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웨이 타고 유럽 모녀여행, 여행기자의 내돈내산 솔직후기

손고은 기자 2024. 10. 10. 10: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9월8일~16일 일정으로 로마를 다녀왔다. 저비용항공사(LCC)인 티웨이항공을 타고. 기내식은 나오나? 좌석이 좁거나 불편하진 않을까? 혹시라도 출발이 지연되면 어쩌지? LCC 타고 장거리 비행, 정말 괜찮은 걸까? 인천-로마의 여정을 티웨이항공으로 결정하는 과정부터 집에 돌아오는 날까지, 물음표로 가득했던 티웨이항공 인천-로마 노선 탑승기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5월 인천-자그레브를 시작으로 로마(8월), 파리(8월), 바르셀로나(9월)에 취항한 데 이어 10월 프랑크푸르트까지 차례대로 유럽 노선을 확대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을 타고 9월8일부터 16일까지 인천-로마 여행을 다녀왔다. 사진은 9월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을 앞두고 있는 티웨이항공 A330-200 / 손고은 기자 

●대한항공의 반값…그래도 망설인 이유

60대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로마 가족여행을 계획했다. 9월8일부터 16일까지는 추석 연휴를 일부 포함한 기간이라 대부분의 항공권 가격은 다소 상향된 상태였다. 경유 항공권은 선택지에 없었고, 직항을 운항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티웨이항공을 두고 선택을 고민했다.

7월 말 인천-로마 왕복 항공권을 조회했을 당시 대한항공의 경우 이코노미 클래스 1인 기준 280만원대, 아시아나항공은 250만원대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고, 인천-로마 항공권 판매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티웨이항공은 유럽 노선 취항을 기념해 각종 프로모션을 쏟아내고 있었다. 연휴가 일부 겹쳐 초특가 프로모션 혜택을 받지는 못했지만 10% 할인이 적용돼 1인 왕복항공권 가격은 약 130만원이 됐다.

성인 가족 3명이 대한항공을 타지 않고 티웨이항공을 타면 450만원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었다. 장거리 비행이라 이런저런 기내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눈에 보이는 가격차가 너무 컸다. 고민 끝에 항공 예산을 아끼고 현지 경비를 좀 더 여유 있게 쓰기로 했다. 대신 이코노미 클래스 중에서도 조금 더 넓은 공간이 보장된 맨 앞자리 좌석을 10만원에 추가로 왕복 구매했다. 따라서 1인 왕복항공권 최종 금액은 약 150만원. 운임에는 수하물 23kg이 포함됐다.

항공권을 구매하고 나니 예상했던 대로 걱정이 시작됐다. 항공기 출발 지연과 안전성에 대한 부분이다.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에서 임차한 A330-200 기종을 로마, 파리,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노선에 투입해 운항 중인데 해당 기재는 이미 대한항공에서도 결함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진 항공기였기 때문이다. 기재 관리에 익숙하지 않았던 티웨이항공의 유럽 노선은 취항 초기부터 출발 지연에 대한 후기가 줄줄이 이어졌고, 8월 인천-파리 첫 항공편의 경우 경고등이 켜진 채로 비행한 사실이 알려지며 신뢰를 크게 잃기도 했다. 때문에 우리 가족은 혹시라도 벌어질 수 있는 출발 지연을 걱정하며 도착 이튿날까지는 투어나 레스토랑 예약도 일체 걸어두지 않았다. 이게 맞나? 출발하기 전부터 왠지 피로가 쌓였다.

