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현대의 조선 사업이 역대 최대 수준의 이익을 내면서 정기선 회장의 다음 과제로 효율적인 자본배분이 떠오르고 있다. 고선가 선박이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되면서 배당 여력은 크게 늘었지만 미국 조선업 진출과 해외 생산거점 확대, 스마트조선소 구축 등 자금을 투입할 곳도 동시에 늘고 있다. 성장투자와 주주환원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일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의 조선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8조9270억원, 영업이익 1조645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2%, 72.5% 증가했으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1분기 영업이익 1조3560억원을 더하면 상반기에만 3조11억원을 벌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의 76.9%에 해당한다. 고선가 선박의 매출 비중 확대와 생산성 향상,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가 이익 증가를 이끌었다.
조선 계열사의 이익 개선은 그룹 내부의 현금 흐름도 바꾸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 등 사업회사에서 발생한 이익이 배당을 통해 HD한국조선해양으로 올라오고 다시 HD한국조선해양의 배당을 통해 지주사 HD현대와 일반주주에게 배분되는 구조다.
조선 이익 배당으로 이동…주주환원 확대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해 실제 수취한 배당금은 7166억원으로 전년 360억원 대비 약 20배가 늘었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 등 사업회사에서 창출한 이익이 중간지주사로 본격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셈이다.
주주환원은 자본배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4년 사업연도(결산 배당 포함)의 총 배당금은 3606억원이었다. 2025년 사업연도의 총 배당금은 8698억원으로 전년 대비 141.2% 증가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산정한 별도 순이익 기준 주주환원율은 142%로 기존 목표인 30% 이상을 크게 웃돌았다.
조선 사업회사에서도 배당 규모가 커졌다. HD현대중공업의 2025년 총배당금은 5670억원으로 전년보다 205.6% 증가했다. 별도 순이익 기준 주주환원율도 40%로 HD현대중공업이 제시했던 30% 이상 목표를 넘어섰다. HD현대삼호 역시 2024년 2736억원이던 연간 총배당금은 지난해 4355억원으로 59.2% 증가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배당 확대가 가장 두드러진 그룹도 HD현대그룹이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배당액 1483억원보다 331% 증가한 6390억원을 배당을 결정했다. HD한국조선해양도 4596억원으로 지난해 2263억원 대비 103.1% 늘었다. HD현대는 44.4% 증가한 1837억원을, HD현대일렉트릭은 36.8% 늘어난 936억원을 각각 배당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 배당금은 807억원으로 전년보다 28.6% 증가했다.

돈 쓸 곳도 늘었다…미국·신사업 투자 확대
정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는 주주환원과 성장투자 사이에서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일이다. 조선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현재의 높은 이익 수준을 장기적인 이익 체력으로 전제해 해외 조선소나 신규 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가 발주와 선가가 하락하면 재무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향후 자본배분의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는 미국 조선업 진출이다.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가 본격화하면서 미국 내 사업 기회도 넓어지고 있다. 또 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지난달 21일 해외 조선소에 수상전투함 2척, 비전투 보조함 2척의 건조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입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HD현대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는 미 해군 MRO 실적을 축적하고 미국 조선사와의 공동건조와 현지투자를 병행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해외 사업을 관리하기 위한 체계도 확대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9월 글로벌 중간지주사 HD현대아시아홀딩스를 설립했다. 이후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가 참여하는 777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2025년 말 기준 HD현대아시아홀딩스 지분은 HD한국조선해양이 60%, HD현대중공업이 40%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생산기반의 디지털 전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6년부터 선박의 3D 설계와 제품수명주기관리(PLM), 디지털 제조를 하나로 연결하는 설계·생산 통합 플랫폼 개발에 들어가 2028년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 등에 순차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이 플랫폼은 2030년 구축 완료를 목표로 하는 미래형 조선소 ‘FOS(Future of Shipyard)’의 핵심 디지털 기반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그룹 차원의 신사업 투자 수요도 커지고 있다. HD현대는 2030년 매출 100조원을 목표로 로보틱스와 자율운항, 전기추진, 연료전지,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을 미래 성장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조선과 전력기기 등 주력 계열사에서 지주사로 유입되는 배당이 증가하면 신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선택지도 넓어진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그룹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AI, 자율운항, 연료전지, 전기추진, 배터리팩, 로봇, 소형모듈원자로(SMR), 해상풍력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원천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고, 이를 실제 제품에 적용하고, 상용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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