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세계 최초로 만들었지만 한국이 세계 1위 차지한 '이것'
배고픈 한국인들이 듣기만 해도 힘이 불끈 솟아나는 멘트가 나오는 가전제품이 있는데요. '맛있는 밥이 완성되었습니다' 바로 전기밥솥입니다. 한국은 밥심으로 사는 나라라 그런지 밥솥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데요. 그 열정 덕분에 전기밥솥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건 일본이지만 지금 세계 1위를 차지한 전기밥솥은 우리 한국입니다. 한국 가정집들은 거의 100 % 한국 밥솥을 사용하는 중인데요.
물론 브랜드의 차이는 있겠죠. 저 역시 한국 브랜드의 압력 밥솥을 사용 중인데요. 한국 가정에는 한국 밥솥 너무나 당연한 풍경이라 어색할게 없지만 이건 70,80년대만 해도 상상도 못할 풍경이었습니다. 당시 한국 가정에 밥을 책임지던 건 일본 밥솥이었습니다. 한국에도 밥솥은 있었지만 인기가 없었는데요. 한국 주부들에게 밥솥은 무조건 일본 밥솥이었습니다.
오로지 일본 밥솥을 사기 위해 일본 여행을 갈 정도였죠. 이 정도로 일본의 제품이 정말 잘 나갔었는데 어쩌다 지금처럼 두 나라의 밥솥 운명은 뒤집히게 된 것일까요?.
세계 최초의 전기밥솥은 중일전쟁 때 탄생했습니다. 일본군이 신속한 식사를 위해 전선을 나무통에 연결해서 순식간에 밥을 끓이는 취사법을 개발한 것인데요. 이것이 전기밥솥의 시작이었죠. 이후 1955년 일본의 한 공장에서 이 방법을 응용해 처음으로 제품이 만들어지며 전기밥솥 시대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한국에도 1965년 전기밥솥이 도입되었는데요. 그런데 한국에서 전기밥솥은 찬밥 신세였습니다. 굉장히 혁신적인 제품이었을텐데 인기가 없었던 이유는 전기밥솥으로 한 밥이 한국인들의 까다로운 입맛이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죠.
당시 한국 주부들은 밥짓기의 달인이었습니다. 쌀 불리는 시간, 물량, 불 세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면서 맛있는 밥을 지어냈죠. 그 맛에 전기밥솥이 발끝도 못 따라갔던 것입니다. 그런데 1980년대에 들어서며 드디어 한국에서도 전기밥솥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가사시간 단축 수단으로 찾게 된 것인데요.
하지만 인기를 타게 된 것은 국산 밥솥이 아니라 일본 밥솥이었습니다. 전기밥솥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취사만 되고 보온이 되지 않아 보온만 되는 밥솥이 따로 출시되었었는데요. 그렇다 보니 이때는 두 가지 기계를 모두 사야했습니다.
그런데 1972년 미쓰비시에서 지금처럼 취사와 보까지 함께 되는 전기밥솥을 개발하게 되었고 1974년 출시된 조지루씨의 코끼리표 전기밥솥이 일본과 한국 양국 모두에서 초대박을 치게 되었습니다. 한국 주부들이 일본여행을 가서 사오는 일본 밥솥도 모두 코끼리 전기밥솥이었죠.
1982년 자료에 따르면 일제 밥솥이 하루 40에서 60개가, 반입 1년 단위로 보니 2만 5천개씩 반입되고 있었습니다. 이걸 돈으로 환산하니 1년에 이하 7억 1600만원이 일본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었는데 당시의 한국 사정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외화가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었죠.
결국 사건이 터져버렸습니다. 부산에 거주하고 있는 주부 17명이 일본여행을 다녀오고 한 달 뒤 일본 아사히 신문에 이런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 한국 손님 덕분에 매상이 늘었다 기사 속에는 한국인들이 일본여행을 와서 밥솥 등 일본 제품을 싹 쓸어갔다 는 내용이 들어있었는데요.
당시 우리 한국은 여전히 가난했고 외채도 많아 완전 자유무역을 시행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나마 1980년대에 들어서며 조금씩 완화되고 있었는데 이렇게 외화가 쭉쭉 빠져나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니 정부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겠죠. 정부에서 관련 여행사들을 탈탈 털어서 외화관리법 위반으로 구속시키고 한국은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국내 밥솥 생산 기업들도 속상하기는 마찬가지였는데요.
한국에도 버젓이 전기밥솥이 있는데 국민들은 일제만 찾으니 업친데 덮친 격으로 한국 밥솥에게는 악성 루머까지 붙게 되었습니다. 1982년 한 가정에서 발생한 화재의 원인이 성광전자의 전기밥솥이라는 헛소문이 떠들면서 납품이 뚝 끊기게 되었습니다.
