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은 족히 쓰는 PC 스피커 "아직도 대충 고르세요?"

PC는 여러 가지 부품들이 한 데 모여 이루어지는 IT 기술의 집합체다. CPU와 그래픽카드, 메모리를 넘어 케이스, 마우스까지 다양한 기술들이 모여 사용자의 컴퓨팅 환경을 구축한다. 하여 자연스럽게 PC를 구입할 때에는 흔히 ‘견적’이라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 항목별로 어떤 제조사의 어떤 제품을 사용하는지 구성하고 각 가격을 합쳐 총예산을 뽑는 과정이다. 하지만, 이 견적 단계에서 PC 스피커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요즘 찾기 힘들다. PC 스피커는 그야말로 PC 구입할 때 공짜로 주는 사은품, 혹은 소리만 나면 아무거나 달아도 되는 관심 밖의 영역이라 여겨진다.


▲ PC 견적 페이지에서도 PC 스피커는 PC 주변기기 제일 밑에서 두 번째 자리

영상이나 게임 같은 영역에서의 소리는 콘텐츠의 체감도를 10배, 100배 배가시키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공포 영화를 볼 때 볼륨을 줄이면 무서운 느낌이 상당히 줄어드는 것이 그 증거다. 또한, 웅장한 중세 시대 배경의 MMORPG나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을 플레이할 때의 사운드는 플레이어의 체감 상 만족도를 붐업시키는 부스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그만큼 스피커의 존재는 해당 PC를 통한 콘텐츠 감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PC 견적서에 스피커를 꼼꼼히 챙겨 넣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주변기기 중에 주변기기로 인지되는 경향이 있어 자칫 간과하기 쉽다. 하여 이번 기사를 통해 스피커를 고르는 기준에 대해 다시 한번 알아보고 각종 용어에 대한 개념을 복기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PC 스피커는 전문 오디오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기사에서는 깊게 파고 들지는 않겠다. 다만, 다나와에서 마련한 스펙을 기준으로 어떻게 스피커를 고르게 될지 단계별로 알아보는 구성으로 작성했다. 기사에 나오는 모든 제품들은 다나와에서 'PC 스피커'로 분류된 것들이니 참고 바란다.


01. 스피커 형태별 구분

스피커를 고를 때 고려할 사항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먼저 형태를 살펴보자. PC 스피커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먼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북쉘프 타입이다.

▲ 북쉘프 타입 스피커 : COX MAST CDS30 (정품)<36,900원>

북쉘프 타입은 말 그대로 네모난 책장형 모양이다. 좌, 우측 2개가 한 조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제품에 따라 크기도 천차만별이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고 무난한 인테리어가 가능해 가장 인기 많은 PC 스피커 중 하나다. 다만 PC를 올려놓는 책상이 좁을 경우 설치 공간의 제약이 따를 수 있고 저음부가 약해 덩치 큰 우퍼를 바닥에 추가해 사용해야 할 상황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 새틀라이트 타입 스피커 : Creative PEBBLE PRO (정품)<73,430원>

두 번째는 새틀라이트 타입이다. 북쉘프 타입보다 더 작은 소형 스피커로 원래 홈씨어터 시스템의 위성 스피커로 사용되는 용어였으나 장점이 많아 어느새 PC 스피커의 한 종류로 부각되기에 이르렀다. 네모난 박스 형태가 일반적인 북쉘프 타입보다 디자인에 자유로운 편이라 인테리어용으로도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크기가 작은 만큼 저음부가 북쉘프 타입보다 더 약하고 출력이 낮은 경우도 있어 스펙을 잘 보고 골라야 한다.


▲ 사운드바 타입 스피커 : Creative STAGE SE MINI (정품)<36,890원>

세 번째는 사운드바 타입이다. 이름 그대로 가로로 긴 막대기 형태의 스피커를 말하며 좌우 스피커 두개를 유닛 하나로 통합해 공간 절약에 탁월한 면모를 보인다. 흔히 모니터 밑에 거치하여 사용되어 새틀라이트 타입 못지 않게 인테리어적인 장점도 존재한다. 하지만, 좌우 거리가 다른 타입보다 짧은 편이라 서라운드 사운드에 취약한 면이 있어서 북쉘프 타입과는 반대로 공간이 넓을 때 활용도의 한계를 나타낸다.


