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청소년 우울증, ‘사춘기의 한때’로 넘겨서는 안 된다

김남진 서청주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2026. 2. 2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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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남진 서청주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최근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청소년들 가운데 "그냥 사라지고 싶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표현을 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어른들은 이를 사춘기의 일시적 감정기복으로 여기곤 한다. 청소년 우울증은 성장통이 아니라, 조기에 발견하고 개입해야 할 중요한 정신건강 문제다.

질병관리청과 교육부가 공동으로 실시하는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결과는 이러한 현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최근 12개월 동안 2주 이상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픔이나 절망감을 경험한 '우울감 경험률'은 27.7%로 나타났다. 이는 청소년 4명 중 1명 이상이 심각한 수준의 정서적 고통을 경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자살 생각률 역시 약 12~14% 수준으로, 청소년 7~8명 중 1명이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한 통계를 넘어 실제로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중요한 경고 신호다.

한편, 「2025년 충북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실태분석 및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충북 지역의 우울감 경험률은 29%로, 전국 평균(27.7%)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우울증은 성인과 다르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눈에 띄는 슬픔보다는 짜증, 분노, 무기력, 학업 의욕 저하, 수면 변화, 신체 통증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요즘 왜 이렇게 예민하니?"라는 다소 비난의 뉘앙스가 아니라 아이가 말하지 못한 마음을 먼저 읽어야 한다. 특히 스마트폰 과의존, 또래 관계 갈등, 학업 스트레스, 가정 내 갈등은 우울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또한 청소년기는 정체성을 형성하는 시기다. 또래의 인정, 성취 경험, 관계 속 소속감은 정서 발달의 중요한 기반이 된다. 그러나 반복된 실패와 비교 경험은 자존감을 급격히 약화시키고, SNS 공간에서의 과도한 비교와 배제 경험은 우울과 불안을 더욱 심화시킨다. 겉으로는 친구가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정서적으로는 깊은 고립감을 경험하는 청소년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보다 '문제행동'이 아니라 '감정'을 먼저 묻는 태도가 필요하다. 성적이 떨어진 이유를 따지기 전에 "요즘 마음은 어때?"라고 물어야 한다.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충분히 들어주는 시간이 우선이다. 청소년은 조언보다 공감을 통해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감각을 느낄 때 비로소 마음을 연다. 그리고 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일상 기능이 눈에 띄게 저하된다면, 전문기관의 평가와 도움을 받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상담과 치료는 낙인이 아니라 회복을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이다.

이러한 노력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 공동체의 협력으로 이어져야 한다. 학교와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촘촘한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동시에 가정은 가장 가까운 보호망으로서 아이의 일상 변화를 세심하게 살피고, 감정을 안전하게 받아주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거창한 해결책보다 중요한 것은 "왜 그러니"가 아니라 "많이 힘들었구나"라는 공감이 먼저일 때 아이는 비로소 마음의 문을 연다. 식사 시간의 짧은 대화, 표정과 수면 변화에 대한 관심 같은 일상의 신호가 조기 발견의 출발점이 된다.

청소년 우울증은 '사춘기의 한때'로 지나가는 문제가 아니다. 이해받지 못한 감정이 오래 쌓일 때 마음은 병이 된다. 위기 상황에서의 신속한 개입은 생명을 지키고, 조기 지원은 회복의 시간을 앞당긴다. 아이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 따뜻하게 응답하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방향이다. 지금 우리의 관심과 경청이 한 아이의 오늘을 지키고, 그 아이의 내일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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