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정말 12평 원룸이라고?! 틀을 확 깬 아파트 구조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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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만난 지는 8년, 같이 산지는 6년 된 구혼부부입니다. 사랑이 시들시들~ 미적지근~ 해질 때쯤 저희는 꺼져가는 사랑을 불태워보려고 원룸으로 이사를 했어요. 농담이고요^^ 헤헤

제가 결혼 전 매수해서 월세를 받던 집의 비과세를 위해 2년 정도만 들어가 살게 되었습니다. 아직 아이가 없이 둘만 살아서 가능한 일이죠ㅋ 평생 결혼이란 건 못할 줄 알고 '나중에 조용히 혼자 늙어가야지.' 하며 부모님 집 근처에 사 두었던 원룸인데 마음씨 넒은 남편이 저를 간택해 주어서 이렇게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뭐 그때 결혼을 못했다면 지금쯤 '나는 솔로' 같은 프로그램 기웃기웃하고 있겠네요ㅋㅋ

도면

저희 집은 지어진 지 25년이 넘은 전용면적 12평의 원룸형 아파트입니다. 오래된 구축이기도 하고 계속 월세를 주었기 때문에 집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리모델링은 필수적으로 해야 했습니다. 남편은 무슨 2년 살 원룸을 몇 천만 원 들여서 고치냐, 대충 살자 했지만 '아니 쫌!!! 나도 오늘의집에 나오는 그런 예쁜 집에 좀 살아보자고ㅠㅠㅠㅠ내가 인테리어 비용 벌어올게!!!!!!!!!'

그리하여 2020년 코로나로 주가가 바닥을 찍었을 때, 있는 돈 없는 돈 투자해서 간신히 3천만 원을 벌었죠ㅋㅋㅋ (스트레스로 건강 조금 잃음) 네.. 그 돈을 인테리어에 때려 붓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돈이면 다가 아니었으니... 정말 최악의 인테리어 업체를 만나 인생에서 더는 없을 고생을 했습니다. 12평 원룸을 4개월간 공사했다면 믿으실까요..?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수명과 바꾼 인테리어라고 말합니다.. 아마도 제 인생에 처음이자 마지막 인테리어 공사가 될 것 같아 이렇게 오늘의집에 기록해 보아요.

공사 전

원래는 이렇게 커다란 원룸으로 되어있었습니다. 스케치북 같은 인터폰에서 엄청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시죠?ㅎㅎ 좁은 집이지만 남편이 교대 근무를 하는 직업이라(국정원 소속인지 직업은 비밀로 해달라네요ㅋㅋ) 저와 생활 패턴의 차이가 있다 보니 인테리어 하면서 가벽으로 방과 거실을 분리하는 공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방 가운데를 뚝 잘라 나누는 거라 답답해 보일까 봐 걱정을 했었는데 살아보니 침실을 분리하지 않았다면 둘이 생활하기에 엄청 불편했을 것 같더라고요.

참! 이 집에는 정말 특이한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화장실인데요.! 세면대, 샤워실, 변기가 모두 나누어져 있습니다. 이게 일본식이라고 하는데, 그 옛날 설계하시는 분이 일본 유학을 하셨는지 몰라도 저한테는 참 낯선 모습이었습니다. 이전 집도 화장실이 한 개라 한 사람 샤워할 때 배탈이라도 나면 진짜 멱살 잡았어야 했는데, 이렇게 공간이 전부 나누어져 있으니 편안~하게 일을 봐도 씻고 준비하는데 무리가 없어서 좋더라고요.

집 보러 오셨을 텐데 너무 혼자 수다를 떨었네요>.< 어서 들어 오세요!

공사 후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중문 밖에서 보이는 모습입니다.

이 부분이 위에서 말씀드렸던 가벽입니다. 이렇게 목공사로 슬라이딩 도어를 달아서 거실 공간과 침실 공간을 분리했어요. 도어를 그냥 일반 문처럼 다 막아버릴까 생각도 했는데 뭔가 너무 답답해 보일 것 같아서 모루 유리로 선택해 보았습니다. 적당히 시야 차단도 되어서 나름 만족스럽게 사용 중이에요.

