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주지사 전 보좌관, 중국 스파이 혐의로 기소… 페라리 차, 하와이 콘도, 오리고기까지 받아

린다 쑨 전 뉴욕주지사 보좌관과 그의 남편 크리스토퍼 후

과거 뉴욕 주지사의 비서실 차장으로 활동했던 인물이 지난 3일(현지시간) 비밀리에 중국 정부 대리인으로 활동한 혐의로 미 수사당국에 체포됐다.

기소장에 따르면 린다 쑨(41)은 과거 코로나19 공중 보건 관련 주 정부 전화 회의에 몰래 중국 관료를 참석자로 포함시키는 등 은밀히 중국 정부를 도왔으며, 그 대가로 호화로운 삶을 누렸다고 한다.

지난 14년간 쑨은 뉴욕 주지사의 비서실 차장직까지 올랐다.

그러나 연방 검찰에 따르면 쑨은 대만 외교관들과 뉴욕주 정부와의 접촉을 방해하고, 은밀히 중국 당국에 내부 문건을 넘기는 등 이러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중국 관료들을 도왔다고 한다.

그 대가로 중국 측은 쑨과 남편 크리스토퍼 후가 소유한 410만달러(약 55억원) 짜리 저택 등의 구입 자금을 댔다는 설명이다. 집으로 여러 차례 소금에 절인 오리고기 요리를 배달받는 등 그 대가의 형식도 다양했다.

'모든 것이 만족스럽게 처리됐다'

아울러 기소장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는 210만달러짜리 오션뷰 콘도에 더해 2024년형 페라리 스포츠카 등 고급 차량도 사들였다.

한편 쑨과 후 부부는 지난 3일 브루클린 연방법원에서 외국 정부의 대리인으로 등록하지 않은 것부터 비자 사기, 자금 세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법적으로 외국 혹은 특정 정당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개인은 반드시 공식적으로 대리인으로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검찰 측에 따르면 중국 태생으로 미국으로 귀화한 쑨은 한 번도 대리인으로 정식 등록한 적이 없으며, “자신이 중국 정부 관료 및 대표의 명령, 요청,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숨겼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뉴욕주를 덮쳤을 2020년 당시, 쑨은 중국 영사관 직원들이 뉴욕주 고위 관료들과 접촉할 방법을 마련해줬다고 한다.

검찰은 그 행동이 너무나도 대담했다며, 한번은 코로나19 공중 보건 관련 비공개 주 정부 전화 회의에도 중국 관료를 몰래 참석자로 등록시켰다고 설명했다.

하워드 마스터 전 뉴욕 검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기소는 밥 메넨데스 전 뉴저지주 상원의원 사건 등 고위 관료들이 외국 정부로부터 뇌물성 선물을 받는 “충격적인” 동향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소장에는 쑨이 어떻게 대만 대표들이 미 고위 관료들과 대화하거나 접촉하지 못하도록 막았는지도 나와 있다.

2016년 당시 뉴욕주 고위 정치인이 대만이 주최한 어느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성공적으로 방해한 뒤에는 중국 영사관 관계자에게 “모든 것이 만족스럽게 처리됐다”며 자랑하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2019년 대만 총통이 뉴욕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총통의 방문에 반대하는 친중 시위에 참여해 사진도 찍혔다.

아울러 2021년 1월까지 쑨은 중국 당국이 신장 지역의 이슬람교도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을 구금한 것에 대한 언급을 삭제하고자 은밀히 활동하기도 했다.

중국 관료들이 혹시 뉴욕주 주지사가 음력 설 기념 영상을 촬영해 줄 수 있는지 묻자, 쑨은 원하는 “이야기 포인트”가 뭐냐고 물었다. 이에 중국 관료들은 “명절 덕담이나 우정과 협력에 대한 희망”이라면서 “너무 정치적이지 않은 이야기”라고 답했다.

이후 쑨은 또 다른 중국 관료에게 자신이 캐시 호컬 주지사의 연설문 작성자와의 논쟁 끝에 주지사의 연설문 초안에서 “위구르 사태”에 대한 언급을 삭제하는 데 성공했다고도 말했다.

2023년 뉴욕주 노동부에서 일하던 당시, 쑨은 호컬 주지사로부터 공식적인 음력 설 선언서를 받아냈다며 이를 액자에 넣어 중국 관료에게 선물했다. 이 선언서는 일반적인 경로, 심지어 호컬 주지사 사무실의 허가도 받지 않은 채 제작된 것이다.

또한 쑨은 중국 정치인이 미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거짓 초청장을 발부하기도 했으며, 뉴욕 주지사의 아시아계 미국인 자문위원회에 중국인을 영입하고자 허가 없이 고용 서한을 작성하기도 했다.

난징식 소금에 절인 오리고기

그 대가로 쑨과 남편은 “(중국측) 대표들로부터 상당한 경제적 대가 및 여러 혜택을 받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모든 경비를 부담한 중국행 여행, 유명 콘서트나 스포츠 행사의 티켓, 쑨의 사촌을 위한 중국 내 취업 알선 등을 선물로 받았으며, 중국 관료의 개인 요리사가 준비한 난징식 소금에 절인 오리고기를 집까지 배달받기도 했다고 한다.

기소장에 따르면 이러한 오리고기 요리는 최소 16차례 쑨의 부모가 사는 자택으로 직접 배달됐다고 한다.

지난 3일 연방 요원들은 쑨 부부가 사는 뉴욕주 롱아일랜드 소재 자택에서 이들을 10가지 혐의로 체포 및 구금했다.

한편 AP 통신에 따르면 쑨의 변호사 재로드 셰퍼는 “법정에서 이러한 혐의들을 다루게 되길 바라고 있다. 물론 내 의뢰인은 이러한 혐의에 대해 마음이 상한 상태”라고 밝혔다.

우선 쑨과 남편은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다만 판사는 미국 3개 주로의 이동을 제한했으며, 쑨에게 중국 외교 공관과의 접촉을 금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