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의 일상 속 문화사] "앉는 건 좋지만 눕지는 마!".. 노숙인에겐 새침한 건축물들
노숙 막을 법적 효력 없는 국가서
공공장소 점유 막을 대안으로 부상
울퉁불퉁 모양 벤치·팔걸이 설치 등
눕거나 자는 행위 원천 봉쇄 역할
장식·조경 활용 미묘한 디자인부터
소화전 위 톱니 등 노골적인 방해도
몇 해 전 세계적인 사무실 공유(코워킹 스페이스) 기업이 서울역 앞에 있는 대형 건물에 사무공간을 열면서 뜻하지 않은 고민에 빠졌다. 서울역 앞 노숙인들 때문이다. 공유 사무실이라는 곳은 원래 비용을 아끼고 협업과 소통을 중시하는 스타트업이나 프리랜서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간이다 보니 아무래도 젊은 층이 많이 이용한다. 그중에는 여성들도 많다. 그런데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서울역 앞을 매일, 그것도 밤늦게 지나다닐 경우 노숙인들 때문에 ‘안전하지 않은 곳’이라는 인상을 받는다는 거다.

그럼 샌프란시스코시는 이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할까? 특별한 해결책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마약을 파는 것은 불법이지만 마약을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로 인식하는 태도와 이들을 수용, 치료할 수 있는 예산의 부족 때문에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문제다. 경찰과 안전요원들이 거기에 서서 모인 수백 명의 마약중독자와 노숙인들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고 있는 모습은 초현실적인 느낌마저 든다.
현대의 도시는 왜 노숙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다른 질문에 먼저 답을 해야 한다. “노숙인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가”라는 질문이다. 노숙인의 대부분은 집, 혹은 합법적인 거처가 없는 사람들이고 그래서 홈리스(homeless)라고 부르기도 한다. 거처가 없는 것은 그들 개인에게는 비극이고 문제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공공장소인 거리를 자신의 거처로 이용하는 행위는 그들에게는 ‘문제’라기보다는 문제의 해결책이다. 이게 문제가 되는 건 노숙행위가 불법일 경우다. 하지만 많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구걸행위는 경범죄로 처벌할 수 있지만 노숙을 막을 마땅한 법적 근거는 없다.

대표적인 예인 벤치를 보자. 과거에는 공원이나 지하철역 같은 공공장소의 벤치가 가로로 긴 단순한 모양을 하고 있었지만 요즘은 벤치 중간에 튀어나온 구조물을 박아 넣거나 아예 엉덩이 모양의 개인용 의자로 만든다.


전부 나름대로는 ‘묘책’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진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당장 내 건물 앞에서만 보이지 않게 하려는 미봉책일 뿐이다. 깊은 상처가 보기 싫어 반창고를 붙여둔다고 해서 상처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빈부격차가 심각해지고 각 도시에서 주거 비용이 치솟는 상황을 보면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장애물 건축을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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