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로드쇼-필리핀]③ “불닭볶음면부터 파프리카까지… 고급화 전략이 먹힌다”
불라면·링티·피크닉 수출 활로 개척 성과
“K드라마 인기, K푸드로 이어져”
“박람회장서 한국산 팩에이드, 분말소스 관심 많아”
필리핀 시장은 K푸드 수출 시장으로서 잠재력이 큽니다. 필리핀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고급화돼 있습니다. 드라마와 같은 콘텐츠를 통해 친숙해졌다는 점도 강점입니다. 고급화 전략을 강화한다면 앞으로 수출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거에요.
필리핀 청년해외개척단(AFLO) 21기 단원, 이승수
지난달 19일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만난 이승수(27)씨는 필리핀 시장 개척 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인천대 경영학부를 졸업한 이씨는 고은비(25), 이은채(23), 장온유(26)씨와 함께 청년해외개척단(AFLO) 21기 단원으로 필리핀에 파견됐다. 지난 7월부터 3개월 동안 필리핀에서 우리 식품 기업의 현지 진출을 도왔다.
성과도 제법 있었다. 국산 라면인 ‘불라면’의 4만 달러 규모 수출을 성사시킨 것을 비롯해 ‘마시는 수액’으로 알려진 링티와 매일유업의 ‘피크닉’ 초도 물량을 현지 편의점 체인에 입점시켰다. 수출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향후 지속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수출 활로를 뚫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인천대에서 도시건축학을 전공한 장온유(26)씨는 “우리나라 수출 기업과 현지 바이어·유통업체를 연결해 미팅을 주선했다”면서 “제품을 소개하는 활동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우리나라 농식품을 홍보하는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하고, 필리핀 내 가장 큰 식품 행사인 워펙스(WOFEX)에서 한국관을 운영했다. 또 새로운 바이어를 발굴하기 위해 현지 시장조사도 했다.
식품박람회에서 주목받은 K푸드는 무엇이었을까. 무역학을 전공한 고은비(25)씨는 “국내 편의점에서 많이 판매되는 팩에 든 에이드류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은채씨는 “분말소스류도 인기가 많았다”며 “필리핀 소비자들은 매운 맛보다는 궁중떡볶이나 잡채의 맛을 내는 단짠 소스를 선호했다”고 했다.
AFLO 단원들은 필리핀에서 한국 식품과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순천향대학교에서 국제통상학을 전공 중인 이은채(23)씨는 “불닭볶음면과 같은 매운 맛을 앞세운 라면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 효과로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계속 커지고 있다는 걸 체감했다”고 했다.
이승수씨는 “한국인들이 많지 않은 교외 지역에도 한국 식당이 생겨나고 있다”며 “특히 삼겹살집이 많아졌다. 찾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필리핀 현지 배달 어플인 그랩에는 ‘코리안’이라고 한식 메뉴 카테고리가 별도로 설정돼 있을 정도”라며 “중식과 일식은 카테고리가 따로 설정돼 있지 않다. 한식만 따로 카테고리가 분류돼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 시장에서 K푸드의 강점은 무엇일까. 아프로 단원들은 ’고급’ 이미지를 꼽았다. 한국 제품은 비싸지만 가격만큼 품질이 좋다는 이미지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이승수씨는 “우리나라 파프리카가 필리핀 시장에서 잘 팔리고 있다”며 “중국산에 비해 가격은 비싸지만 고급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다른 농식품도 프리미엄화를 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홍삼 제품의 경우 처음에는 찾는 사람이 있을까 우려했는데, 의외로 인기가 많았다”며 “한국 인삼으로 브랜딩이 돼 있어 필리핀인들이 높은 신뢰감을 보냈다. 맛 자체도 뛰어나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했다.
파프리카 수출을 계기로 필리핀인들의 한국 농산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 추세라고 아프로 단원들은 소개했다. 이승수씨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필리핀에서도 건강을 중시하는 웰빙 트렌드가 형성됐다”며 “한국산 농산물은 건강한 상품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딸기나 배, 과일청 제품을 많이 찾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딸기는 필리핀산과 한국산의 품종이 다르다. K-딸기는 과육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아 인기가 많다”며 “필리핀의 코스트코라고 불리는 창고형 유통업체에서 한국의 농수산물을 수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재 한국 식품 기업과 연결해 수출 방안을 의논 중인 단계”라고 했다.
단원들은 필리핀 시장에 도전하려는 K푸드 기업에 ‘고급 이미지’를 살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온유씨는 “필리핀은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라며 “저가 시장에서는 ‘박리다매’로, 고가 시장에서는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점을 소구하면서, 한국의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홍보한다면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채씨는 “소득 수준이 낮은 필리핀에선 대형 포장보다는 소규모 포장을 선호한다”며 “K푸드 제품에도 이런 소포장이 반영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AFLO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실시하는 K푸드 신흥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현장체험형 인턴프로그램이다. 올해는 농림축산식품부가 K-푸드 수출 핵심 전략 국가로 지정한 호주와 멕시코, 카자흐스탄, 영국, 필리핀 등 5개 나라에 파견한다. 한 기수 당 한 나라에 네명씩 총 스무명을 보낸다. 이들은 3개월가량 현지에 체류하며 수출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제작지원: 2024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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