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백화점 갔다가 오늘 동묘 갔는데"...MZ세대가 말하는 진짜 이유

고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서울 종로구 동묘 구제시장이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쇼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티셔츠 한 장이 2000원, 청바지가 3000원에 판매되는 이곳은 경제적 부담에 시달리는 MZ세대들에게 '고물가 피난처'로 자리잡고 있다.

▶▶ 어르신 전용에서 MZ세대 핫플레이스로 변신

동묘앞역 3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동묘 구제시장은 과거 주로 어르신들이 찾던 재래시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교복을 입은 학생부터 20-30대 젊은 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쇼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기말고사를 마치고 친구들과 함께 시장을 찾은 한 고등학생은 "온라인 쇼핑몰은 비싸지만 여기는 최소 몇천원에 옷을 살 수 있어 좋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티셔츠와 바지가 2000원, 점퍼가 3000원, 코트가 5000원 수준의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 고물가가 부른 구제시장 부활

젊은 층이 동묘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치솟는 물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의류·신발 항목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9% 오른 116.46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 대학생은 "백화점에서 옷 5벌에 34만원을 줬는데, 여기서는 청재킷 하나에 1만원"이라며 가격 차이에 놀라워했다. 또 다른 대학생은 "2-3만원 정도면 만족스러운 옷을 살 수 있다"며 "친구들과 또 올 것"이라고 말했다.

▶▶ 빈티지 감성과 가치소비 트렌드 맞물려

동묘 시장의 인기는 단순히 저렴한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구제 옷만의 독특한 빈티지 감성이 개성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한 방문객은 "값은 싸지만 신제품보다 훨씬 감각적"이라며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 같은 재미로 종종 방문한다"고 전했다.

특히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소비 패턴과도 맞아떨어지고 있다. 한 고등학생은 "요즘에는 '이 정도 돈을 주고 살 만한가'를 먼저 생각한다"며 "백화점이나 아웃렛은 거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 상인들은 여전히 어려움 호소

하지만 방문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동묘 시장 상인들의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 30년간 구제옷을 판매해온 한 상인은 "경기가 안 좋아 이곳도 매출이 줄었다"면서도 "그래도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 다행"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상인은 "최근 들어 손님이 더 줄었다"며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지 코로나 때보다 손님이 더 준 게 체감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젊은 층의 방문은 늘었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상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과의 경쟁

동묘 시장은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과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당근마켓의 거래규모는 2021년 5100만건에서 2023년 6400만건으로 증가했으며, 거래금액도 2조9000억원에서 5조1000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한 상인은 "젊은 사람들이 좋은 중고 제품들을 온라인에서 거래하니, 구제시장까지 좋은 질의 제품이 오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빈티지 업계 관계자도 "최근 빈티지 제품은 온라인 판매가 유행"이라며 "인스타 라이브나 빈티지 전문 온라인 플랫폼에서 많은 매출이 나온다"고 전했다.

▶▶ 미래 전망과 과제

동묘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양질의 구제 옷 확보가 필요하다. 온라인 중고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좋은 품질의 중고 의류가 동묘 시장까지 유입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한 저가 판매를 넘어 고유한 브랜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빈티지 감성과 개성있는 스타일링을 통해 젊은 세대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Copyright © 저작권 보호를 받는 본 콘텐츠는 카카오의 운영지침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