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A 삼성역 철근 178t ‘발주도 안 했다’··· 커지는 안전 우려

전다현 기자 2026. 6. 8.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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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A 삼성역 공사 현장에서 178t에 달하는 철근이 누락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현대건설은 도면을 잘못 해석해 애초에 철근을 발주조차 하지 않았다. 서울시의 은폐 의혹도 제기된다.
5월21일 GTX-A 삼성역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철근이 누락된 기둥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철근이 무더기로 빠졌다. 몇 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순살 아파트’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도 하루에 시민 수만 명이 이용 중인 GTX-A 이야기다. 앞으로 이 노선의 주요 환승 거점이 될 삼성역 지하 5층 승강장 기둥 80개에 주철근 약 178.3t이 빠졌다.

사태의 시작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10월23일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영동대로 복합개발 3공구 지하 5층 기둥에 두 개씩 있어야 할 철근이 한 개씩만 들어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하 5층 콘크리트 타설을 이미 완료한 후 지하 4층을 시공하면서 알게 된 것이다. 현대건설은 ‘도면 해석’에 오류가 있었다고 밝혔다. 원래 3공구 기둥은 철근 두 개를 한 묶음으로 설치하고 콘크리트를 타설해야 한다. 그런데 설계도에는 기둥에 철근을 뜻하는 ‘점’이 하나만 그려진 상태에서 이 점 옆에 ‘2-bundle(2개씩 묶음)’로 표기되어 있었다. 시공사 측이 2-bundle을 인지하지 못하고 점 하나를 ‘철근 한 개’로 잘못 오인하는 바람에 철근이 누락되었다는 해명이다.

그런데 이러한 철근 누락 사실은 장기간 보고되지 않았다.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해당 구간의 공사를 위탁받아 관리하는 ‘수탁자’인 서울시는 기둥 보강 방안을 두고 올해 4월까지 논의를 이어갔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국토부)와 원 발주처인 국가철도공단(철도공단)에 시공 오류가 보고된 것은, 현대건설이 처음 사안을 알게 된 때부터 무려 6개월이 지난 올해 4월29일이다.

보고 직후 국토부와 철도공단은 긴급 현장점검에 나섰다. 5월6일부터 8일까지 외부 전문가 20명을 투입해 전 구간 구조물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을 벌였다. 사태를 인지한 국토부는 5월22일부터 서울시와 철도공단을 대상으로 보고 지연 및 부실시공 대응 전반에 책임을 묻는 특정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사업은 삼성역과 봉은사역 사이 지하에 광역복합환승센터를 조성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GTX-A 노선 약 1㎞가 가장 깊숙한 지하 5층을 통해 이 구간을 통과한다. 이에 사업시행자인 철도공단이 2021년 7월 위수탁 협약을 통해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에 공사를 위탁했다. 시공은 현대건설이, 현장을 감독하는 책임감리는 건설감리 업체인 삼안이 맡고 있다.

문제는 지하 5층 공사가 이미 완료됐다는 점이다. 현대건설이 철근 누락 사실을 처음 인지했을 때는 지하 4층을 시공 중이었다. 철근 누락을 알고도 현대건설은 공사를 계속 진행해 현재는 지하 3층까지 시공 대부분이 완료된 상태다.

지하 5층 공사가 끝날 때까지 현장 작업자, 시공사, 감리회사, 수탁자, 발주처 모두 철근이 빠졌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이야기가 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현장에서 ‘실수’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콘크리트 타설 작업까지 하고서 실수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용화 한국건설안전협회 기술원장은 “이번 사건에서는 ‘감리’도 몰랐다는 게 핵심이다. 일반적 건설 현장에서는 반드시 크로스체크가 이루어진다. 상주 감리원뿐 아니라 임원급 비상주 감리원도 월 1회 현장을 확인한다. 시스템상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실수’는 정확히 어느 지점부터 발생했을까. 지금까지는 ‘지하 5층 공사 후 철근 수천 개가 남는 걸 보고 누락 사실을 인지했다’고 알려졌다. 사실이 아니다. 철근이 남는 상황은 벌어진 적이 없다. 〈시사IN〉 취재 결과, 누락된 철근 178.3t은 처음부터 발주조차 되지 않았다. 도면을 해석하는 가장 첫 단계부터 오류가 있었던 것이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시공사에서 철근 구매를 아예 하지 않았다. 만약 철근을 발주하고도 빼먹었다면 바로 수사를 의뢰했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다. 처음부터 도면을 잘못 읽어 철근을 두 개씩 한 묶음으로 시공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절반만 주문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현대건설 역시 이를 인정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시사IN〉에 “처음 도면에서부터 철근이 하나씩 들어가는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발주 자체도 하지 않았다. 일부 언론에 나온 것처럼 철근이 남은 것은 전혀 아니었다. 이후 4층 기둥 공사 때의 도면이 다른 층과 달라, 비교해보다가 누락 사실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발주 단계부터 빠뜨렸다면, 현장 작업자들은 알기 어려웠을 것이다. 건설 현장은 워낙 변수가 많고 밤늦게까지 돌아가기 때문에 애초에 철근이 없었다면 놓쳤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모를 수 없다”