그럼 이제 공간별로 자세히 보여드릴게요!

주방 Before

주방 After

저희 집 주방입니다. ㄱ자로 되어 있고 나름 거실과 마주한 대면형 주방이에요. 싱크대 옆에는 원형 테이블을 두었어요.

처음부터 대면형 주방을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고 인테리어 업체에서 제안하여 변경된 부분인데 수전 사용 시 물이 너무 튀어서 후회하고 있습니다ㅜㅜ 물 사용할 때 저기 의자 앞에 앉아 있으면 롯데월드 따로 안 가도 됩니다. 그냥 후룸라이드거든요ㅎㅎㅎ 그나마 물막이 설치 후 쓸만해졌네요..

그래도 창밖과 TV를 보며 외롭지 않게 음식 준비를 할 수 있는 게 장점입니다.

싱크대는 저의 필요에 따라 구성했습니다. 저는 전기밥솥은 잘 사용하지 않아 따로 수납 자리를 만들지는 않았고, 전자레인지는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명당자리를 내 드렸습니다^^

문을 열면 전자레인지가 쏙 들어있어요.

집 크기에 비해 주방이 좀 과하긴 해요. 사실 집에서 요리를 자주 하진 않거든요. 역세권, 스세권, 맥세권 보다 좋다는 엄(마)세권에 살고 있어서 거의 부모님 집에서 남편과 끼니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헤헤

혹시 식세기 찾으셨나요?ㅎ

제가 이 빌트인 식세기를 손잡이 없이 감쪽같이 설치하기 위해 몇 날 며칠을 머리 싸매고 고민했더랬죠ㅠㅠ 싱크대 사장님도 모르고 설치 기사님도 모르는 빌트인의 세계란..

냉장고도 기존에 쓰던 냉장고를 그대로 씁니다. 저도 예쁜 비스포크 사고 싶지만 남편과의 불화를 차단하기 위해 욕구를 참아 봅니다..ㅋㅋㅋㅋㅋㅋㅋ

냉장고 옆에 있는 수납장에 생필품들을 보관해요. 깊이가 깊어서 은근히 수납이 잘 돼요.

거실 Before

공사 전의 모습입니다. 큰 창을 가벽으로 나누다 보니 창문도 더 작아지고 개방감이 확실히 덜해졌어요.

거실 After

아담하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저희 집 거실입니다! 베란다 확장 공사는 하지 않았어요. 개인적으로 좁은 원룸 일수록  베란다는 필수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눈치채셨을지 모르겠지만 바닥재는 장판입니다. 예산상 마루를 포기하고 장판으로 타협했어요. 이전 집에서 밝은 색상의 바닥을 사용했는데 머리카락이 너무 잘 보이니까 은근히 스트레스이더라고요ㅜㅜ

그래서 바닥은 무조건 어두운색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인테리어 시작부터 제품 모델명까지 이미 결정했습니다. 요즘 장판이 생각보다 잘 나오더라고요? 실제로 만지면 나뭇결도 느껴집니다. 단점이 있다면 사진발이 정말 안받아서 속상하네유..ㅎㅎ 실물이 훨씬 좋거든요.

이렇게 쫙 둘러보니 더 아담하네요!

저는 쪼꼬미라 이 집 크기가 잘 맞는데 남편은 덩치가 커서 꼭 걸리버 여행기 같아요 ㅋㅋㅋ 여기저기 잘 걸리고 부딪치네요ㅎㅎ  TV는 원래 있던 건데 다리만 달아주면 세리프 TV 같을까 하고 시도해 보았으나 전혀 다르고요^^;;

그나마 뻥 뚫린 남향이라 밝아서 집 안이 답답하지는 않습니다^^ 겨울에는 이렇게 해가 깊이 들어서 더워지면 커튼을 설치해야겠다 했는데 요즘은 해가 조금만 들어 시원하더라고요? 왜 사람들이 남향 남향 하는지 알 것 같아요ㅎㅎ

드레스룸

이 문을 열면 보이는 공간이 드레스룸입니다.

