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 DCM] SK증권, 호실적 절반은 SK그룹 덕 [넘버스]

서울 여의도 SK증권 본사 전경. /사진 제공=SK증권

SK증권이 지난해에도 국내 증권사들 가운데 다섯 번째로 많은 공모 회사채 인수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분야의 톱5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대의 성장률을 찍으며 눈에 띄는 약진을 벌인 모습이다.

다만 SK그룹 계열사에서 받은 공모채 물량이 더 불어나 3조원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이제 이들에게 실적의 절반 이상을 기대게 된 현실은 SK증권이 풀어야 할 숙제가 되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증권신고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청약일 기준 지난해 공모로 발행된 회사채 가운데 SK증권이 인수한 금액은 5조8745억원으로 국내 증권사들 중 5위를 차지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11.7% 늘어난 액수다.

이는 청약일이 지난해 중이었던 일반 회사채를 비롯해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 증권까지 집계한 실적이다. 자산유동화증권이나 담보부 발행, 그리고 이외에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은 거래는 제외했다.

이로써 SK증권은 DCM에서 4등 증권사 자리를 유지했다. SK증권은 2024년에도 △KB증권(11조5480억원) △NH투자증권(11조1815억원) △한국투자증권(8조7408억원) △신한투자증권(7조3615억원) 다음으로 많은 8조7408어치의 공모채 인수 성적을 거뒀다.

성장세는 남달랐다. 시장의 전반적인 추이에 비해 훨씬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조사 대상 공모채의 총 발행량은 73조68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늘어난 정도였다.

특히 상위 증권사들과 비교해 보면 이런 흐름은 더욱 눈에 띄는 수준이다. SK증권을 포함한 공모채 인수액 상위 5개 증권사 중 지난해 관련 실적이 10% 넘게 증가한 곳은 SK증권이 유일했다. 우선 신한투자증권과 KB증권의 성장률은 각각 2.0%와 1.4%에 머물렀다. 한투증권과 NH투자증권은 오히려 각각 11.3%와 9.4%씩 역성장했다.

다만 SK증권이 이처럼 DCM 영역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SK그룹이 자리하고 있었다. 실제로 SK증권이 지난해 인수한 공모채 물량 가운데 SK그룹 계열사에서 발생한 금액은 3조3185억원에 달했다. 1년 새 27.3% 더 확대됐다.

그러면서 SK그룹에 대한 의존도 역시 더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SK증권의 공모채 인수량에서 SK그룹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49.6%에서 56.5%로 6.9%p 오르며 50%를 돌파했다.

문제는 SK증권이 SK그룹 식구가 아니게 된 지도 벌써 8년이 다 돼가고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SK 브랜드를 쓰는 상징성 아래서 회사채 발행과 인수 등에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홀로서기의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

SK증권이 SK그룹 계열사에서 제외된 건 2018년 7월이었다. 당시 모회사이자 SK그룹의 지주사인 SK㈜가 SK증권 지분을 J&W파트너스에 매각하면서였다. 이에 SK증권은 1992년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26년 만에 계열사에서 제외됐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SK증권의 DCM 실적이 불어난 건 자금 조달 수요가 확대된 SK그룹의 상황과 맞닿아 있다"며 "확실한 대기업 고객을 갖고 있다는 건 증권사에게 큰 강점이지만, 지나친 쏠림은 잠재적 리스크일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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