9월8일 인천에서 로마로 향하는 TW405편은 항공기 정비로 탑승이 약 30분 지연됐다. 하지만 실제 로마 현지 도착 시각은 예정된 스케줄과 일치했다. 항공 스케줄은 예상 비행시간의 최대치로 고지하고 있어서다. 당일 기상, 경로 등에 따라 실제 비행시간은 달라질 수 있다. 이날 TW405편의 예정 비행시간은 (최대) 13시간40분이었으나 실제 비행시간은 12시간40분으로 변경됐다 / 손고은 기자 

● 30분 출발 지연에 희열을 느낀 사연

밤잠 이루지 못한 날들 끝에 출발 당일이 됐다. 무사히(!) 출국 수속을 마치고 게이트 앞에 도착하자 항공기 상태는 '탑승 준비'에서 항공기 정비로 인한 '지연'으로 바뀌었다. '혹시'가 '역시'로 바뀌는 순간. 게이트 앞에 주기된 비행기를 보니 그 아래로 정비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30분 정도 지났고, 예상보다 빠르게 게이트가 열렸다. 어느 정도 출발이 지연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걸까. 30분 지연에 오히려 희열을 느꼈다. 무엇이든 기대치가 낮으면 크게 실망할 일도 없다. 참고로 돌아오는 항공편은 15분 지연됐다.

이날 기내는 거의 만석으로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 손고은 기자 
앞자리 좌석은 공간이 넉넉한 편이다. 발받침용 간이 의자를 두면 붓기 완화에 도움이 된다 / 손고은 기자 

●10만원으로 확보한 공간

기내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승객들로 거의 꽉 차 있었다. 246석 중 비즈니스 세이버 클래스(2-2-2)가 18석, 이코노미 클래스(2-4-2)가 228석. 비즈니스 세이버 클래스는 완벽히 독립된 공간은 아니지만 180도 풀 플랫 베드 좌석이라는 확실한 장점이 있다. 가격대는 날짜에 따라 200만원 중후반~300만원 초중반. 대한항공 이코노미 클래스 가격으로 두 다리 쭉 뻗고 누워갈 수 있다.

이코노미 클래스는 좌석 간격 32~33인치, 좌석 너비는 18인치로 특별히 좁지 않다. 맨 앞자리의 경우 성인 여성이 다리를 쭉 뻗고도 남을 공간이 확보됐다. 발받침용의 작은 간이 의자를 둘 수도 있고 종종 일어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며 10시간 이상 장거리 비행의 피로도를 줄이는 데에도 확실한 도움이 됐다. 10만원의 효과다.

무릎 담요와 일회용 슬리퍼를 챙겨가는 게 도움이 된다 / 손고은 기자
각 좌석마다 모니터가 장착돼 있지만 VOD 콘텐츠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는다 / 손고은 기자

●기내 준비물 리스트 '빼곡'

기내 서비스는 단출하다. 그래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60대 엄마에게 준비물 리스트를 전달하며 왜 우리가 이런 것까지 준비해야하는지 설명하는 수고로움도 따랐다. 첫 번째 필수품은 담요다. 서늘한 기내에서 체온 조절용으로 필요한데 돌돌 말아 미리 준비해가는 것을 추천한다. 기내에서는 2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1회용 슬리퍼도 준비하면 발이 쾌적하다. 이건 구매할 수도 없다.

개인 휴대폰이나 태플릿에 영화나 드라마를 빵빵하게 저장해두자. 긴 비행시간의 지루함을 달랠 친구가 된다 / 손고은 기자

두 번째 준비물은 각종 콘텐츠다. 휴대폰이나 노트북, 태블릿에 영화와 드라마를 빵빵하게 채우거나 책이라도 한 권 들고 타야 한다. 기내에는 모니터가 장착돼 있지만 VOD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무용지물이다. 볼거리를 준비해가지 않으면 10시간 넘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당연히 이어폰도 필요하다. 블루투스 이어폰은 충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줄 이어폰이 콘텐츠 시청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 USB 충전기나 보조 배터리를 함께 준비해도 좋다. 그밖에 수면안대나 양말, 치약‧칫솔, 목 베개 등은 선택 사항이다. 참고로 기내의 공용 모니터 화면도 작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 비행기가 어디쯤에 있는지 위치도 확인할 수 없었다. 목적지가 어디쯤인지 모르고 가는 길은 더 멀게 느껴지는 법. 그렇지 않아도 지루한 장거리 비행이 더 지루해지는 느낌이다.

티웨이항공의 인천-로마 노선에서 제공되는 기내식 메뉴, 비빔밥. 단일메뉴로 물과 함께 제공된다 / 손고은 기자

●장거리 비행, 배고픈 건 못 참지!

