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 노후를 준비하는 비법

마흔이라는 나이를 불혹이라고 하는데 공자가 말한 불혹(不惑)의 사전적인 뜻은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재무분야에 관해서는 동의할 수 없는 표현이다. 요즘 40세의 나이는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10년 남짓으로 대리에서 과장 정도의 직급이고, 결혼하여 어린 자녀를 두었거나 만혼을 준비하는 시기다. 일반적으로 아직 내 집 장만을 하지 못한 경우도 상당하지만, 빚 없이 부동산에 투자하기는 더욱 어려운 나이다. 대부분의 마흔 살은 여전히 청약통장을 붙들고 있거나 연말정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절세형 금융상품에 치중하느라 노후준비는 생각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늦은 것은 아닐까

마흔의 나이에 정년 또는 은퇴를 재무적으로 준비하는 것은 어쩌면 사치일 수도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아직 집도 없고 승용차도 중고로 구입하는 등 열악한 재무 상황을 무시하고 건너뛰어 올 것 같지 않을 20년 후 노후자금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그래서 마흔 살의 노후준비는 플래닝의 첫 단추를 끼우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노후생활비, 얼마만큼 준비되었나

통계청에서 2021년에 조사한 노후생활비 통계에 따르면 부부 기준 최소 노후생활비로 198만원, 적정 노후생활비는 277만원으로 나타났다. 사실 노후생활비는 매년 발표될 때마다 물가 상승분만큼 상승하게 마련이다. 앞으로 20년 이후와 그로부터 40년간의 노후생활비는 지금보다 최소 두 배 이상이 되지 않을까? 특히 여가문화가 포함되는 웰빙 노후생활비는 예측하기도 힘들 정도의 많은 금액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마흔에 예순의 노후생활비 규모를 준비하면 준비하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

지금부터 어떤 자산을 증식시켜야 할까?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은 소득 활동을 꾸준히 한다면 언젠가 은퇴 시점에 훌륭한 노후대책이 될 것이지만, 지금 당장 미리 완납할 수도 없고 수령금액을 맘대로 늘릴 수도 없다. 무언가 공적연금 플러스의 노후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어떤 것이 좋을지 수천 명의 재무상담과 노후준비 컨설팅을 해 본 경험에 기반하여 다섯 가지로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❶ 지금까지의 투자 성공 경험을 과신하지 말자

20~30대에 우연히 주식이나 파생상품처럼 고위험 상품으로 돈을 벌었다면 실력이 아닌 행운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투자 분야에서 30년 이상 거의 목숨 걸고(?) 금융과 부동산 투자에 집중했던 전문가들도 결국 자산 시장에는 정답이 없다고들 한다. 젊은 나이에 작은 투자 성공 경험이 늦은 나이에 거액의 투자 실패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면 안 된다.

따라서 지금부터 조금씩 고위험 자산의 비중을 줄여나가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길 권한다. 퇴직연금처럼 노후준비를 전문으로 하는 상품 가운데는 TDF(Target Date Fund) 투자방식이 있다. 투자자의 은퇴 시점(Target Date)에 맞추어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투자 비중을 자산 배분 곡선(Glide Path)에 따라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산 배분 펀드다. 한마디로 은퇴 시점까지 고위험 상품의 비중은 점점 낮추어 결국 제로에 가깝게 만들어 노후생활비의 안정성을 확보해 나가는 방법이다.

❷ 자녀교육비, 자녀 진로와 연계하여 지출하든지 아니면
지출하지 말자

마흔의 나이에 학령기 자녀가 있다면 사교육비 부담이 커지기 시작한다. 요즘은 일류대를 졸업해도 자기만의 캐릭터와 열정이 없으면 취업이나 창업도 쉽지 않다. 사교육의 목표를 명문 대학 진학이 아닌 자녀의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하고 관련 분야의 현장체험 등 실전적인 사교육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 요즘엔 일류 대학 진학과 별도로 국가고시 준비를 하는 사례도 종종 볼 수 있다. 현실적인 사교육비의 목적은 원하는 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해서인데, 정작 자녀가 대학 졸업 후에 백수가 되든지 학벌과 무관한 고시준비를 새롭게 시작한다면, 결과적으로 본인의 노후자금이 낭비된 것이다. 사교육비를 거의 지출하지 않는 일본에서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20세기 이후 29명이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녀를 다 키우고 나서야, 의미 없이 써버린 교육비를 후회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소득의 일부를 연금저축, 개인형 퇴직연금과 같은 금융자산을 차곡차곡 모으는데 지출해 보자.

❸ 은행 적금처럼 달러와 금으로 적금을 들자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역동적이지만 원화의 힘이 약한 소규모의 자본주의 국가다. 그래서 글로벌 경제 위기가 오면 우선적으로 피해를 입는다. 즉 국내 원화 표시 자산의 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이다. 과거 IMF 외환위기 때 막강한 달러가 헐값이 된 주택이나 주식 등 원화 자산을 반값으로 사서 큰 수익률을 올린 사례가 있다. 마흔부터 외화자산에 관심을 가져보자. 달러와 금에 조금씩 적금 형태로 투자해 놓으면, 환율 변화가 오히려 고수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노후기에는 해외여행이나 해외 거주의 기회가 많아질 것인데 외화자산이 많으면 자산 가치의 변화와 환전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❹ 부채는 우량자산에만 발생시키자

우리나라는 부채로 일구어낸 자산 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계부채와 기업 부채 그리고 국가부채를 합치면 5천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관련 이자 금액만 해도 엄청난 규모다. 부채 원리금에 치이면 삶의 질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이고 노후준비도 불가능해진다. 부채를 이용해 재테크를 하는 것은 좋지만, 언제든지 부채를 갚을 수 있으려면 환금성이 우수한 우량자산에만 부채를 활용해야 한다. 소위 마이너스통장과 같은 신용대출은 소비할 땐 좋아도 연기와 같아서 만기가 되면 오직 고된 노동력으로 갚아야 한다. 상환하지 못하면 부채로 부채를 갚아나가는 악순환이 발생하여 노후를 맞이하기 전에 파산을 먼저 맞이할 수도 있다.

❺ 농지연금, 부족한 노후의 기회 될 수도!

필자는 많은 은퇴 준비를 겨냥한 재무상담을 진행할 때 꼭 소개하는 연금이 있다. 바로 농지연금이다. 농지연금은 농부가 아닌 사람도 5년 이상 영농경력을 쌓고 1,000㎡ 이상의 농지를 보유한 상태에서 만 60세가 넘으면 평생 국가가 책임지고 연금을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운영하는 농지은행 홈페이지 www.fbo.or.kr에 접속해 보면 공적연금 중에서도 가성비가 좋은 농지연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노후에는 농사를 짓거나 공기 좋고 물 좋은 시골에 살고 싶다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요즘엔 젊은 세대도 주말이 되면 한적한 시골 카페를 찾아가고, 농촌마을로 한달살이 여행을 가는 등 시골 라이프에 관심을 가진다. 이 같은 추세로 볼 때, 농지연금은 같은 자산 금액의 주택연금에 비하여 월등히 가성비가 좋은 노후준비 시스템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까지 아파트에만 관심을 가졌다면 이제부터는 농지에 관심을 가져보자. 노후준비 목적이기도 하지만 젊은 시절에 구입해 둔 농지가 후일 고가의 부동산으로 변한다면 노후준비에 보너스가 될지도 모른다.


유평창 평생자산관리연구소 소장 ※ 머니플러스 2023년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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