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국세 수입...국세청, 고가 단독주택 '감정평가' 금액으로 과세

중고시장·플랫폼 탈세 정조준…연말정산 과다공제 차단
외국기업 조사방해에 이행강제금…AI 활용해 세무조사 대상 선정
강민수 국세청장, 첫 세무관서장회의서 국세행정 운영방침 밝혀

실질적인 나라살림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가 지난 7월 말 기준 83조2000억원 적자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과 국민연금 등 4대보험 기금 수지를 뺀 지표를 말한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정부의 누계 총수입은 1년 전보다 3조9000억원 늘어난 357조2000억원이다. 국세수입은 1년 전보다 8조8000억원 줄어든 208조8000억원이다.

법인세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조5000억원 덜 걷힌 탓이 크다. 소득세는 1000억원, 부가가치세는 6조2000억원이 더 걷혔지만, 법인세 세수 부족분을 막지 못했다.

반면, 복지 수요 증가로 총지출은 1년 전보다 18조3000억원 늘어난 409조5000억원이다. 건강보험가입자 지원액 3조2000억원, 퇴직급여 1조2000억원, 부모급여지급액이 1조1000억원 늘었다.

그 결과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52조3000억원이 적자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 수지 30조8000억원 흑자를 뺀 관리재정수지는 83조2000억원 적자다.

재정적자가 발생하자 강민수 국세청장은 이날 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첫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주재하고 국세행정 운영 방안을 밝혔다.

꼬마빌딩 감정평가 과세 확대

이날 회의에서는 기존 세정업무를 효율적으로 재설계해 국가재정 수입 확보를 지원하는 다양한 방안이 논의됐다.

국세청은 시가가 아닌 기준시가로 과세된 꼬마빌딩에 대해 감정평가를 대폭 확대, 상속·증여세 과세의 형평성을 높이기로 했다. 시가 파악이 쉽지 않은 초고가 아파트·단독주택·상가겸용주택 등도 감정 평가대상에 추가해 성실 신고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은 자체 추정한 시가와 기준시가 차액이 10억원 이상이거나 추정시가 대비 차액이 10% 이상인 비주거용 부동산은 감정평가를 해 시가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고 있다.

국세청은 이에 따라 연간 185건 수준이었던 감정평가가 200여건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연말정산 때 공제 대상이 아닌 부양가족 자료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등 시스템을 혁신해 과다·중복공제도 원천 차단키로 했다.

상속세 대화형 신고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간편 신고도 확대한다. 증여세 신고 때 증여재산 물건 현황을 미리 채워 보여주고 종합부동산세 경정 청구를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간편 청구 시스템도 개발한다.

불법 다단계·가상자산 변칙 발행에는 엄중한 세무조사

세무조사의 경우 성실 신고 유도라는 본래 목적에 충실하도록 운영하되 조사 규모는 경제 여건이나 인력 상황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세무조사 건수는 2019년 1만6008건을 기록한 뒤로 지난해 1만3973건까지 1만3000∼1만4000건 수준이다.

하지만 국세청은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리베이트 등 사익 편취 행위, 악의적 탈세는 정당한 책임이 부여될 때까지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사주일가 이익을 위한 비공개 정보 불법 이용, 중고 시장 왜곡 행위, 불법 다단계, 허위 광고 건강 제품 등을 들었다.

유튜버 광고 누락 등 온라인 플랫폼 탈세, 해외 거래소를 통한 가상자산 변칙 발행·거래 등도 과세당국의 집중 검증 대상이다.미등록 결제대행업자(PG) 등을 악용한 과세 인프라 우회 거래, 기획 부동산 이상 거래 등은 중점 관리된다.

다만, 영세납세자는 간편 조사에서도 원칙적으로 제외해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다국적 기업의 자료 제출 거부 등 조사 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이행 강제금 도입을 추진한다.

국세청은 현재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외국법인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과태료만 내고 자료 제출을 계속 거부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이행강제금은 한 번만 부과할 수 있는 과태료와 달리 반복해서 제재가 가능하다.

외국법인 간 국내 주식 양도자료 제출 의무화를 추진하는 등 역외탈세 대응 체계도 보강한다.특허권·근저당 등 외부 자료 연계 분석, 골동품 트래킹 시스템 등을 통해 지능적 재산 은닉 색출도 강화한다. 고가 외제차 리스 보증금, 허위 근저당 설정 등도 주요 분석 대상이다.

약자 복지 세무정책 확대...모범납세자 제도 공정성 제고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한 모바일 환급 서비스, 장려금 조기 지급 등 약자 복지 세정도 지속해 확대한다.

수수료 없이 최대 5개년 치 세금 환급액을 자동으로 계산해 제공하는 등 민간 플랫폼보다 쉽고 정확한 환급 서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신중한 과세를 위해 모든 고액 불복 사건을 상대로 과세 품질을 평가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반의 탈세 적발 시스템을 올해 정기조사 대상 선정부터 도입하고 향후 비정기 조사 선정 때도 활용하는 안을 추진한다. AI 국세 상담도 모든 주요 세목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세입 예산의 원활한 조달을 위한 경기 여건, 자산시장 동향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세수 진행 상황도 매달 점검한다.모범납세자 제도는 선정 기준을 공개하고 선정 과정에 민간의 참여를 확대할 예정이다. 우대 혜택 등을 포함해 제도 전반의 개선도 검토한다.

우리 청은 본연의 업무인 국가 재원 조달과 공정 과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저부터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열심히 뛸 것"
- 강민수 국세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