02. 연결 방식별 구분

다음은 PC와의 연결 방식이다. PC에 대한 경험 연식(?)이 좀 오래된 사람이라면 그냥 메인보드 오디오 잭에 꽂으면 되는 거 아니냐는 의문이 있겠지만, 지식의 복기 차원에서 그리고 초보 유저들을 위해 다시 상기하는 시간을 갖겠다. 세월이 많이 흐른 만큼 스피커 연결 방식도 정말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 3.5파이 입력을 지원하는 몬스타 가츠 Live20BT (정품)<32,000원>

첫 번째 타입은 굳이 설명이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익숙한 방식이다. 3.5파이 방식을 통한 오디오 잭 연결이다. 메인보드에 녹색으로 가장자리를 마감한 동그란 오디오 잭에 연결하는 것이다. 헤드폰, 이어폰도 마찬가지이므로 가장 일반적인 연결 방식이라 하겠다. 기타나 앰프 연결에 사용하는 굵은 55 잭과는 다른 개념이라는 건 많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다만, 좌우 스테레오 스피커 신호를 전송하기 위해 PC 쪽은 3.5파이 규격이지만, 스피커 연결쪽은 전용 언밸런스드 케이블로 RCA 방식 L, R로 분리하는 제품이 다수 존재하므로 구입시 참고하자.


▲ AUX 입력을 지원하는 스피커, 캔스톤 LX15 스타크 (정품)<62,100원>

두 번째는 AUX 타입이다. Auxiliary의 줄임말로 사전적으로는 보조, 추가적인 의미다. 보통 3.5파이 연결도 AUX로 취급할 경우도 있으나 PC 스피커에서는 동축케이블이나 RCA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의미가 좁혀진다. 제품에 따라서 메인이 되는 스피커 유닛은 3.5 파이로 PC에 연결하고, 나머지 스피커끼리는 RCA로 연결하는 경우도 있다. AUX만 지원하는 제품은 많지 않아 딱히 눈여겨 볼 필요는 없는 방식이다.


▲ USB-C 입력을 지원하는 Razer Nommo V2 X (정품)<209,000원>

세 번째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USB 방식이다. 앞서 알아본 두 가지 방식은 아날로그 신호가 전송되는 것으로 PC에 흐르는 전류나 주변 환경에 의해 잡음이 섞일 수 있다. 하지만, USB 방식은 디지털 신호가 전송되기 때문에 환경의 영향을 받는 일이 적다. 또한, USB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전원이다. PC 스피커는 대부분 패시브 방식 스피커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방식이든 전원이 따로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USB로 연결하면 전원과 오디오 신호가 함께 전송되어 설치도 간편하고 주변 선 정리에도 메리트가 있다.


▲ 유선부터 블루투스까지 다양한 연결을 지원하는 Creative T60 (정품)<101,870원>

네 번째는 무선 연결이다. 블루투스로 페어링 되는 건데, 노트북이면 몰라도 PC 환경이라면 블루투스 동글을 추가로 구매해야 한다. USB 방식과 마찬가지로 음질의 열화가 없고 케이블이 아예 필요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최근 들어 중급형 PC 스피커에서 많이 지원하고 있어 제품 고르기도 쉬운 편이다. PC 스피커로 만족하지 못한다면 JBL이나 소니에서 출시한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를 활용하는 방법도 좋다. 정말 깔끔한 데스크테리어를 꾸미고 싶은 사람은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스피커를 고르는 게 좋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USB 타입 스피커도 좋은 선택이다. 다만, 시중에 유통되는 PC 스피커는 대부분 3.5파이 오디오 잭만 지원하니 꼼꼼하게 상품 리스트를 스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03. 출력, 주파수별 구분

▲ 북쉘프 타입이 출력이 제일 높은 편이고 사운드바, 새틀라이트 순서로 출력이 낮은 경향이 있다

세 번째 옵션부터 살짝 어려워진다. 바로 출력과 주파수다. 출력이야 단순하게 소리의 크기라고 인지하면 된다. 크기가 제일 큰 편인 북쉘프형 스피커는 유닛 한 개당 15~20W 출력을 지원하는 제품이 많다. 새틀라이트 타입은 그보다 작은 10W 미만 제품이 다수를 차지한다. 특별히 방음 세팅이 된 공간이 아니라면 출력이 너무 높아도 오버 스펙이다. 보통 거실에 놓는 TV의 스피커가 20W 수준이니 감안해서 구입하면 적절할 것이다.