방 하나도 저기 살짝 보이는 간살을 좌우로 침실과 드레스룸을 나누었습니다. 시스템 행거는 이전 집에서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가지고 왔습니다. 이사 오기 전에는 드레스룸이 따로 있어서 행거가 편리했는데 현재는 침대 옆에 옷을 보관하다 보니 먼지가 많이 신경 쓰이네요. 사실 이사 오며 새로 산 것들이 거의 없어요. 전부 기존에 쓰던 가전과 가구들이죠^^

가뜩이나 좁은 집에 가벽이 정말 많죠?ㅋㅋㅋㅋㅋㅋ 그 좁은 방을 또 이렇게 파티션으로 분리를 했어요. 엄마가 이걸 꼭 해야겠냐?!고 했지만, 응.. 엄마..해야겠어..ㅋㅋㅋㅋㅋㅋ

침실

처음에는 이렇게 템플스테이 온 것처럼 무소유로  지내다가 역시나 수납이 조금씩 부족하게 되어 옆에 수납장을 하나 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ㅎㅎ

허허.. 무소유라더니 그토록 부자가 되고싶더냐.....수납장에 생각보다 많은 게 들어가서 책이나 잡동사니 같은 것들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냥 편백 깔판에 매트리스만 올려두고 사용 중이라 침실이라 소개하기도 민망스럽네요ㅎㅎㅎ

방 안에서 보는 모습입니다. 나름 아늑해요~

욕실 Before

서두에 언급했지만 정말 신기하게 생겼어요. 공사 후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욕실 After

현관에서 중문을 열고 들어오면 우측에 보이는 곳이 욕실입니다.

입구에는 플라워 패턴의 커튼을 달아 주었고요,

이렇게 세면대가 분리되어 있어요. 아, 근데 혹시 건식 세면대 시공예정이시라면 절대 탑볼을 하면 안 됩니다.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ㅋㅋㅋㅋㅋ 정말 청소하기 너무너무 불편해요. 꼭 언더볼로 하시길 추천해요.

샤워실과 변기도 각각 분리되어 있어요.

욕실 용품은 세면대 밑 수납장과 우드 선반에 하고 있어요. 남편이나 저나 뭐를 많이 사거나 쟁여두는 성격이 아니라서 집이 좁아도 수납이 딱히 부족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퓨로라는 브랜드의 탱크리스 직수형 변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화장실 사용 후 버튼으로 물을 내리는 게 뭔가 호텔에 온 것 같고 기분이 좋네요ㅋㅋ

마치며

지난겨울 너무나도 추웠던 날 이사를 하며 참 심란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작년 봄부터 시작한 인테리어 공사는 찬바람이 불 때쯤 마무리가 되었고, 그 후에도 끝없는 시공하자 스트레스로 이미 몸과 마음이 전부 지쳤습니다. 남편이 인테리어 하지 말자고 했는데 혼자 호기롭게 시작했던 일이 순조롭지 않자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지배했죠. 이 손바닥만한 원룸에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 공사 후에도 집에 정이 붙지 않아 한참을 공실로 두었네요.

그래도 남편과 좋은 생각을 하며 도란도란 살다 보니 조금씩 정이 들고 있는 찰나 그렇게도 꿈에 그리던 오늘의집 집들이 제안을 받았지만 망설였습니다. 인테리어 공사를 하며 너무 힘들었던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좋은 기회로 집 사진을 한 장 한 장 찍고 또, 좋은 점을 찾아 적다 보니 이 또한 좋은 추억의 한켠이 될 것 같네요^^ 물론 지금도 업체가 말도 안 되게 해놓은 부분들을 볼 때마다 울화가 치밉니다ㅠㅠㅋㅋㅋㅋ

이 자리를 빌려 끝없는 하자를 맥가이버처럼 해결해준 아빠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어요ㅠㅠ 마지막으로 저희 집 구경 와 주시고, 긴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