성광전자 전기밥솥은 그나마 선방을 하고 있던 한국밥솥 기업이었는데 회사가 부도 직전까지 갈 정도로 크게 휘청이게 되었는데요. 하지만 '위기일수록 더 기술을 쌓아야 한다' 이렇게 생각했던 성광전자의 창업주 구자신 회장은 연구개발 인력을 20%로 늘리며 좋은 밥솥을 개발하기 위해 힘썼습니다.
그렇게 다시 살아나는가 했는데 1997년 대한민국 전체의 위기 IMF가 터지면서 다시 매출 추락이 시작 되었습니다. 구 회장조차 이번에는 정말 답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직원들이 모여서 구 회장님의 방을 두드렸다고 하는데요. 그들은 자신들의 월금을 삭감해서라도 기업을 살리자고 먼저 제안해 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기업만 믿지 말고 그동안 우리가 쌓아왔던 기술력을 바탕으로 독자 브랜드를 만들어 이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자는 의견을 내었다고 하는데요.
이 말에 구자신 회장은 깊은 고뇌에 빠졌지만 그래도 이렇게 말해주는 직원들을 믿고 함께 해보자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외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까지 불러와 1998년 성전자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었는데요. 바로 쿠쿠 현재 한국 대표 전기밥솥 브랜드 쿠쿠의 탄생이었습니다.
성광전자는 1993년부터 개발해온 전기 압력밥솥을 자체 브랜드 제품으로 출시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게 정말 역대급 대박이 터지게 되었습니다. 가마솥의 원리가 적용된 획기적인 전기밥솥인 쿠쿠 밥솥으로 밥을 지었더니 한국 주부들이 직접 지은것 처럼 밥이 꼬들꼬들하고 너무나 맛있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전기밥솥 제품과는 차원이 달랐는데요. 그렇다보니 출시하자마자 1년만에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초대박 행진이 이어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어느새 대한민국 주방에서는 이번에 코끼리표 밥솥이 자취를 감추게 되었죠. 쿠쿠가 국내 점유율 70%까지 차지할 정도로 브랜드의 힘이 커지자 성광전자는 아예 쿠쿠전자로 사명까지 바꿔버렸습니다.
그리고 한국밥솥은 이제 한국을 넘어 해외 주방도 한칸씩 차지 하는 중이라고 하는데요. 과거 한국인들이 일본여행을 가서 밥솥을 구매해왔던 것처럼 한국 여행을 왔던 중국인들이 쿠쿠 압력 밥솥을 구매하기 시작 어느새 쿠쿠밥솥은 한국에 여행 오면 반드시 사가야 되는 필수템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중국에서 쿠쿠의 인기가 올라가다 보니 웃픈 해프닝이 생기기도 했었는데요. 중국에서 쿠쿠밥솥이 잘 팔리니 쿠쿠에서는 중국어 음성 지원 기능을 넣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중국에서 더 좋아하고 잘 팔리겠지 했는데 어이없게도 중국어 기능을 넣자마자 반품 사례가 급증했는데요.
당황한 쿠쿠에서 상황 파악을 해보니 중국인들은 쿠쿠의 압력밥솥에서 중국어가 나오자 중국에서 만든 짝퉁인 줄 알고 반품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매출을 쭉쭉 올려주는 중국을 생각해서 한 조치였는데 정작 중국인들이 중국을 믿지 못해 벌어진 황당한 해프닝이였죠. 지금은 다행히 이런 오해를 풀고 매년 쭉쭉 성장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제는 중국을 넘어 베트남 말레이시아 밥을 주식으로 하고 있는 나라들에서 줄지어 대박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또한 밥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가 아닌 미국과 유럽에서도 최근 아주 좋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요. 서양권에서는 밥솥이 아니라 멀티쿠커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요즘 전기밥솥으로 못하는 요리가 없죠?
쿠쿠의 이런 대박 행진에는 밥맛 좋은 밥솥이라는 소문도 있지만 소문이 날 만큼 꾸준히 제품을 혁신해온 쿠쿠의 노력도 담겨있습니다. 쿠쿠는 세계 최초로 음성인식 시스템을 전기밥솥에 도입한 기업이라고 하는데요. 그리고 구조적으로 최대한 세척을 편리하게 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끊임없이 혁신을 이어나간 결과 국가 브랜드 경쟁지수에서 15년간 1위를 지키고 있다고 하네요. 이렇게 전기밥솥은 일본이 세계 최초로 만들었지만 지금 세계 1위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건 우리 한국의 밥솥이었습니다. 지금처럼 한국의 밥솥들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1위를 굳건하게 지키며 더 많은 활약을 해주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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