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1억 원 가까이 했던 기아의 플래그십 세단 ‘더 K9’이 중고차 시장에서 놀라운 변신을 보여주고 있다.
신차 시장에서는 제네시스 브랜드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고급 사양과 저렴해진 가격 덕분에 ‘가성비 황제’로 재조명받고 있다.
특히 3.8 가솔린 모델은 아반떼보다 싼 2천만 원 초반대에, 8기통 V8 모델마저도 2천만 원대 후반에서 거래되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9천만 원 V8도 2천만 원대, 감가 ‘역대급’

실제로 중고차 플랫폼 엔카닷컴에 따르면, 2019년형 K9 3.8 플래티넘 트림은 주행거리 10만km 미만, 무사고 조건에서 2,16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해당 트림의 신차 가격이 5,389만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약 60%가량 가치가 하락한 셈이다.
V8 5.0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한 퀀텀 트림도 9만km 기준 2,750만 원에 매물로 나와 있어, 쏘나타 가격으로 국산 최고급 대형 세단을 소유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실패한 신차 전략이 만든 중고차 반전

이러한 급격한 감가상각은 출시 초기의 애매한 시장 포지셔닝에서 비롯됐다.
제네시스 G90보다는 저렴하고 G80과는 가격이 겹치는 더 K9은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안겨주었고, 결국 신차 시장에서는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오히려 이 빠른 감가가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브랜드보다는 차량의 본질에 집중하는 소비자들이 더 K9을 ‘숨겨진 보석’으로 재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G80보다 고급? 실내·정숙성은 여전히 최고

차량 성능과 고급감에서도 더 K9은 여전히 경쟁력을 갖춘 모델이다. 전장 5,120mm, 휠베이스 3,105mm의 대형 차체에서 비롯된 넉넉한 실내 공간과 정숙성은 G80을 뛰어넘는다는 평가도 있다.
실내에는 최고급 나파 가죽 시트, 리얼 우드 트림,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고급 사양이 기본 적용돼 있어 오너들 사이에서는 “이 가격에 이런 차를 타는 게 말이 되냐”는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진짜 꿀매물’은 따로 있다

다만 주의할 점도 있다. 더 K9은 법인 차량이나 임원용 장기 렌터카로 많이 운용됐던 탓에, 중고 매물 중에는 ‘용도 이력 있음’ 차량이 적지 않다.
따라서 개인이 운행한 ‘용도 이력 없음’ 매물을 우선으로 살펴야 하며, 정비 이력 확인도 필수다.
고급 세단 특성상 유지비가 다소 높을 수 있지만, 지금 이 가격대에 K9을 선택하는 것은 ‘가성비’를 넘어 ‘가치 파괴’ 수준의 선택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