▲ 비교적 넓은 50Hz~22kHz 주파수 영역을 지원하는 캔스톤 LX15 스타크<62,100원>

주파수는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영역이라 생각하면 된다. 가청 주파수 내에서 스피커가 낼 수 있는 소리의 범위를 말한다. 숫자가 낮을수록 고음역, 높을수록 저음역대다. 당연히 최소, 최대 주파수의 차이가 클수록 구현해 내는 저음, 고음역대가 넓어진다는 말이다. 일반적인 사용자라면 주파수가 그리 중요하지 않겠으나 웅장한 저음역대 사운드가 풍성한 영화를 볼 때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난다. 가령 영화 인터스텔라의 오프닝에서 한스 짐머의 웅장한 사운드가 연출되는데 구형 TV의 기본 스피커는 그 저음역대를 확실히 출력하지 못한다. 아예 들리지 않는 수준이다. 보통 PC 스피커의 경우 최소 60~80Hz, 최대 20kHz를 지원하는 제품이 대부분이다. 가급적 주파수의 범위가 넓은 제품이 여러 가지 콘텐츠 감상에 유리하겠다.


04. 유닛 구성, 인클로저 타입 별 구분

마지막으로 유닛의 구성과 인클로저의 타입을 살펴보자. 옵션에 나오는 풀레인지 유닛은 고음, 중음, 저음역대 출력부를 스피커 하나에 몰아넣은 방식을 말한다. 따라서 풀레인지 스피커를 보면 정면에 출력부가 하나로 구성된다. 스피커의 크기를 줄이고 공간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다채로운 음역대의 사운드 출력은 부족한 편이다. 반면 2웨이 유닛은 저음, 고음역대 출력부를 따로 배치해 정면에서 보면 스피커가 2개로 보인다. 3웨이는 중음역대 스피커까지 추가된다. 당연히 각 영역의 소리가 따로 출력되므로 풀레인지 방식보다 음질이 좋은 편이다.

▲ 저음반사형 인클로저로 구성된 앱코 SP200 Hybrid(정품)<12,490원>

인클로저 타입은 스피커 내부 통의 재질을 어떻게 처리했는지의 조건이다. 저음 반사영(Bass-Reflex) 형은 인클로저에 구멍을 뚫어 내부에서 반사되는 저음을 다시 활용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스피커가 이 저음 반사형을 사용한다.


▲ 밀폐형 구조인 오디오엔진 A2+ Wireless (정품)<349,000원>

밀폐형(Closed)은 어쿠스틱 서스페션 방식이라고도 하며 인클로저에 스피커 유닛 장착을 위한 구멍 외 일절 틈이 없는 형태를 말한다. 또한 공진 제거를 위해 안에는 흡음재를 가득 채워 넣기 때문에 안의 공기가 일종의 스프링같이 작용해 타이트한 경향의 소리가 난다. 마지막으로 개방형(Open-Baffle) 형은 널빤지 형태의 판에 스피커 유닛을 장착한 형태를 말한다. 물리적으로 통울림이 발생할 수 없는 완전 개방형 구조다. 하여 스피커가 출력하는 소리를 가장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다. PC 스피커에서는 많이 없는 타입이므로 참고 정도만 해두자.


좋은 스피커는 좋은 PC 환경을 필수품!

PC 부품 중에 교체하거나 업그레이드하면 몸으로 딱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키보드, 마우스 등 몸에 직접 닿는 제품이 그렇고 모니터같이 항상 쳐다보게 되는 부품이 그렇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도 몸에 닿지 않아도 PC의 효용을 확실히 끌어올리는 부품은 역시 스피커다. 이것저것 따질 게 많아도 한번 잘 골라놓으면 10년 넘게 사용할 수 있는 게 또 스피커다. 필자도 20년 전 구입한 PC 스피커를 지금까지도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PC를 업그레이드하거나 교체를 해도 스피커는 그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게임이나 영상을 자주 플레이하는 소비자라면 좋은 스피커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앞서 소개한 조건들을 잘 살펴서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나만의 컴퓨팅 환경을 구성하자. 후회는 안 한다.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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