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20승 단 1승 남았다…김가영, 스롱과 결승 격돌 확정

'당구여제' 김가영(하나카드)이 2026-27시즌 2차 투어 하이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 무대에 올랐다. 9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 그랜드호텔 컨벤션타워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김가영은 직전 대회 챔피언 이미래(하이원리조트)를 세트스코어 3-1(7:11, 11:3, 11:7, 11:3)로 제압했다. 이번 결승에서 맞붙게 될 상대는 권발해(에스와이)를 3-1로 꺾고 올라온 스롱 피아비(캄보디아·우리금융캐피탈). 이 한 판에는 두 가지 역사적 기록이 동시에 걸려 있다. 프로당구(PBA·LPBA) 통합 사상 최초의 20승 고지, 그리고 여자부 최초 누적 상금 10억 원 돌파다. 단순한 토너먼트 결승이 아니다. 한국 당구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가 쓰일 수도 있는 자리다.

김가영의 이번 결승 진출은 단발성 호성적이 아니다. 지난 시즌 왕중왕전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제주 월드챔피언십'을 제패한 그는 2026-27시즌 개막전인 '우리금융캐피탈 챔피언십'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통산 19번째 LPBA 투어 우승을 확정했다. 그리고 불과 몇 주 만에 다시 결승 무대를 밟았다. 두 대회 연속 우승에 이어 세 번째 연속 우승까지 노리는 상황이다.

LPBA 투어가 출범한 이후 단일 선수가 세 대회 연속으로 결승에 오른 사례 자체가 흔치 않다. 그것도 매번 우승까지 이어졌다면 더욱 드문 일이다. 19승이라는 숫자가 이미 경이적이지만, 김가영은 멈추지 않고 20승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지평을 향해 가고 있다.

이번 대회 결승 상대인 스롱 피아비 역시 LPBA를 대표하는 선수다. 캄보디아 출신으로 국내 프로 투어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해온 그는 이번 시즌에도 강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두 선수의 맞대결은 이미 여러 차례 결승에서 성사된 라이벌 구도로, 팬들 사이에서는 LPBA 최고의 대결 구도 중 하나로 꼽힌다.

준결승 상대였던 이미래는 직전 대회 챔피언으로서 높은 기대를 받고 있었다. 소속팀 하이원리조트의 홈 구장이라 할 수 있는 정선에서 열린 경기였기에 심리적 이점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김가영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경기 초반 흐름은 이미래 쪽이었다. 김가영은 1세트를 7:11로 내주며 불리한 출발을 했다. 8이닝 만에 세트를 헌납한 것으로, 이미래의 안정적인 운영에 흔들린 모습이었다.

그러나 2세트에서 반전이 시작됐다. 김가영은 단 2이닝 만에 하이런 10점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단숨에 뒤집었다. 2세트 최종 스코어는 11:3, 단 5이닝 만에 승리하며 세트스코어를 1-1로 균형을 맞췄다. 하이런 10점은 한 이닝에 연속으로 10점을 득점한 것으로, 당구에서 경기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 장면 중 하나다. 이 순간을 기점으로 김가영은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3세트는 팽팽했다. 3:3 동점 상황이 5이닝까지 이어지며 어느 쪽도 쉽사리 앞서지 못했다. 그러나 바로 그 5이닝에 김가영이 6점 장타를 작렬, 순식간에 9:3으로 달아났다. 6이닝과 8이닝에 각각 1득점씩 추가하며 최종 11:7로 3세트를 따냈다. 세트스코어 2-1,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왔다.

4세트에서 김가영은 결정타를 날렸다. 3:2로 앞선 6이닝부터 2-2-4 연속 득점을 기록해 11:3으로 세트를 마무리했다. 세트스코어 3-1, 역전 완승이었다. 1세트를 내준 뒤 3세트를 내리 가져오는 깔끔한 마무리였다.

같은 시간 반대쪽 준결승에서 스롱 피아비는 권발해를 3-1(11:7, 11:10, 10:11, 11:□)로 제압했다. 2세트에서 11:10이라는 아슬아슬한 스코어로 승리했고 3세트는 내줬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결승 티켓을 확보했다. 우승 상금은 4,000만 원이다.

이번 결승이 단순히 '또 하나의 우승 도전'으로 읽히지 않는 이유는 숫자들의 무게 때문이다. 20승은 숫자 그 자체보다 의미가 크다. PBA와 LPBA를 통틀어 어떤 선수도 이 숫자에 도달하지 못했다. 여자부 단독 기록으로도 전례가 없다. 김가영이 20승을 달성하면 그것은 비교 대상 없이 독보적인 수치가 된다.

여기에 누적 상금 10억 원이라는 또 다른 기준선이 겹친다. 두 기록이 같은 무대에서, 같은 경기에서 동시에 달성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타이밍의 일치는 우연처럼 보이지만,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결승을 밟아온 김가영의 일관된 성적이 만들어낸 결과다.

이미래를 상대로 보여준 역전의 패턴도 흘려볼 수 없다. 1세트를 내주고도 흔들리지 않고 2세트에서 하이런 10점으로 곧바로 반격한 것, 3세트 동점 상황에서 6점 장타로 단숨에 승부처를 만든 것. 단순한 기술적 우위가 아니라 상황 판단과 멘탈의 안정성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10점짜리 하이런을 2이닝째에 터뜨린 것은 더더욱 인상적이다. 1세트 패배 직후, 즉 심리적으로 가장 취약할 수 있는 순간에 가장 강한 플레이를 꺼냈다.

결승 상대인 스롱 피아비 역시 가볍게 볼 수 없다. 권발해를 상대로 2세트에서 11:10의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두면서도 4세트까지 집중력을 유지한 것은 경험에서 나오는 내성이다. 스롱은 과거 김가영과의 맞대결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온 선수로, '복수전'을 벌이는 입장에서 동기 부여 역시 충분하다.

다만 현재 흐름은 분명히 김가영 쪽에 있다. 시즌 연속 결승, 연속 우승 도전, 거기에 역사적 기록까지 뒷받침되는 상황이다. 선수가 역사적 기록에 근접할수록 오히려 부담이 가중되는 경우도 많지만, 김가영은 개막전 우승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곧바로 다음 결승까지 진출했다. 이 리듬이 결승에서도 유지된다면, 당구 역사는 새로운 장을 열게 된다.

결승전, 김가영은 20승과 누적 상금 10억 원이라는 두 가지 기록을 동시에 완성할 기회 앞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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