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작품성에서 이 영화를 이길 작품은 없을것이다

조회수 2024. 6. 2. 18: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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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오브 인터레스트> 리뷰

독일 장교 루돌프 회스(크리스티안 프리델)의 가족이 사는 그들만의 꿈의 왕국 아우슈비츠. 아내 헤트비히(산드라 휠러)가 정성스럽게 가꾼 꽃이 만발한 정원에는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집. 과연 악마는 다른 세상을 사는가?

유대인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한 작품들은 대개 당시 피해자인 유대인들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다룬다. 이를 통해 당시 그들이 겪은 아픔과 고통을 관객들에게 공감 있게 전달하려 한다. 물론 나치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들도 있지만, 대부분 그 작품들은 전쟁터를 배경으로 나치의 잘못된 야욕에 들어선 이들의 이야기와 전쟁의 참상을 다루는 식이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독특한 방식으로 홀로코스트와 나치의 잘못된 야욕을 함께 다루는 작품이다. 수많은 유대인들을 학살시킨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영화는 유대인들이 아닌 수용소 담장 바로 뒤 평화롭게 살고있는 수용소장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놀랍게도 영화는 단 한번도 아우슈비츠 수용소 내부의 잔혹함을 보여주지 않는다. 수용소 내부와 전혀 다르게 평화롭고 안락하게 사는 루돌프 회스 가족의 평범한 일상을 통해 전쟁 범죄 가해자들의 삶을 105분간 보여주며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있었던 희생자들의 삶을 다른 식으로 부각한다.

영화는 루돌프 회스 가족이 소풍을 즐기고 생일잔치를 벌이고, 평범하게 식사를 하고 이웃들과 어울리는 모습등 그야말로 부럽고 행복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지나치리 만큼 평화로운 가정의 일상을 보여주며, 시종일관 햇빛을 받는 화창한 낮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화면에는 숨은그림 찾기 형식으로 이 평화로운 일상의 이상한 모습을 조심스럽게 부각한다. 생일잔치가 성대하게 치러진 날 화면 상단 하늘에 조그마한 연기가 발생하는데, 이는 수용소에서 펼쳐지는 가스실 대학살과 새로운 유대인들을 태운 열차의 연기를 상징한다. 이처럼 영화는 한폭의 그림같은 배경을 토대로 이와는 정반대되는 현실을 조그맣게 부각하는 식으로 당시의 비극을 조명하고 있다.

이러한 대비되는 표현 방식은 의외의 큰 효과를 불러온다. 그 유명한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이론이 말해 주듯이 악은 의외로 평범한 곳에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을 화면 속 영상미를 통해 보여준 것이다. 누가 봐도 회스 가족은 평범하고 부러운 가족이지만, 그 평범한 속에 나치 군복, 문양이 담긴 옷을 입으며 일상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이상하리만큼 섬뜩한 느낌을 자아내게 한다.

특히 영화의 중반부 회스가 다른 지역으로 전출 명령이 떨어지자, 지금 같은 평화로운 삶을 떠나기 싫다며 남편에게 화를 내는 아내 해트비히의 모습에서는 기가막힐 지경이다. 그런 화를 유대인 포로 하인들에게 푸는 모습을 통해 그들의 삶이 수많은 유대인들을 학살하고 뺏음으로써 생긴 것임을 일깨워 준다. 그러면서 영화는 틈틈이 수용소 내부에서 벌어지는 학살 소리와 울부짖음을 배경음으로 드러내며 잔혹한 현실과 동떨어진 삶을 살아간 가해자들의 평범함을 보여주며 2차 세계대전의 잔혹한 현실을 대비시킨다. 전작인 <탄생>,<언더 더 스킨> 등 악명 높은(?) 작품을 선보인 조나단 글래이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전작들과 달리 확연하게 이해할 수 있는 영상미와 현대 음악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나치의 만행을 평범한 가족의 일상으로 표현한 방식, 이를 대비시키는 영상미는 단연 압권으로 영화의 품격 있는 묘사는 씨네필과 영화학도들에게 오랫동안 남겨질 교과서 같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 점에서 본다면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완성도, 작품성, 예술성 면에서 올해 최고의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6월 5일 개봉한다.

평점:★★★★☆

존 오브 인터레스트
감독
출연
조나단 글래이저,마틴 아미스,레노 안토니아데스,대니얼 배트섹,렌 블라바트닉,대니 코헨,데이비드 킴반기,올리 매든,테사 로스,에바 푸스진스카,제임스 윌슨,미카 레비,루카시 잘,폴 왓츠
평점
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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