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개막 이후 KT 위즈의 중계방송 횟수가 많았습니다.
개막 2연전부터 시작해서 이어지는 3주 동안 내내 계속 마법사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주말마다 KT 위즈 경기를 두 경기씩 중계하고 이번 주에는 주중에도 창원에 와서 화, 수 두 경기를 중계방송 했습니다. 오늘도 물론 중계 예정입니다.

저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취재 후반에 귀국했다가 WBC 중계방송을 다녀왔거든요.
제가 스프링캠프에서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시기가 딱 KT 위즈가 오키나와로 들어와서 평가전을 시작하는 시점이어서 위즈의 평가전을 관전하지 못했습니다. 이강철 감독을 비롯한 프런트와의 미팅 한차례가 취재 일정의 전부였어요.
그리고 WBC 중계 일정이 이어지는 바람에 중계하랴 이동하랴 2026 프로야구 시범경기 첫 주를 생방송으로 보는 걸 놓쳤습니다.
그래도 하이라이트는 챙겨보려고 했고, 각 팀의 뉴스는 팔로우하려고 노력하는 중에 KT위즈의 한 선수의 이름에 주목하게 됩니다.
그렇게 수비가 좋다고 이강철 감독이 칭찬을 했다고 하는 루키 이강민 선수를요.

잠실에서 맞이한 KT 위즈의 개막전.
공격에는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고 했던 그 고졸 루키가 개막전에서 3안타를 때려냈습니다. 심지어 생중계 중에 역대 달성 기록을 확인하면서 더 놀랐습니다. 장성호 해설위원의 1996년 고졸 루키 개막전 3안타 이후 무려 30년 만의 기록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당시에 중계방송 기록원에게 기록 메모를 받고 ‘이 기록이 진짜 역대 두 번째가 맞는지를 정확하게 확인해 달라.’고 요청을 했고 KBO의 확인을 거쳐서 확실하게 맞는 것을 확인한 이후 중계방송에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물론 같은 날 이후 한화의 오재원 선수도 달성하게 됐지만 30년 동안 나오지 않았을 만큼 어려운 기록이었으니까요.

이튿날, 가까이서 이강민 선수를 처음 보게 됐습니다. 인사도 나눴습니다.
간단하게 질문도 했습니다.
“어제 개막전 재밌었나요?”
“네! 재밌었습니다!”
앳된 얼굴의 루키가 활짝 웃으면서 이렇게 답을 했습니다.
솔직히 루키 아닌 줄 알았습니다.
보통 저연차 선수들은 제가 가서 첫 만남에 이런 종류의 질문을 하면 답변이 정해져 있거든요.
“예? 아임돠.(‘아닙니다’의 야구선수식 표현)”
이강민 선수는 표정부터가 뭔가 여유가 있었습니다. 사실 이 여유는 스프링캠프에서 오재원 선수와의 인터뷰에서도 느꼈던 부분이었는데 이게 유신고 2026년 루키들의 공통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개막 2주 차 주말 3연전에서도 삼성과 KT의 경기를 두 경기 중계방송했습니다.
이강민 선수는 주중 3연전에서도 맹활약했습니다. 심지어 4안타 경기도 치렀습니다.
‘뭐지? 수비를 잘하는 선수라면서?’
라고 생각하다가 본인에게 직접 확인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4월 3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이강민 선수에게 물었습니다.
“수비형 유격수라던데 아니었어요? 아니면 고등학교 때 공격도 좋은데 수비가 더 좋았던 거예요?”
이런 질문을 했던 이유는 이강민 선수의 스윙 자체가 공격에 자신이 없는 선수의 스윙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이강민 선수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공격에 자신 없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없는데 저를 수비형 유격수라고 평가를 해주시니까 프로에 와서 타석에 들어갔을 때도 부담감이 없었습니다.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자신감 가지고 타석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이 답변을 들으면서 한 가지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앞으로 이강민 선수를 만날 때마다 하루에 한 가지씩 궁금한 걸 질문해 볼까?’
그 시기에 이미 앞으로 오늘까지 KT 위즈의 여섯 경기를 중계할 것은 확정이 되어있었거든요.
그래서 이강민 선수에게 물었습니다.
“강민 선수. 제가 내일부터 하루에 하나씩 만날 때마다 질문을 해도 괜찮을까요?”
“네! 좋습니다!”

4월 5일, 식목일에 만난 이강민 선수에게 물었습니다.
“야구는 언제 시작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시작했습니다. 취미반으로 시작했던 건 2학년 때였는데 잠깐 그만뒀다가 5학년이 되고 정식으로 시작했습니다. 프로에 온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면 조금 늦기는 했는데 취미반을 할 때부터 야구가 재밌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계속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약속을 하루 한 개씩만 질문을 하기로 한 첫날이라 딱 여기까지만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일을 하기 위해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너무 후회가 되고 궁금한 겁니다.
‘취미반에서 왜 그만뒀는지 물어볼걸!’

