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채 40조 넘는데 7조 더…끝없는 '탈원전 후폭풍'

황정환 2024. 10. 1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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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 5사, 신재생 전력 구입비만 5년 간 7조 넘어
2019~2023년까지 발전 5사 REC 구매비 7조1000억원
부채 39조원 넘는데 신재생 의무 비율 맞추는데 조단위 지출
발전 5사 REC 비용 전기료 3.7% 전력기금에서 보전
비용 늘수록 전기료 인상 부담 증가..."숨은 전기료"
신재생 급가속에 영세 태양광 업자만 폭증...에너지 비용 높아져
정부 입찰제 전환 나섰지만 태양광 업자, 민주당 반대에 '미지수'
전남의 한 태양광 발전 단지 모습. 한경DB

지난 5년 간 한국전력공사 산하 5개 발전 공기업(남동·남부·중부·서부·동서발전)의 신재생에너지 의무 공급량 달성을 위해 투입된 국민 부담이 7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된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여전히 40조원에 달하는 누적 부채를 떠안고 있는 발전사들이 억지로 할당량을 채우는데 매년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면서 전기료 인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부 REC 구매에만 매년 1조 넘게 투입 

13일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전력공사 산하 5개 발전 공기업으로부터 제출 받은 ‘발전공기업들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지출 현황’자료에 따르면 이들 공기업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간 ‘신재생공급 의무화제도(RPS)’를 맞추기 위해 REC 구매에 지출한 금액만 총 7조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조603억원을 쓴 동서발전부터 1조5027억원을 지출한 남동발전까지 5곳 모두 지출액이 1조원을 넘겼다.

2012년 도입된 RPS는 500㎿(메가와트) 이상의 대형 발전사업자에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이 제도에 따라 5개 발전 공기업을 비롯해 대형 민자 발전사 등은 자체적으로 신재생에너지발전을 하고, 모자란 비율은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가 전기를 생산하고 발급 받는 일종의 ‘쿠폰’인 REC를 구매해 채워야 한다.

2019년 전체 발전량의 6%였던 의무공급비율은 2023년 13%까지 높아졌다. 대부분 발전사가 RPS 의무 비율을 채우지 못해 매년 외부 기관으로부터 대량의 REC를 구매하고 있다. 이 비용이 5년 간 7조원을 넘긴 것이다.

전력 업계에서 이 비용은 사실상의 ‘숨은 전기료’로 통한다. 한전은 발전사들의 REC 구입 비용을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을 통해 보전해준다. 올해 6월까지 전력기금은 전기요금의 3.7%에 달하는 부담금으로 조성됐다.

한전은 기준가격을 정해 비용을 지급하는데 어떻게 해도 전기료 상승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마찬가지다. 기준가격이 낮으면 발전 자회사의 부채가 늘고, 기준가격이 높으면 전력기금에서 투입되는 비중이 높아지는 구조라서다. 작년 말 기준 5개 발전 자회사의 부채는 39조2400억원, 이를 포함한 한전 전체 부채는 202조4500억원에 달한다.

발전 업계 관계자는 “발전사들이 의무 공급량을 채우기 위해 무조건 REC를 구매할 수 밖에 없다보니 ‘규모의 경제’가 안되는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만 난립하고 있다”며 “결국 한전이 보전한 REC 구매 비용이 일반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법 개정 필요한데...사업자·야당 반발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긴 역부족인 실정이다. 정부는 작년 1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신재생에너지법’ 개정을 통해 당초 2026년 25%였던 RPS 의무공급비율 달성 시점을 2030년으로 늦췄다.

올해 5월엔 현행 RPS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고 정부 주도의 경매·입찰 제도를 도입하겠다며 제도 개편에 나섰다. 정부가 매년 필요한 신재생에너지 규모를 정하는 것은 유사하지만 최저가를 써낸 사업자들의 전기를 우선적으로 사주겠다는 뜻이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과정에 시장 경쟁 시스템을 도입해 경쟁력이 없는 영세 태양광 사업자 난립을 막고 소비자 부담은 낮추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제도 개편을 위해선 신재생에너지법의 개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급속도로 증가한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의 반발이 거세 경매·입찰제도 도입까진 난항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20년 8만2810명이던 재생에너지 사업자 수는 2022년 14만5832명으로 늘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2월부터 제주도에서 시범 운영을 추진한 재생에너지 입찰 제도는 사업자들의 반대로 4개월이 늦어진 6월에야 시행된 바 있다. 여당 시절 추진된 신재생에너지 확대 기조가 철회된 민주당의 반대도 예상된다.

이로 인해 산업부 내부에선 법 개정이 되더라도 주요 발전 사업자들에 대한 RPS 적용은 3년 가량의 과도기를 거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동의를 얻지 못해 법 개정에 실패할 경우 매년 높아지는 RPS 비율에 따라 이 비용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5개 발전사가 올해부터 2030년까지 7년 간 REC 구매에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 비용은 24조8000억원에 달한다.

강승규 의원은 “한국이 첨단 산업 육성과 국민들의 전력 부담 경감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최대한 전력원의 생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RPS제도를 경매 방식으로 전환해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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