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의 바다는 늘 익숙하다고 생각했다면, 이 길에서는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파도가 아니라 바위의 색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최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경북 동해안 지질공원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이름을 가진 곳이 바로 힌디기다.
힌디기는 거창한 전망대도, 복잡한 등산 코스도 아니다. 하지만 이곳에 서면 자연이 남긴 시간이 얼마나 정직한지 느끼게 된다. 짧은 산책만으로도 수천만 년의 지질 기록을 마주하게 되는 곳, 그래서 요즘 포항에서 가장 조용히 회자되는 명소다.
포항에서 만나는 가장 쉬운 지질 트레킹

힌디기는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2코스, 선바우길 구간에 자리한다. 입구 근처에는 카페와 주차 공간, 화장실이 잘 갖춰져 있어 준비 부담이 없다. 길도 평탄해 산책하듯 걷기 좋은 코스다.
선바우에서 힌디기까지는 약 10분 남짓. 천천히 걸어도 금방 닿는다. 그래서 이 길은 등산객보다도, 자연을 보러 나온 여행자에게 더 잘 어울린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에서는 동해의 바람과 포항 도심의 풍경이 동시에 펼쳐진다.
흰덕에서 힌디기로, 이름에 담긴 지형의 기억

힌디기라는 이름은 ‘흰덕’에서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일대에 유난히 백색 바위와 흰 언덕이 많아 붙은 이름이다. 실제로 길을 걷다 보면, 바위의 색이 갑자기 바뀌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처음 만나는 선바우 일대는 현무암질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어두운 암석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몇 걸음만 더 가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힌디기 구간에 들어서는 순간, 바위는 완전히 하얗게 변한다. 이곳은 유문암질 화산재가 쌓여 만들어진 지층이다.
가까운데 전혀 다른 암석, 그래서 더 특별한 곳

선바우와 힌디기는 불과 몇 분 거리다. 하지만 두 곳의 암석은 색도, 성분도 전혀 다르다. 서로 다른 마그마 활동의 결과가 그대로 드러난 자리다. 그래서 이 일대는 지질학적으로도 매우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힌디기 앞쪽 작은 자갈 해변에 서면, 바위의 규모가 더 실감 난다. 가까이서 보면 압도적이고, 멀리서 보면 기묘하다. 이 풍경은 사진보다 직접 봤을 때 훨씬 크게 다가온다.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느려진다.
기암괴석이 이어지는 바닷길

힌디기로 향하는 길에는 이름도 재미있는 바위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안중근손바닥바위, 아기발바닥바위, 여왕바위, 폭포바위까지. 하나하나 의미를 알고 보면, 이 길이 더 흥미로워진다.
지질 구조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걷는 내내 풍경이 지루할 틈이 없다. 그래서 이 구간은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가운데서도 가장 인기 있는 코스로 꼽힌다.
힌디기에서 먹바우까지, 짧지만 밀도 높은 산책

힌디기를 지나면 산책로는 먹바우까지 이어진다. 추가로 10분 정도면 충분하다. 먹바우에서는 또 다른 지질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곳에서는 하천에 의해 운반되고 쌓인 퇴적암을 볼 수 있다.
짧은 거리 안에서 현무암질 화산활동, 유문암질 화산재 지층, 퇴적암까지 모두 만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래서 선바우–힌디기–먹바우 구간은 지질의 타임라인을 걷는 길이라고 불린다.
유네스코가 주목한 이유는 분명하다

힌디기는 화려하지 않다. 대신 정직하다. 자연이 만든 과정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최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이후, 이곳은 포항의 새로운 얼굴로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편도 20분 남짓의 짧은 코스지만, 얻어가는 풍경과 이야기는 결코 짧지 않다. 동해안을 따라 걷다가, 조금 다른 포항을 만나고 싶다면 힌디기는 충분히 그 이유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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