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탭 과열과 전기 과부하
여름철 전기 화재 주범

여름이면 ‘에어컨 없인 못 살겠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방 안은 물론 거실과 주방에도 에어컨을 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하지만 전기코드가 닿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멀티탭을 꺼내 들게 된다. 문제는 이 익숙한 습관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에어컨, 멀티탭, 과열, 그리고 전기 화재. 이 네 단어가 올해 여름의 위험한 조합으로 떠오르고 있다.
멀티탭에 꽂은 에어컨, 12분 만에 ‘화르르’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두 건의 화재 사고는 모두 에어컨을 멀티탭에 연결한 뒤 발생했다. 각각 자매 2명이 사망하는 비극으로 이어졌고, 해당 멀티탭은 전력 과부하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의 실증 실험에 따르면, 10A 규격의 멀티탭에 2800W급 에어컨을 연결한 지 단 12분 만에 전선 온도는 180도까지 치솟으며 화재가 발생했다.
전기 용량을 초과한 기기가 멀티탭에 연결되면 과열이 시작되고, 이 과열이 누전이나 전선 발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멀티탭을 바닥에 두거나 먼지가 많은 곳에 방치하면 불꽃이 천 조각에 옮겨붙으며 화재로 번지기 쉽다.
전문가들은 “정격전류가 높은 전자기기는 멀티탭이 아닌 벽면 콘센트에 직접 연결하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한다.
벽면 콘센트가 정답, 멀티탭은 ‘보조용’으로만

멀티탭은 여러 기기를 한 번에 연결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절대 ‘고전력 가전용’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쓰는 멀티탭의 정격 용량은 2500W에서 2800W 수준이다.
하지만 에어컨은 순간적으로 3000W 이상까지 전력이 올라갈 수 있으며, 이때 멀티탭은 감당이 되지 않아 화재가 발생한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벽면 콘센트에 직접 연결하는 것이다. 벽 콘센트의 기본 규격은 16A, 250V이며 최대 3520W까지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심지어 낡은 멀티탭보다 오래된 벽 콘센트가 더 안전한 이유는 정격전류의 여유 때문이다. 다만, 벽 콘센트 역시 수명이 존재하므로 노랗게 변색되거나 흔들릴 경우 전문가를 통해 교체하는 것이 좋다.
멀티탭 꼭 써야 한다면? 고용량+개별 스위치+청소 필수

공간 제약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멀티탭을 사용해야 한다면, 일반 제품이 아닌 ‘고용량 멀티탭'을 선택해야 한다. 정격전류 16A, 정격 용량 4000W 이상 제품 중에서도 난연 소재, 누전차단 기능, 개별 스위치가 있는 제품이 권장된다.
또한 멀티탭은 ‘문어발식’ 사용을 절대 피해야 한다. 한 멀티탭에 또 다른 멀티탭을 연결하면 누적 전력이 폭발적으로 상승해 매우 위험하다.
스탠드, 스마트폰 충전기, 선풍기 정도는 괜찮지만, 에어컨, 전자레인지, 드라이기 등 열을 발생시키는 기기는 반드시 단독으로 연결해야 한다.
청결도 중요한 안전 요소다. 먼지가 많이 쌓인 멀티탭은 누전과 발화 위험이 크므로 알코올 솜이나 붓, 에어건 등을 이용해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한다.
특히 전선이 누렇게 변했거나 스위치가 잘 눌리지 않는 멀티탭은 바로 교체하는 것이 현명하다. 정리함에 멀티탭을 보관하는 것도 좋지만, 전선이 꺾이거나 눌리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올여름, 에어컨이 주는 시원함을 화재의 열기로 바꾸지 않으려면 작은 전기 습관이 중요하다. 멀티탭은 ‘보조’, 벽 콘센트는 ‘주연’이라는 사실만 기억해도 당신의 여름은 훨씬 더 안전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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