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은 지 30년을 넘긴 노후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에 정체를 알기 힘든 거대한 탑형 구조물이 방치되어 있어 외부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회색빛의 거대한 원통형 기둥 위에 반원형 물체가 얹혀 있는 이 시설물은 언뜻 보면 UFO를 연상시키는 기이한 외형을 가졌습니다.
현장 확인 결과 이 구조물은 성인 남성이 두 팔을 벌려 여섯 번을 감아야 할 정도로 거대한 기둥 크기를 자랑하며 하단의 작은 출입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습니다.
아파트 10층 높이와 맞먹는 약 30m 규모의 이 탑에 대해 주민들조차 정확한 용도를 모른 채 수십 년간 생활해 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거 기록을 추적해 보면 해당 구조물의 설치 시기를 명확하게 가늠할 수 있습니다.
1983년 항공 지도에는 이 탑의 모습이 존재하지 않으나, 아파트가 준공된 해인 1991년 항공 지도에는 해당 구조물이 선명하게 포착됩니다.
오랜 세월 단지 내 주차장 한 구석을 차지하며 주민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으로, 외부인에게는 기이한 건축물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이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의 실제 용도는 과거 아파트 단지에서 흔히 사용되던 고가수조(물탱크)로 확인되었습니다.
높은 위치에 물을 가두어 둔 뒤 중력을 이용해 아래 세대로 자연스럽게 물을 공급하던 1970~1990년대의 대표적인 급수 방식입니다.
원뿔형으로 설계된 상부 구조는 물의 하중을 균일하게 분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동시에 침전물과 불순물이 바닥 중앙으로 자연스럽게 모이도록 유도해 배수 효율을 높이는 과학적 플롯이 적용되었습니다.

과거의 필수 시설이었던 고가수조는 2000년대 들어 가압직결급수 방식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빠르게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습니다.
상수도 시스템이 안정화되고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대부분 철거하는 추세로 돌아선 것입니다.
그러나 남겨진 고가수조들을 완전히 철거하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구조물의 높이가 상당하고 붕괴 위험 등 안전조치 비용이 많이 들어, 철거를 진행하려면 최소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의 예산이 수반됩니다.

철거 비용과 미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붕괴 대신 도시 재생을 선택한 성공적인 대안 사례도 존재합니다.
1986년 축조되어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 물을 공급하다가 2004년 기능이 정지된 32m 높이의 정수탑이 대표적입니다.
서울시는 장기간 방치되던 이 노후 시설을 정비하기 위해 국제공모를 진행했고, 설치미술가의 손을 거쳐 비의 장막이라는 공공미술 작품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안성 아양주공1차의 고가수조 역시 철거되지 못한 채 한 시대의 급수 방식을 간직한 생활 기반시설 유산으로 단지 내에 남아 있습니다.
기능을 잃어 도시 미관을 저해한다는 부정적 시선과 근대 주거 환경의 흔적이라는 의미가 공존하는 상태입니다.
결과적으로 아파트 단지 내 고가수조는 기술 발전으로 임무를 다했으나 비용 문제로 쉽게 없앨 수 없는 노후 아파트들의 공통된 과제입니다.
Copyright © 본 콘텐츠는 저작권이 보호되며 카카오 운영지침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