기내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는 기내식 2회와 생수다. 추가로 음료나 스낵, 따뜻한 음식 등은 구매, 주문이 필요하다. 캔음료가 3,000~4,000원, 얼음을 넣고 제조한 아이스티나 커피는 5,000원으로 카페와 비슷한 수준이고 젤리‧땅콩‧과자‧맛밤‧오징어 등 스낵류가 3,000~7,000원, 맥주가 5,000원으로 편의점보다 조금 비싼 편이다. 컵라면이나 떡볶이 같은 따뜻한 간편식(6,000~8,000원)도 주문할 수 있다. 모두 1만원을 넘지 않는다.

기내식은 비빔밥, 치킨덮밥, 쇠고기 죽, 달걀 스크램블과 소시지 등과 같은 단일 메뉴로 생수 한 잔과 함께 제공된다. 작은 조각 케이크나 샐러드, 빵과 같은 사이드 메뉴는 생략됐다. 개인 취향의 차이겠지만 어차피 손이 잘 가지 않는 사이드 메뉴는 없어도 괜찮았다. 그래도 미리 준비해간 과자가 금세 심심해진 입을 달랬다. 티웨이항공 장거리 노선의 기내식은 CJ제일제당 비비고에서 메뉴 개발을 맡았는데 맛에 대한 후기가 좋은 편이었다. 확실히 익숙하고 대중적인 맛이다. 다만 기내식과 함께 맥주나 와인 한 잔을 마시고 싶다면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한다. 기내식 서비스 제공 중 음료 추가 구매는 불가하기 때문이다. 반주를 좋아하는 애주가는 결국 식사 후 캔맥주 한 캔을 추가 주문했지만, 굳게 다짐한다. 돌아오는 항공편에서는 식사가 제공되기 전 와인 한 잔(8,000원)을 미리 주문하겠다고.

로마 피우미치노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제공항의 티웨이항공 수속 카운터. 총 6개 카운터가 열려 있다 / 손고은 기자
9월15일 티웨이항공 로마-인천 항공편 수속을 위해 기다리는 탑승객들. 카운터는 비행 출발 시각 약 2시간30분 전에 오픈했다. 3시간 전부터 수속을 위해 모인 사람들로 긴 줄이 형성됐고 실제 체크인까지 1시간40분이 소요됐다 / 손고은 기자

●물음표와 느낌표의 간극

티웨이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다. 항공 운임을 적게 받는 대신 제공하는 서비스도 제한적이다. 이런저런 서비스가 크게 필요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저비용항공사를 선택하면 되고, 돈을 좀 더 쓰더라도 기내 서비스가 필요하다면 풀 서비스 항공사(FSC)를 선택할 일이다. 철저하게 자본주의적인 거래다. 풀 서비스 항공사가 제공하는 기내 서비스에 얼마를 더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 따져보면 선택은 보다 쉬워진다.

기자의 경우 티웨이항공을 선택하고 항공권만으로는 390만원을 절약했지만(앞자리 좌석을 추가 구매하지 않았다면 3인 기준 450만원을 절약했을 것이다) 비행에 필요한 정보를 찾아 해맨 시간과 각종 준비물에 따른 수고로움, 부가적으로 발생한 돈, 지연과 안전을 걱정하며 전전긍긍한 시간을 생각하면 어떤 물음표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았다. 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이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가격차가 크다면 또 고민해볼 수 있겠다는 여지가 남아서다. 절반의 확신이다. 하지만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봐온 60대 엄마는 "다음엔 다른 선택을 하겠다"라는 확고한 후기를 남겼다. 그렇지 않아도 준비할 것이 많고 변수 투성인 여행에 또 다른 변수를 더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덧붙이며. 물음표와 느낌표의 간극을 줄이는 일, 유럽 노선에 이제 막 도전한 티웨이항공이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다.

로마 글‧사진=손고은 기자

티웨이항공,저비용항공사,로마여행,유럽노선

Copyright © 트래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