다음 만남은 4월 10일 두산전이었습니다.
“근데 취미반 하다가 왜 그만뒀어요?”
“분위기가 제가 생각한 게 아니었어요. 취미반이라도 야구를 하면 바로 경기에 나가서 배트를 휘두르고 공을 던질 수 있을 걸로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공 던지고 배트 휘두르기 전에 할 게 많았어요. 또 학교에서 반에서 공부하면서 있을 때랑 야구반 나갔을 때의 분위기도 많이 달랐고요.”
나흘 만에 의문을 풀고 나니 억울했습니다.
‘이건 지난주 질문의 연장선이니 하나만 더 물어보자.’
마치 CBS 유튜브 ‘이강민의 잡지사’에서 곽재식 작가가 패널로 나왔을 때 외치는 ‘하나만 더! 하나만 더요!’처럼 저도 부탁을 했습니다.
“이건 지난주에 답에서 이어진 질문이니까 하나만 더 할게요. 지금의 이 단단한 몸은 언제 만들어졌을까요?”
“중학교 때요. 저는 중학교 때부터 웨이트를 했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그때부터 꾸준히 웨이트를 한 게 지금의 몸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몇 경기 치르지 않았지만 체력적인 부분은 자신 있습니다.”

4월 12일에는 이 질문을 했습니다.
“이제 직구가 많이 안 오는데, 변화구 공략은 자신이 있나요?”
“네. 저는 똑같이 공격적으로 스윙을 하려고 합니다. 지난 금요일 경기 투구분석표를 받았는데 두산의 곽빈 형이 저한테 직구를 딱 하나 던졌더라고요. 그것도 스트라이크존에 던진 게 아니라 하이패스트볼로 하나요. 직구가 155km가 넘게 나오는 곽빈 형이 저한테 그렇게 던졌다는 걸 확인을 하니까 다른 투수들도 앞으로 계속 변화구를 던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제가 직구는 잘 치는 타자로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 제게 들어올 변화구에 대해서도 계속 자신감을 가지고 배트를 돌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4월 13일, 창원에서는 제 이동 동선이 꼬이는 바람에 이강민 선수와 경기 전에 마주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경기에서 이강민 선수는 2회에 병살타를 치고 바로 교체가 됐습니다.
저만큼이나 큰 관심을 가지고 이강민 선수를 바라보고 있는 이순철 해설위원은 중계방송을 하면서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아직 어린 선수라 체력적인 부분이 받쳐주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럴 때는 좀 빠져서 경기를 바라보는 것도 괜찮다.”
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4월 15일, 이강민 선수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이강철 감독에게 14일 경기 이강민 선수의 교체 배경을 물었습니다.
“어린 선수기도 하고, 병살타를 치고 돌아왔는데 트레이닝 파트에서 이강민 선수가 햄스트링의 불편감을 느끼고 있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래서 일찍 빼줬습니다.”
그리고 이강민 선수를 만나서는 14일에 못했던 질문까지 두 개를 몰아서 해도 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허락을 받고 첫 질문은 이거였습니다.
“햄스트링의 불편함 때문에 빠졌다고 들었는데, 그 빠진 자리에 권동진 선수가 들어가서 장타를 때렸어요. 그때 어땠나요?”
“사실 어제 주루 때문이 아니라 지난 주말 3연전에서 수비를 하다 느낀 불편감 때문에 햄스트링이 살짝 뭉쳤었다고 생각합니다. 동진이 형 타석에서는 3루타를 보면서 ‘나는 들어가면 어떻게 쳐야 하지?’를 계속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동진이 형이 평상시에도 워낙 잘해줘서 진심으로 축하도 드렸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을 던졌습니다.
“유신고 동기동창인 신재인 선수랑 연락했나요?”
이강민 선수의 표정이 갑자기 밝아졌습니다.
“자꾸 연락이 와요! 자꾸! 진짜!
재인이가 외롭나 봐요. 일요일에 경기 끝났는데 ‘오늘 바로 오냐? 내일 월요일에 오냐?’ 계속 물어보는 거예요. 계속!
그래서 제가 화요일에 여기 와서 한 번 만나줬죠. 경기 전에 야구장 복도에서 만나서 이야기 나눴어요. 서로 격려하고 잘하자고 했습니다.”
신재인 선수가 ‘자꾸’ 연락을 한다면서 계속 저 단어를 강조하는데 얼마나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했는지 대화를 나누면서 제 기분이 좋아질 정도였습니다. 천상 열아홉 살 청년의 표정이더라고요.

제가 제목을 ‘KT 위즈 루키 유격수 이강민의 모든 것.’이라고 했는데 뒤에 생략된 말이 많니다.
원래대로 풀어쓰면 이 정도일 듯합니다.
‘KT 위즈 루키 유격수 이강민의 모든 것을 알고 싶은 스포츠 캐스터의 이강민 질의응답기’
이 정도?

사실 루키들은 훈련과 경기 뛰는 것만 해도 바쁘고 힘듭니다.
그래서 저도 최대한 시간을 빼앗지 않기 위해서 훈련 종료 후 경기 들어가기 전 하루 한 개씩의 질문만 하면서 이강민 선수가 어떤 선수인지를 알아보려고 했던 거고요.
그렇게 하나씩만 물어보다 보니 아직 이강민 선수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확실한 것, 한 가지는 눈에 들어옵니다.
‘천상 열아홉 살의 청년 이강민은 팀 내부에서건 경기장에서건 나이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나이 답지 않은 여유 갖추면서도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는 선수라는 겁니다.’
저는 내일도 질문을 할 겁니다. 그리고 다음에 만나서도 질문을 하겠습니다.
“어제는 어땠나요?”
“어려운 점이 있나요?”
이런 추상적인 질문에도 아무 무리 없이 여유 있게 자신의 대답을 할 선수라는 걸 알았거든요.
투스트라이크에 변화구가 와도 아무 무리 없이 여유 있게 자신의 스윙을 하고 있는 타석에서의 모습과 똑같이 말이죠.

<SBS스포츠 정우영 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