에 먹칠을 한 것에 대해 깊이 사죄한다. 오늘부로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
회견은 잠깐 중단되기도 했다. 감정이 복받치는 듯 울먹이는 모습도 보였다.
요미우리 구단 92년 역사에 처음이다. 시즌 중 감독 경질이라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하시가미 히데키 코치가 당분간 대행을 맡기로 했다.

딸의 편지
여론이 바뀐 계기가 있다. 딸의 편지다. 그러니까 가정 폭력의 피해자인 셈이다. 올해 18세, 고교 3학년이다.
아버지의 기자회견에서 전문이 낭독됐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아버지는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순전히 내 의지로 편지를 쓰고 있다. SNS나 언론 보도에 사실과 다른 점이 나오고 있어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시의 상황에 대한 설명이다.
“아버지에게 이렇게 크게 혼이 난 것은 처음이다. 휴대폰을 켜고 AI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아동상담소에 전화를 하면 익명으로 통화할 수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상담사와 연결됐고, 얘기를 나눴다.”
이후는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다.
“그게 전부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경찰이 오더라. 그걸 보고 내가 가장 놀랐다. 아버지가 눈앞에서 끌려가는 모습을 보고, 울음이 터졌다.”
반성하는 내용도 있다.
“소란스럽게 만들고, 걱정을 끼치고, 큰일이 된 점에 깊이 반성하고 있다. 아버지와는 이미 화해했다. 다친 곳도 없고, 건강도 괜찮다. 괜한 비방이나 중상은 그만해 주셨으면 좋겠다.”

열흘 전 사건의 영향
사건이 커진 이유가 있다. 보통이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왜 그랬을까? 몇 가지 추론이 제시된다.
일단 아동상담소를 거친 과정이다. AI는 ‘익명으로 할 수 있다’고 알려줬다. 하지만 통화 내용에 따라 다르다. 아마도 당시는 흥분 상태였을 것이다. 그래서 다소 과장된 표현이 동원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상담원이 느끼는 심각성은 다르다. 이 사실을 해당 지역 경찰에 알려야 한다. 그게 정해진 절차다.
현행범 체포 역시 비슷하다. 일반적으로는 흔하지 않다. 경찰은 현장을 방문해서 상황을 살피게 된다. 피해자와 면담하고, 주변 사람들의 얘기도 듣는다.
하지만 과거의 (신고) 이력도 없다. 다친 사람도 없다. 위험하거나, 심각한 지경은 아니다. 그런 판단이 들면, 정리하고 철수하는 게 보통이다. 아마도 당시의 상황도 그랬을 것이다. 딸의 편지에도 그런 내용이 포함됐다.
그런데 굳이 경찰서로 연행했다.
이유가 있다. 10여 일 전이다. 유사한 일이 있었다. 가정 내 폭력 사건(마치다 아동 폭행 사건)인데, 큰 사고로 이어졌다. 경찰의 초기 대처가 미흡했다는 여론의 질타가 쏟아졌다.
아마도 그 일의 여파가 아닌가. 전문가들의 그런 진단도 있다.
아베 감독의 성격도 있다. 남성적이고, 직선적이다. 게다가 무척 솔직한 타입이다.
웬만한 잘못에 대해서는 해명도 하지 않는다. 그냥 순순히 인정한다. 조사받을 게 있으면, 받겠다. 그런 식이다. 현행범으로 처리될 조건을 갖춘 셈이다.

일본 사회 “이게 다 AI 탓”
물론 아베 감독은 비판도 많이 받는다. 우리 식으로 하면 ‘꼰대’ 기질 때문이다.
그는 강한 조직 문화를 주장한다. 스파르타식 훈련을 신봉한다. 2군 (감독) 시절에는 유난히 심했다.
패하면, 버스에도 태우지 않는다. 달리기로 숙소에 복귀해야 한다. 혹독한 환경을 이겨내야, 일류가 된다는 믿음이 강했다.
술 문제도 말이 많았다. 매일 마신다는 소문이다. 사건 날에도 마찬가지다. 술냄새가 풍겼다. 경찰 조사 때 음주 측정이 이뤄졌다. 양성 반응이었다.
이런 이미지들의 영향이 있었다. ‘가정 폭력’, ‘현행범 체포’…. 이런 키워드들이 초기에 회자됐다. 대중들은 ‘기어이…’, ‘어쩐지…’ 같은 막연한 상상력에 갇히기 마련이다.
그러나 하루 만에 여론이 뒤바뀐다. 일본 사회는 이런 반응이다.
집 안에서 일어나는 흔한 일이다. 폭행 정도가 심한 것도 아니다. 큰 소리로 꾸지람하고, 밀친 게 전부다. 넘어졌다고 하지만, 다친 곳도 없다.
그런데 일이 커졌다.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게 모두 AI 탓이다. 인간 사회는 아직 준비가 덜 됐다. 그런데 일상에 너무나 깊이 파고들었다. 그래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겪게 된다. 그런 문제의식이 급격히 대두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친구로 둔 18세 여고생과 40대 아버지.
직장의 최고 결정권자인 구단주 야마구치 도시카즈(69)는 기자로 평생을 보냈다. 가장 보수적이라는 요미우리 신문 출신이다.
그는 한 마디로 이 사건을 정리한다.
“나도 딸이 쓴 편지를 읽어봤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두 가지는 변함이 없다. 폭력을 행사했고, 그로 인해 경찰에 체포됐다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