서울시 책임론도 계속 제기된다. 국토부와 철도공단이 철근 누락을 뒤늦게 보고받았다는 사실은 서울시가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으로 이어진다. 입장 차는 있다. 서울시는 매월 철도공단에 보고하는 ‘건설사업관리보고서(감리보고서)’에 철근 누락 사실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지난해 11월13일부터 누락 사실을 철도공단에 통보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토부는 올해 4월29일에야 최초 보고를 받았다고 반박한다.

국토부가 법무법인 혁신에 의뢰한 5월19일 ‘위탁사업 수행 중 철근 누락 발견 시 통지 의무 등 관련’ 검토 의견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가 철근 누락 사실을 알고도 이를 공단에 지체 없이 통지하지 아니한 것은 위수탁 협약 위반 등에 해당될 수 있으므로, 서울시의 위와 같은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되어 있다. 서울시가 별도의 보고를 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고 주장하자, 국토부가 법률 검토를 의뢰한 결과다. 법무법인 혁신 측은 구조물이나 주공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 발생하면 서울시가 철도공단에 이를 통보했어야 한다며 “이를 하지 않은 것은 위수탁 협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5월17일 GTX-A 노선 구간인 영동대로 복합개발 현장 모습. ⓒ연합뉴스

반면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기둥에 균열이 발생하는 등 구조적 문제가 없다면 (철근 한 개씩 시공된 구조는 그대로 두고) 보수해나가면 된다고 판단했다. 해결 불가능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었기에 보강 계획을 먼저 수립하려 했던 것이며, 특정 상황을 국토부에 즉시 보고해야 한다는 명문화된 규정이 없어 혼란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사태 수습 과정에서는 서울시와 현대건설 사이의 미묘한 입장 차도 보인다. 5월25일 서울시는 철근 누락 사실 인지 후 올해 3월 말 공사 시작을 목표로 보강 계획을 추진했지만, 현대건설이 3월17일에야 최종 기둥 보강 시공계획서를 제출해 대응이 늦어졌다고 밝혔다. 반면 현대건설 측은 이 과정을 서울시와 지속해서 논의해왔다는 입장이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4월27일 서울시장 예비후보 등록 전까지 이 사실을 몰랐으며, 언론보도를 통해 나중에 알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대목이 많다. 공교롭게도 서울시는 오 후보의 시장 직무가 정지된 지 사흘 뒤인 4월30일, 김성보 서울시장 권한대행에게 철근 누락 사실을 최초 보고했다고 설명한다. 이 설명대로라면 서울시 산하 본부가 철근 누락 사실을 인지하고 약 6개월이 지나서야, 그리고 선출직 시장이 재선을 위한 선거전에 나선 직후에야 이를 서울시정 최종 책임자에게 알렸다는 이야기가 된다.

5월25일 서울시 전 행정·정무부시장 11명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부실시공 사태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모를 수 없다며 “서울시는 행정 1·2·정무 등 3인의 부시장이 매일같이 서울시 현안을 점검하고, 중요 사안에 대해서는 서울시장에게 보고하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증언했다. 이들은 김성보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지난해 11월5일 삼성역 공사 현장을 점검 방문했다며, 당시 방문이 철근 누락 현장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 기간 서울시장에게 상황을 보고하지 않고, 이후 본인이 권한대행이 되자마자 국토부에 사태를 보고한 처사를 절차상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상황을 인지한 직후 공사를 중단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기자회견을 연 이들은 “지하 건물을 지탱하는 핵심 구조물에 들어가야 할 골조 철근이 절반이나 누락된 것은 중대한 건설 하자다. 서울시가 이를 확인하는 즉시 공사를 중단하고 안전성 검사와 보강공사를 실시한 뒤 공사를 재개했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이 사안을 ‘서울시장이 모를 수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행정1부시장이 주관해 매일 부시장 점검 회의를 한다. 그 자리에서 중요 사안을 체크해 대응 방침을 첨부해 서울시장에게 보고한다. 최소한 이 회의에 배석하는 비서실장이 이 상황을 쪽지로라도 구두 보고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건설사업관리보고서로 철근 누락 사실을 철도공단에 보고했다고 해명한다. 진성준 의원은 이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건설사업관리보고서는 주요 건설 진행 상황을 정리해서 보고하는 용도로 작성하는데, 철근 누락 이후 서울시가 제출한 보고서 ‘구조물 검측’ 항목마다 이상이 없다고 적었으며, 첨부 문서 속 ‘업무 일지’에만 누락 상황을 적었다는 것이다. 진 의원은 “중요한 사항은 따로 뽑아 정리해야 한다. 이런 사안은 누락 사실을 인지한 직후 별도로 특별 보고를 해야 할 사안이다. 주요 사항에도 기재하지 않아놓고 보고했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설명이다”라고 비판했다.

