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3년 만에 다시 구직 중인 남자의 고백

“이제야 실감해요. FIRE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는 걸.”
올해 46세인 윤석진(가명) 씨는 3년 전, 43세의 나이에 회사를 그만두며 조기은퇴를 선언했다. 직장 경력 20년, 총 자산 약 6억 원. 자녀는 없고, 아내도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딱히 부자는 아니었지만, 은퇴해도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유튜브에서 다들 그러더라고요. 연 3% 인출이면 된다고.”
그는 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즉 조기 은퇴자 대열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고, 평일 낮에 산책하고, 블로그도 운영했다. 처음 1년은 꿈같았다. “그때만 해도 누가 물으면 ‘인생 최고다’라고 답했죠.”
그런데 2년이 지나자, 통장 잔고가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연 3% 인출? 세금과 보험료는 계산에 없었다
윤 씨의 계산은 간단했다. 연 6억 자산의 3%인 약 1,800만 원이면 1년을 충분히 살 수 있을 거라 봤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일단 예상 못 한 세금이 발목을 잡았다. “리츠 배당세, 종합소득세,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전환으로 추가 보험료까지… 연간 세금만 500만 원 가까이 됐어요.”또한 주식이 하락하면서 원금이 줄었고, 배당도 예상보다 적게 들어왔다. “FIRE는 자산이 불어날 거라는 전제가 있어야 굴러가요. 그런데 요즘같이 시장이 안 좋으면 인출할수록 자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생활비 역시 현실적이었다. 서울 외곽에 살고 있었지만, 물가 상승과 고정 지출로 매달 200만 원 정도가 나갔다. 가족이 있다고 해서 큰돈을 쓰는 건 아니었지만, ‘버티는 FIRE’는 생각보다 빠르게 바닥이 드러났다.
3년 만에 구직사이트를 다시 켜다
올해 초, 윤 씨는 결국 잡코리아와 원티드를 다시 열었다. 하지만 공백 3년의 이력서로 지원 가능한 자리는 많지 않았다. “예전 직급, 연차 생각하면 안 되더라고요. 지금은 신입처럼 다시 시작해야 해요.”
그는 현재 계약직 자리나 프리랜서 협업을 알아보고 있다. 기술직도 고려하고 있고, 온라인 강의나 콘텐츠 제작도 시도 중이다. “중요한 건 돈보다 리듬이에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더 빨리 무너지는 걸 알았어요.”
FIRE를 다시 한다면, 꼭 알고 있을 것들
윤 씨는 지금도 FIRE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다만 “정보의 반만 믿지 말라”라고 말한다. “유튜브에선 FIRE가 마치 계산만 맞으면 되는 것처럼 얘기해요. 근데 실제 삶은 숫자가 아니라 변수로 굴러가요.”
그가 꼽은 가장 큰 리스크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산 인출보다 시장 상황이 나쁠 때 생기는 '자산 원금 감소' 위험
둘째, 고정지출 + 세금 + 의료비 등 ‘숨어 있는 비용’에 대한 과소평가
셋째, 사회적 고립과 무력감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찾아온다는 점.
현재 그는 '세미파이어'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매일 오전에는 구직 활동, 오후에는 작은 커뮤니티 모임을 통해 ‘리듬’을 만들고 있다. “다시 완전한 직장인으로 돌아갈 수 있을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는 은퇴는, 생각보다 견디기 힘들더라고요.”
당신이라면, 지금 FIRE를 선택할 수 있나요?
윤 씨는 말한다. “자유는 단맛이 강해요. 하지만 단맛은 쉽게 물리죠. 결국 FIRE도 ‘삶’이거든요. 변수도 있고, 후회도 있고, 현실도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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