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라는 거대한 세계, 한 판 하실래요?

문화 산업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산업적으로만 보자면 게임은 영화와 음악을 합친 것보다 시장 규모가 크다. 사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게임 시장의 규모를 축소해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왜냐면 전 세계 음악 시장이 약 250억 달러, 영화 시장이 400억 달러인 데 반해, 게임 시장은 2천 200억 달러가 넘기 때문이다. 그냥 큰 것이 아니라 영화, 음악을 합친 것의 세 배에 달하는 규모다. 그리고 정체기에 들어간 다른 분야와 달리 게임의 시장 규모는 매해 성장하고 있다. 《빅이슈》를 읽는 독자들은 “정말? 게임이 그 정도라고?” 하며 놀라는 분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물론 문화적 영향력을 단순히 시장 규모로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문화 산업에 있어서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아무튼 게임 시장은 우리가 그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든 그 이상으로 거대하다.

돈이 모여드는 곳에는 당연히 재능 있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나는 예술적 재능이라는 것이 보통은 장르를 구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중 예술에서는 더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이 어린 시절 열광했던 것에 열정적으로 뛰어든다. 과거에 영화가 그랬고, 웹툰이 그랬고, 지금의 게임이 그렇다. 그렇게 보면 현 시점에서 가장 반짝이는 대중 예술적 열망과 실험이 번뜩이는 곳이 게임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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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맥락에서 문화 콘텐츠로 먹고사는 나 같은 사람, 그리고 세상의 현재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게임은 꼭 해야 할 무언가가 되었다. 그럼 잔말 말고 열심히 게임을 하면 되는데, 커다란 문제가 하나 있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건 어렵지 않다. 음악은 곡당 몇 분밖에 안 되고, 출퇴근 시간이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영화는 한 편당 보통 두 시간이고 길어봐야 세 시간이다. 하루 두 시간씩 3년만 투자하면 영화 천 편을 볼 수 있고, 어디 가서 영화 좀 봤다고 수줍게 말할 정도는 된다. 1년에 몰아서 해도 여섯 시간이면 된다. 물론 보고 나서 생각하고 어떤 영화를 볼지 조사하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건 뭐 논외로 치자. 하지만 게임은 플레이타임이 너무 길다. 대작들은 평균 플레이타임이 100시간을 훌쩍 넘는다. N회차를 해야 모든 걸 즐길 수 있는 게임도 많다.

그러니 게임 하나를 이해하고 어디에 비평 글이라도 한 편 쓰려면 최소 20시간 정도는 투자를 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20시간 정도 해보고 어떤 게임을 평가하면, 분명 그 게임의 ‘고인물’들은 ‘네가 뭘 아냐?’고 반응할 게 틀림없다. 그들을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두 시간짜리 영화를 20분만 본 사람이 영화에 대해 떠드는 걸 본다면 나 역시 같은 식으로 반응할 테니까. 그렇다고 하루 종일 게임만 할 수도 없다. 우리에겐 생업이 있고, 만나야 할 친구와 가족도 있고, 봐야 할 영화와 드라마가 많으니까. 그러니 GOTY(Game of the Year, 올해의 게임) 수상작조차 제대로 플레이하기 어렵다. 나는 이제야 <더 위쳐 3>나 <레드 데드 리뎀션 2> 같은 수년 전 검증받은 명작들을 플레이 한다. 무언가 방법이 필요하다. 게임을 완전히 포기할까 여러 번 고뇌했지만, 그러기엔 이 시장의 규모나 가능성, 무엇보다 천재들의 번뜩임을 못 본 채 할 수가 없다. 그 즐거움을 포기할 수 있다면 애초에 이쪽으로 뛰어들지도 않았겠지.


게임의 방식을 이해하는 방송

그런 면에서 게임 스트리머나 유튜버들은 시간을 많이 아껴줄 수 있다. 게임 방송도 종류도 다양하다. 이번 호의 추천은 <중년게이머 김실장>이다. 사람들 중에는 ‘남이 게임 하는 걸 왜 봐? 그 시간에 직접 하지.’라고 생각하는 부류들이 있는데,(대표적으로 내가 그렇다) 그런 부류에게도 볼거리가 풍성한 채널이다. 게임 유튜버답게 플레이 영상도 올리지만, 내가 즐겨 보는 건 김실장이 PD를 앞에 두고 혼자 강연식으로 떠드는 분석 영상이다. 이 게임이 왜 성공하고 실패했는지, 어떤 이들이 이 게임을 좋아하고 어떤 이들은 싫어하는지, 왜 사람들은 이 게임에 돈을 쓰는지, 게임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와 지금에 이르렀고, 이 게임은 왜 지금 나왔는지 등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해석해준다. 이 해석들이 상당히 그럴 듯해서 처음 접했을 때 이전 영상을 한 번에 다 돌려 봤을 정도. 나처럼 시니컬한 사람에게서는 쉽지 않은 반응이다.

게임 그 자체보다는 게임의 메커니즘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더 흥미로운 채널이다. 사실 나는 이 채널에서 다루는 게임 대부분을 못 해봤다. 하지만 결국 게임을 만들고 플레이 하는 것은 모두 사람들이고, 어쩌면 내가 문화 콘텐츠를 끊임없이 소비하는 것도 사람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게임을 이해하다 보면 우리 삶의 방식도 이해할 수 있다. 그렇기에 전혀 해보지 않은 게임에 대해 설명하는 것도 즐겁다. 우리가 겪어보지 않은 타인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듯이 말이다.

‘중년게이머’란 이름에 걸맞게 돈에 대해서도 빠삭한 게 특징이다. 나의 편견이겠지만 이상하게 내 주변 아저씨들은 그렇게 돈 이야기들을 좋아하신다. 게임을 다루는 훌륭한 채널들이 국내에도 많이 있지만 BM 구조 분석에 있어서만큼은 이 채널이 최고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게임이라는 특성상 어쩔 수 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약간의 진입 장벽과 내가 자주 하는 콘솔이나 패키지 게임에 대한 분석은 많이 없다는 것 정도? 하지만 요즘 대세가 온라인, 모바일 플랫폼 게임들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다 먹고살아야지.

새해다. 멘토로 치부되는 수많은 명사들이 건설적인 이야기를 하고, 대다수 사람들은 새 계획으로 바쁜 시즌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낯설고 사람들에게 동조하는 건 짜증나고 삶이 한가하고 무료해 새 계획을 세우기조차 싫다면, 올해는 게임을 해보자는 계획을 세워보는 건 어떤가? 물론 늦바람이 더 무섭다는 건 각오해야 한다. 빠져든 순간 미래로 가는 타임머신을 탄 듯 2024년을 맞이할 것이다.

글.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