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감사원이 지적한 BBC 디지털전략의 한계
BBC의 디지털 전환 분석한 NAO '디지털 BBC' 보고서
iPlyer 등 성과 호평…수신료 동결, 인력유출 등 한계도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BBC의 디지털 전환 경과를 분석한 영국 감사원(NAO·National Audit Offic)이 그간 BBC의 성과를 호평하면서도 디지털 리더십 등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관련 보고서에는 수신료 동결로 인한 재원 문제, 인력 유출 등 BBC가 겪고 있는 어려움들이 담겼다.
영국 감사원은 지난해 4월~9월 BBC 및 관련자 인터뷰, 문서 자료 등을 검토·분석한 '디지털 BBC(A Digital BBC)' 보고서를 12월 공개했다. KBS공영미디어연구소는 정기간행물 해외방송정보 4월호(주대우 통신원)에서 보고서 내용을 소개(링크)했다.

감사원은 BBC가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면서 자본력이 더 강한 미디어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냈다고 봤다. BBC는 1997년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2000년대 들어 자체 OTT인 iPlayer, 팟캐스트 BBC Sounds 등 디지털 서비스를 출시했다.
특히 감사원은 iPlayer가 높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이후 BBC 이용자들이 TV를 보는 시간은 줄고, iPlyer를 이용하는 시간은 늘고 있는 추세다. iPlyer의 주간 평균 시청시간은 2016/17년 33분에서 2021/22년 60분으로 만 5년 동안 82% 증가했다.
또한 지난 2019/20년 영국 성인 54%, 16~34세 29%가 일주일에 최소 5시간, 최소 5일간, 최소 3개 플랫폼에서 BBC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22년엔 그 비율이 성인 52%, 16~34세 31%로 확대됐다.

다만 아직 영국 성인의 73%는 TV로 BBC를 시청하고 있으며, BBC iPlyer를 통한 TV 방송 콘텐츠 시청은 16%에 그치고 있다. 감사원은 이를 두고 전통적인 TV 시청자가 다수인 상황에서 명확한 디지털 전환 시나리오를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BBC의 '디지털 리더십'에 대해선 우려가 나왔다. BBC 집행위원회는 '디지털 리더십 그룹(DLG·Digital Leadership Group)' 분과가 기술적인 이슈 사항을 집행위에 정기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감사원은 실제 기술 관련 보고가 정기적이기보다 필요에 따라 이뤄졌다고 했다. 여러 부처에 걸쳐 분산된 디지털 조직 구조가 유기적 업무 추진, 업무의 중복·공백, 부서 간 이기주의 및 상이한 핵심 성과 지표 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BBC 이용자 로그인 확대 이뤘지만 '개인화 전략' 모호해
BBC의 이용자 개인화 전략은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BBC는 지난 9년간 이용자별 특성에 맞춘 개인화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해 이용자들이 BBC 계정에 로그인한 후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와 관련해 2023년까지 디지털 서비스 이용자의 72%가 로그인 후 이용하도록 하는 '사인 인'(Sign-in) 전략을 밝힌 바 있다. 그 결과 BBC 디지털 플랫폼의 온라인 로그인 계정은 2019/20년 주당 평균 1460만 개에서 2021/22년 1810만 개, 2022년 6월 1960만 개에 도달하는 등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감사원은 그러나 “개인화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계획이 없다”며 “(BBC) 조직 전체에서 개인화를 위한 포괄적 전략을 함께 모으는 작업을 시작했다는 근거는 아직 보지 못했다(2022년 11월 기준)”고 했다.
또한 감사원은 “BBC가 디지털 서비스 사용자의 필수 로그인을 늘림에 따라 보유하는 개인 데이터의 양이 증가할 것”이라며 “BBC가 개인 데이터를 수집, 저장 및 보호하고 그 사용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평판이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수신료 동결로 디지털 투자 재원 감소, 인력유출도 문제
BBC 디지털 역량 강화의 현실적인 어려움 중 하나로는 '재원'이 꼽힌다. BBC가 감사원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 사업에 지출하는 2021/22년 예산은 2018/19년에 비해 8%가량 감소했다. BBC가 디지털 사업에 지출하는 재원은 매출액의 2.8%로, 경쟁사가 매출액의 8~11%를 지출하는 것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수신료 동결과 예산 절감의 여파라는 분석이다.
주대우 통신원은 “BBC가 디지털 서비스의 중요성을 지속해서 피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재원을 투자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수신료 동결로 인한 여파가 크다. BBC는 수신료가 동결된 2010년 이후 실질 기준으로 볼 때 수신료 매출 하락을 겪어 왔다”며 “이에 따라 예산 절감을 위해 일부 서비스를 폐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지상파 TV 채널을 종료하고 온라인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의 효과 및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BBC는 온라인 전용채널로 전환했던 BBC3 채널을 지난해 2월 지상파 채널로 재전환했다. 그러나 같은해 5월 BBC4, CBBC, Radio 4 Extra 채널 등의 지상파 송출을 종료하겠다는 추가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감사원은 BBC가 TV와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인프라의 차이가 없다며, 콘텐츠 전달 매체를 바꾸는 것이 확연한 예산 절감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봤다. 지상파 TV 채널 폐지를 둘러싼 부정적 여론도 관건이다. 주 통신원은 “CBBC 채널의 경우 현재 영국 20~30대 대부분이 보고 자란 채널이며, BBC4도 예술·문화 중심의 채널 특성상 사회고위층의 충성도가 높은 채널이다. 실제로 이들 채널 폐지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들끓자 샬롯 무어 BBC 콘텐츠본부장은 해당 채널이 더 이상 시청자들에게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채널을 폐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BBC 사장 팀 데이비가 해당 채널의 폐지 계획을 발표한 지 3개월 만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BBC는 디지털 전문 인력 부족과 인력 유출 문제도 겪고 있다. 2022년 6월 BBC 프로덕트 그룹 직원의 이직률은 2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기술 전문가에 대한 BBC의 급여 수준이 다른 잠재적 사용자들보다 낮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영국방송노조(BECTU), 영국저널리스트조합(NUJ) 등은 BBC 직원들이 대체로 디지털 비전을 지지하지만 이와 관련된 불확실성과 고용 불안을 수반한 지속적인 조직 개편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한다”며 “BBC 프로덕트 그룹은 직원들이 자신이 업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정기적인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직원들이 떠나지 않고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BBC 내의 진로경로를 개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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