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20명-바리스타 4명 현장서 채용… “설레는 새 시작”

이민아 기자 2024. 10. 26.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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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리스타트 잡페어]
채용박람회 이틀간 4만명 다녀가
스타벅스-쿠팡 등 즉석 채용 기회… “한자리서 면접-합격통보 처음 봐”
은행권-숙박업 부스 등 청년 몰려… “코딩 테스트 등 최신정보 쏠쏠”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동아일보·채널A 주최 ‘2024 리스타트 잡페어’ 행사를 찾은 구직자들이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인사 담당자들로부터 채용 상담을 받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면접 등 실제 채용 프로세스가 진행된 부스가 많았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면접관들이 저 자신도 몰랐던 내 적성을 알아보고, 그에 맞는 일을 제안해 주더라고요.”

김도현 씨(35)는 25일 켄싱턴리조트를 운영하는 이랜드파크에서 ‘1차 면접 합격’ 통보를 받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동아일보·채널A가 주최한 ‘2024 리스타트 잡페어’ 이랜드파크 부스에서 현장 면접을 봤다. 2차 면접의 기회를 얻은 것도 좋았지만 이번 잡페어에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새로운 직무를 소개 받은 점이 특히 기쁘다고 했다.

2년째 호스텔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 씨가 당초 지원했던 직무는 고객들을 만나는 ‘프런트 업무’였다. 이랜드파크 실무진은 그가 제출한 이력서를 토대로 30분간 대화를 나눈 뒤 숙박 콘텐츠 제작 직무를 추천하면서 2차 면접을 제안했다. 김 씨는 “대학원을 오래 다니느라 사회생활을 늦게 시작했는데 내 역량이 무엇인지 이번 기회에 잘 알게 됐다”고 말했다.

● “바로 면접 보고 합격 통보 받은 취업박람회 처음”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4, 25일 이틀간 열린 2024 리스타트 잡페어에는 약 4만 명이 다녀갔다. 푸른 가을 하늘 아래 일자리를 찾아 나선 청년, 경력보유여성, 중장년층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은 설레는 얼굴로 박람회 이곳저곳을 누볐다. 한 기업 관계자는 “준비해 온 팸플릿과 경품이 첫날 거의 소진돼 오늘 추가로 가지고 나왔다”고 했다.

올해 12회째인 ‘리스타트 잡페어’를 통해 새출발의 기회를 얻은 이도 많았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전날 경력 바리스타 15명 안팎을 면접해, 현재 선발 프로세스를 밟고 있다. 신입 바리스타 지원자 10명 중에는 4명에게 이날 합격 소식을 전했다. 공덕오거리점 신입 바리스타로 출근하게 된 최모 씨(26)는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왔는데 평소 커피 관련 일을 하고 싶었다”며 “커피, 빵, 글이 어우러지는 삶이라는 목표를 스타벅스에서 일하면서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도 잡페어 현장에서 20명의 직원을 채용했다. 조규협 씨(60)는 현장에서 채용이 확정되자 벅차오르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올해 초 금융회사에서 정년퇴직을 한 이후 직종을 가리지 않고 일을 찾고 있었다. 아직 자녀들이 학교에 다니고 있어 일자리가 절실하다고 했다. 조 씨는 “이런저런 채용 박람회를 다녀봐도 나이 탓에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었다”며 “이렇게 면접부터 채용까지 바로 연결되는 박람회는 처음이었다”고 했다.

이 밖에 이랜드파크도 현장 면접자를 대상으로 합격자를 선별하고 있다.

● 정장 갖춰 입고 은행권 부스 돌며 메모

대기업 부스에는 평소 관심 있던 기업의 정보를 얻으러 온 구직자들로 북적였다. 이날 만난 신유진 씨(26)와 최준영 씨(25)는 검은 코트와 양복 바지를 입고 구두를 신은 채 하나·우리·KB국민은행 부스를 돌며 취업 상담을 받았다. 두 사람은 서울시의 청년취업사관학교 교육생으로 취업 정보를 얻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혹시 있을 현장 면접에 대비하기 위해 의상까지 단정하게 차려입었다. 최 씨는 “대기업 채용설명회는 명문대 위주로 열려서 정보를 얻기 힘들었는데, 리스타트 잡페어처럼 정보를 구할 수 있는 개방적 공간이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이들은 미리 작성해 온 자기소개서를 태블릿으로 보여주며 부스에 있던 각 은행 인사 담당자들에게 피드백도 받았다. 은행 직원들은 “영어 성적은 필수” “예전엔 정보처리기사 등의 자격증을 우대했지만 요즘에는 코딩 테스트가 중요해졌다” 등 궁금해하는 내용을 자세히 설명했다.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가사 관리사가 활동하는 청소연구소 부스에는 여성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광화문 근처 사무실에서 청소 용역 일을 하는 50대 여성은 남는 시간을 더 활용하고 싶다며 상담해 왔다. 유모차를 끌고 온 한 30대 여성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남는 시간에 가사 관리사 활동을 위한 사전 교육을 신청했다.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액티브5060관’ 등에는 단정한 차림새의 50, 60대들이 이틀 내내 몰렸다. 30년 가까이 은행원으로 일했다는 김병진 씨(61)는 “아직까지는 일을 조금 더 하고 싶다는 생각에 잡페어를 찾게 됐다”며 “면접이나 취업 상담은 오랜만이라 긴장되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30대 예비 창업자는 ‘재도전관’ 내 창업진흥원 부스에서 투자자들에게 보여줄 사업계획서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그는 “친구와 동업하던 학원을 정리하고 두 달 전부터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며 “회사를 차리고 직원을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창진원 관계자들은 사업 시작 시점과 목표 수익 등을 묻고 사업계획서 작성법을 조언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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