현재 해당 구간 공사는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긴급안전점검 결과 구조물 상태에 이상이 없다고 거듭 강조한다. 그러나 기둥 철근 누락 외에 지하 5층 슬래브(기둥과 보 위에 깔린 수평 천장부)에도 균열이 발견되면서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보강하면 ‘안전’할까

서울시는 슬래브 균열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둥 철근 누락과 직접적 관련이 없고, 현재 상태로도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토부 긴급안전점검 결과 보고서에 기재된 내용은 서울시의 주장과 온도차가 있다. 철도공단이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긴급 안전점검 결과’ 문건에는 ‘(일부 슬래브 균열 구간은) 균열 보수 이후에도 누수가 지속되는 것으로 확인되는 등 장기적인 구조물 내구성 저하가 우려됨에 따라 균열, 누수 지속 모니터링 및 보수·보강이 필요’하다고 적혔다. 이대로 방치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읽힌다.

5월21일 GTX-A 삼성역 공사 현장 지하 5층 천장에 크고 작은 균열이 발생해 있다. ⓒ연합뉴스

철근이 빠진 기둥을 향후 어떻게 보강할 것인지도 쟁점이다. 긴급안전점검 결과 자료에는 ‘시공 오류로 인해 기둥의 설계강도가 미확보된 상태이므로 조속한 기둥 보강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명시했다. 지난해 11월10일 현대건설이 서울시에 제출한 ‘지하 5층 기둥 현안보고’에 따르면, 전체 80개 기둥 중 50개가 건물의 수직 무게를 견디는 ‘최대 축하중’ 부문에서 당초 설계 기준치(NG)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콘크리트 타설이 완료된 상태에서 사후에 보강공사를 했을 때 과연 충분히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는 현재 ‘철근 빠진 기둥’에 철판을 덧대는 ‘강판 보강 공법’을 도입하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콘크리트 타설이 굳어버린 상태에서 진행되는 사후 보강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서울시에 구조 보강을 조언한 관계자는 “이미 시공된 콘크리트 구조물에 무리하게 보강을 시도할 경우, 오히려 기존 구조물의 성능 저하를 부를 우려가 있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철근 누락 사태의 원인으로 근래 서울시정의 분위기를 꼽는다. 지자체 사업 특성상 담당자들이 계속 바뀌면서 보고 체계에 문제가 있었으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시와 같이 일해본 업체들은 다 안다. 담당 공무원들이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내가 있을 때는 보고하지 말라’는 기조가 강하다. 이런 분위기 영향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이라도 문제를 알았기 때문에 조속히 취할 수 있는 안전조치, 보수공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은폐하지 않게 하려면 처벌 중심이 아니라 보수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미 철근 누락이 발생한 만큼, 앞으로 안전성 확보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제 공은 철도공단으로 넘어갔다. 철도공단은 용역을 발주해 안전성을 점검하고 보강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공단은 한국콘크리트학회를 통해 ‘기둥 보강 적정성 검토 용역’에 착수해 올해 5월부터 약 5개월간 면밀한 검증 절차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이안호 철도공단 이사장 직무대행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공신력 있는 전문 학회의 철저하고 객관적인 검증을 거쳐 최적의 보강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문제다. 검증된 보강 방안은 오는 9월에야 나오는 셈인데, 그사이에도 상층부 공사는 중단되지 않고 있다. 기둥 80개에 들어가야 할 철근 178t이 통째로 사라졌다. 이 상태로 콘크리트를 부었고, 뒤늦게 이를 인지하고서도 반년 넘게 숨겼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련의 사건, 불신이 이미 극에 달한 상태에서 공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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