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말 너무 잘하고 예뻐 일본인인줄 알았는데 한국인 인 이분
(Feel터뷰!) 영화 '보통의 가족'의 수현 배우를 만나다 -①
10월 7일 삼청동의 카페에서 지수 역의 수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수는 남편 재완(설경구)의 새 아내로 사랑이라는 둘 사이의 어린 딸을 키우며 완벽한 삶을 산다고 자부하는 인물이다. 자기 관리에 철저하며 가족 중에 유일하게 사건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다. 지수에 관한 해석과 한국 작품 참여 소감, 앞으로의 행보 등 대채로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통의 가족>은 수현의 첫 번째 한국 영화 데뷔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으로 할리우드 진출해 <이퀄스>, <다크타워: 희망의 탑>,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등 블록버스터에 출연해 인지도를 넓혔다. 최근에서 한국 작품에 주력하고 있다.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복동희,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 시즌 1,2에서 일본인 마에다 유키코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마에다의 일본어 발음이 너무 리얼해 그녀를 진짜 일본인으로 오해한 이들이 많았을 정도였다. 드라마 OTT를 넘어 영화 매체로 확장 한 수현은 허진호 감독의 작품에 꼭 참여하고 싶었다며 해와 작품에서도 가장 많은 부분이 공개되지 않은 인물이라 다르게 다뤄질 것을 기대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덧붙여 버킷리스트를 완성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본인과 멀리 떨어진 인물이 아닌 일상적인 캐릭터도 처음이기 때문. 10년 만에 찾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파격적인 드레스로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어 영화인들 사이에서 하나의 존재로 속한 게 행복했다는 소감을 밝히며 작품을 향한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지수는 순수하고 빈틈 많은 성장캐
-평소 허진호 감독과 작업해 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함께 해본 소감이 궁금하다.
“감독님과 잘 맞았다. 연륜과 나이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친근하게 고민 상담하듯이 대화를 주고 받았다. 제가 말도 많고 집요한 사람을 좋아한다. 이름 하나 부르더라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 꼼꼼함이 감동적이었다. 쉼 없이 캐릭터를 생각하는 점을 닮고 싶었다”
-‘지수’는 재완의 재혼한 상대이자, 사랑이 엄마다. 떡집 아가씨였는데 취집하게 되었다는 연경과 재규의 대화로 설명되기도 한다. 그래서 외분이 같기도 하고 겉돌아 재미있다. 허진호 감독의 디렉팅은 어땠나.
“지수는 ‘화이트’라고 했다. 중립적이면서도 가장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갖춘 인물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강한 주장으로 물들어 있지 않고 빈틈도 많아 보이는 인물이라 화이트로 잡으셨다는데 그걸 연기적으로 표현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본인은 지수를 어떻게 접근했나.
“무감각한 어린 세대와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윗세대 사이 낀 세대의 답답함도 표현하려고 했다. ‘나도 저럴 수 있을 거 같다’라고 이해하며 캐릭터를 잡아갔다. 지수는 감정보다 이해를 따른다. 자기 위치를 명확히 알고 의붓 딸 혜윤(홍예지)에게는 노력하고 남편 재완에게는 서포트한다. 가족 구성원에게 받는 미움 포인트도 잘 알고 있으나 늘 공감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연경의 모습도 이해하는 거다.
아이들의 사건을 접했을 때 ‘나라면’, ‘아이들은?’, ‘다친 사람은’이라며 하나하나 생각한다. 결국 마지막 식사 자리에서는 자기 입장을 정하고 맞다고 생각하는 의견을 펼친다. 감정의 변화는 없어 보이나, 생각의 변화는 확고해지는 성장형 캐릭터다. 지수는 가장 보통의 사람, 가장 보통이기 어려운 사람, 가장 어려운 질문을 짊어지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는 세 캐릭터 중 가장 보통의 존재지만 관객한테는 오해를 부르는 인물이자 후반에 큰 실세로 작용한다. 실제 본인과 맞닿은 설정도 눈에 띈다.
“맞다. 직업적인 설명 때문에 필라테스 장면이 있었는데 재완의 트로피 와이프 느낌을 준다. 오히려 생각이 없을 것 같고 부모로서 공감도 못할 것 같은 의외성이 커지는 장치가 된다. 어른들 대화에 끼지 못하는 요소, 이 타이밍의 발언은 생각 없어 보이는 태도, 발연기 같아 보이는 불편한 상황을 툭 던지는 짧은 대사에 담아내야 했다.
떡집 집안 출신 배경도 황당했지만 좋았다. 고급 복어를 초장에 찍어 먹으면서도 와인과 곁들어 먹는 지수를 연경은 한심하게 쳐다보지만. 자기 스타일에 충실한 태도다. 복어를 회로 먹어 본 적도, 씨 간장을 먹어 본 적도 없는 거다. 결국 ‘회는 초장이지’라면서 결혼으로 부유해졌지만 자기 스타일이 확고한 친구다. 오히려 연경은 누가 볼까 숨기기 바쁘고 보이는 게 중요한 태도와 상반된다”
-첫 번째 디너에서 나이 많은 손아래 동서 ‘연경’과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치는 화장실 장면이 인상적이다. 턱 밑 초장 자국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두 사람의 잦은 기싸움이 느껴졌다.
“네 명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는 끼어들지 쉽지 않았다. 대본 리딩 때도 대선배들의 에너지를 관전하는 기분이었다. 현장에 가서는 ‘지수는 내가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정적을 깨는 포인트가 어려웠다. 이후에는 이들 사이에 같이 앉지도 않고 아기를 들고 옆에서 듣기만 했지만, (곁에서) 늘 보고 듣고 있다는 존재감을 분출하려고 노력했다.
연경을 인식하긴 하나 대드는 건 아닌 정도를 잘 정해야만 했다. 화장실 장면의 경우, 즐거운 마음으로 찍었는데 장소가 협소해서 어깨를 치거나 할 때도 팽팽함이 느껴졌다. 결국 최종 편집되었지만 ‘앵간이 해라’라고 말하는 장면도 있었다. 돌이켜 보니 감독님 판단이 맞았다. 그 장면으로 자칫 연경을 미워하는 것처럼 비치겠더라. 감독님은 연경의 태도에 그저 ‘왜 저러냐’는 모습으로 보여 지길 바랐던 것 같다”
-대체 음식을 먹기는 할까 싶을 정도로 살벌한 식사였다. 지켜보는 관객도 체할 거 같은 불편한 자리를 무려 세 번이나 반복한다.
“선배들도 칼 갈고 왔구나, 모두 열심히 준비했다고 느꼈다. (웃음) 서로 믿고 존중해 주는 분위기였다. 현장에서도 배우들끼리 기싸움이 있는데 결국 집중력의 싸움이다. 경구 선배는 빠르게 달려가서 모니터를 확인하고 ‘다시 합시다’를 외쳤고, 동건 선배는 조용히 감독님과 대화를 한다. 희애 선배는 현장을 떠나지 않고 감정을 유지하는 스타일이다. 배우 수업이 되는 현장이었는데 유연함을 생각하며 밀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저는 재미있게 모니터링하고 감독님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스타일이다. 혹여나 의견이 다를 때는 소신을 갖고 감독님이 바꾸라고 하지 않는 한, 제 방향을 지키려는 편이다”
글: 장혜령
사진: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 감독
- 출연
- 평점
- 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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