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만 오면 평행선 달리는 ‘연금개혁’… 특위 구성부터 ‘난항’

박지영 기자 2024. 9. 18.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최근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한 가운데, 국회도 연금개혁 논의에 착수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여야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국민의힘은 “우선 국회 특별위원회부터 구성해 논의를 시작하자”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모수개혁부터 하자는 거면 21대 국회에서 파기된 안과 뭐가 다르냐”며 “특위가 필요 없다”고 맞서고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주최 연금개혁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금개혁 정부안’,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2%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는 연금개혁 추진 계획을 심의해 확정했다. 정부가 제시한 연금개혁안은 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은 42%로 조정하는 걸 골자로 한다.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보험료율 13%’ 안은 반영되고, 소득대체율은 올해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앞서 여야는 지난 21대 국회 당시 특위를 구성하고 ‘내는 돈(보험료율)’과 ‘받는 돈(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에는 절충에 성공하는듯 했으나 결국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또 물가 상승을 연금액에 그대로 반영하지 않게 하는 장치인 자동조정장치(자동안정화장치)를 도입하기로 했다. 최근 3년 평균 가입자 수 증감률, 기대 여명 증감률을 반영해 연금액 인상률을 물가 상승률보다 낮춘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자동조정장치를 연금액 지출 금액보다 보험료 수입이 적어지는 2036년에 도입하면 기금이 2088년까지 고갈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세대별로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달리하기로 한 것도 이번 정부 연금개혁안의 특이점이다. 보험료율을 올리되, 50대인 가입자는 매년 1%포인트(p), 40대 0.5%p, 30대 0.33%p, 20대는 0.25%p씩 오르도록 차등을 둔 것이다. 보험료율 13%를 달성하는 데 50대는 4년, 20대는 16년 걸린다.

이외에도 현행 둘째 아이부터 적용되는 출산 크레딧(소득 공백 기간을 가입 기간으로 인정해주는 정책)을 첫째 아이로 확대한다. 또 군(軍) 복무 기간도 현재 6개월만 연금 가입 기간으로 인정해주는 것을 전 기간(육군·해병대 18개월, 해군 20개월, 공군·사회복무요원 21개월)으로 확대하는 것을 추진한다. 국민연금 의무가입연령을 현행 59세에서 64세로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연금개혁안 긴급 진단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여야, 같은 날 연금개혁 논의… 입장 차 팽팽

여야는 같은 날 연금개혁 간담회와 토론회를 열고 이견을 표출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12일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연금개혁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국민의힘은 여기서 국회 차원의 연금개혁특위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의장과 야당에 국회 국민연금개혁특위를 빨리 만들어서 논의를 활성화하고 가급적 금년 내에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모수개혁을 두고서는 소득대체율에 대해 야당과 합의점을 찾아가겠다고 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2%의 정부안이 확정돼서 발표됐다”며 “민주당에서 생각하고 있는 (소득대체율) 45% 사이에서 국회가 절충점을 찾아야 되지 않겠나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같은날 민주당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연금개혁안이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연금 삭감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발제를 맡은 주은선 경기대 교수는 “소득대체율 42%만 보면 지금의 국민연금 저연금체제를 대체로 유지하자는 것이지만 자동조정장치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연금삭감”이라고 했다.

이후 민주당 복지위원들도 자동조정장치에 대해서는 “연금 삭감을 심화하는 장치”라고 반대했다. 세대별 보험료 인상 속도 차등안에 대해서도 소득이나 재산과는 상관없이 나이가 많으면 더 많이 내게 되는 구조라 능력 비례 원칙에 맞지 않다며 “세대 간 갈라치기”라고 비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정부안이 불충분하고 모호하고 추상적인 부분이 있다. 거기에 대한 검증과 분석이 필요하다”며 “추가적으로 구조개혁안에 대한 내용을 좀 더 가져오라고 요청하겠다”고 했다. 구조개혁은 국민연금에 기초연금·퇴직연금·공무원연금 등을 연계해 연금 제도의 틀을 아예 새로 짜는 것이다. 특위 구성 수용 가능성 여부에 대해서는 “확정된 (연금개혁안) 대상에 맞는 단위를 짜서 논의를 하겠다”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연금개혁특위’ 구성부터 꼬였다

연금개혁안을 두고 여야는 국회 연금개혁특위 구성 문제부터 대립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구조개혁까지 폭넓게 논의하기 위해 국회에 상설 연금개혁 특위를 만들고 여야 동수의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모수개혁은 연내에 논의를 진행하고 내년 정기국회까지는 구조개혁안을 올리자는 것이 국민의힘 요구다.

여당 연금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조선비즈에 “내년까지 모수개혁을 미루게 되면 적자가 더 빨라진다. 일단 모수개혁안부터 모색하고 대신 정기국회까지 구조개혁안을 내겠다는 대국민약속을 양당 대표가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에 무조건 국민연금에 대한 구조개혁을 하려면 지금 특위를 출범시켜야 한다”며 “시간이 없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현재 정부가 구조개혁안을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았고, 모수개혁을 먼저 하자는 입장이니 소관 상임위원회인 복지위 산하 소위에서도 충분히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조선비즈에 사견을 전제로 “국민의힘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이 무산됐을 당시, 구조개혁도 같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최근 입장은 모수개혁 논의를 연내에 시작하고 구조개혁은 내년에 하자로 바뀌었다”며 “사실상 21대 국회 때 민주당 입장과 같은 얘기”라고 했다. 이어 “모수개혁을 하는 데에는 국회 특위가 필요하지 않다”며 “특위 구성이 필요하지도 않은데 굳이 특위를 만들어서 시간을 보내느니 복지위에서 모수개혁을 빨리하는 게 낫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