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엔 한국피가 흐른다…한국 이름 사용하는 프랑스 교포 고정원 [임정우의 스리 퍼트]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4. 3. 1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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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DP월드투어 데뷔
프랑스서 태어나고 성장
아마 때 국가대표로 활약
마지막 목표는 PGA 우승
유럽·아프리카·아시아 등
전세계 오가며 투어 생활
韓골프팬들과 만남도 기대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DP월드투어 SDC 챔피언십을 앞두고 환하게 웃고 있는 고정원. 고정원
한 시즌을 치르면서 이동거리가 가장 긴 프로골프투어는 DP월드투어다.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 미국 등 전세계에서 대회가 열리는 만큼 DP월드투어를 주무대로 삼는 선수들은 비행기를 자동차처럼 자주 이용한다.

매주 이동거리가 엄청나고 다른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고단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프로 골퍼가 있다. 지난해부터 DP월드투어에서 활약 중인 고정원이다.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한국인이라는 자부심 때문에 한국어 이름을 사용하는 그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우승이라는 오랜 꿈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고정원은 “주변의 걱정과 다르게 전세계를 오가며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매주 새로운 환경에서 골프를 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특별하다”며 “DP월드투어에서 보내는 두 번째 시즌이라 그런지 지난해보다 확실히 편해졌다. 올해는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 플레이오프 2개 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님의 사업으로 프랑스에서 태어난 고정원이 골프를 처음 접한 건 4세 때다. 부모님을 따라 우연히 갔던 골프장에서 공을 맞히는 것에 매력을 느낀 그는 프로 골퍼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골프에 재능을 보이는 고정원을 위해 부모님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6세가 되던 해 골프장이 가까운 곳으로 이사한 것이다. 고정원 역시 부모님의 헌신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고정원은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정말 골프를 좋아했던 것 같다. 집에서 골프장을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는데 그때 실력이 크게 늘었다”며 “내 꿈을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부모님께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매년 성장세를 보이며 조금씩 이름을 알려나간 고정원은 고등학교 때 프랑스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아마추어 세계랭킹 50위 이내에 들기도 한 그는 큰 기대를 받고 2019년 프로로 전향했다. 그러나 곧바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DP월드투어의 2부 투어인 챌린지 투어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 했다.

DP월드투어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고정원의 최종 목표는 PGA 투어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DP월드투어
지난해 DP월드투어에서 보낸 첫 번째 시즌은 험난했다. 그는 아프라시아 뱅크 모리셔스 오픈과 코리아 챔피언십, 안달루시아 마스터스에서 톱10에 들었지만 정규투어 출전권을 잃을 뻔 했다. 레이스투두바이 115위에 자리한 그는 116위까지 주어지는 다음 시즌 출전권을 가까스로 획득했다.

고정원은 “막차로 DP월드투어 출전권을 확보한 지난해는 운이 좋았다고 말 할 수 있다. 지난 시즌 막판에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할까봐 가슴 졸였던 게 지금도 생각난다”며 “긴장감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조금은 알게 됐다. 지난해 경험을 발판 삼아 올해는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시즌 출발은 나쁘지 않다. 고정원은 지난달 매지칼 케냐 오픈 공동 9위를 차지하는 등 꾸준히 올 시즌 초반부터 레이스투두바이 포인트를 쌓고 있다. 고정원은 “나와 잘 맞는 골프장이 어디인지 알게 된 만큼 대회 출전 등에 대해 계획을 세운 뒤 한 시즌을 치를 수 있게 됐다”며 “올해 벌써 지구 한 바퀴 이상을 돌았는데 남은 시즌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기대된다. 모든 면에서 최고의 한해로 만들 수 있도록 열심히 쳐보겠다”고 말했다.

고정원의 무기는 멀리 똑바로 날리는 드라이버 샷이다. 평균 캐리 거리가 310야드인 고정원의 드라이버 샷은 장타자가 즐비한 DP월드투어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올해 드라이버 샷 평균 거리는 316.28야드를 기록 중이다. 고정원은 “가장 자신 있는 건 드라이버 샷이다. 특히 거리에서는 어떤 선수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웬만해서는 페어웨이를 놓치지 않는 정교함까지 장착한 만큼 드라이버 샷에 대한 자신감이 크다”고 웃으며 말했다.

약점으로 꼽히는 퍼트를 보완하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난 시즌 그린 위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고정원은 다양한 시도 끝에 최근 안정감을 크게 높이는 최적의 퍼트 방법을 찾았다. 일반 퍼터보다 조금 더 긴 퍼터를 왼쪽 팔뚝에 고정한 상태에서 스트로크를 하는 암록 퍼터다.

고정원은 “올 시즌 초반 퍼트가 말썽을 부렸지만 지금은 아니다. 암록 퍼터를 사용한 뒤 퍼트 성공률이 크게 상승했다”며 “정말 오랜 만에 마음 편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퍼트에 대한 자신감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는 만큼 남은 시즌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고정원을 골프에 더 몰두하게 만든 특별한 존재도 있다. 지난 1월 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프랑스인 최초로 PGA 투어 정상에 오른 마티유 파본이다. 고정원은 “어렸을 때부터 함께 경쟁했던 선수가 PGA 투어 우승을 차지하는 것을 보고 엄청난 동기부여가 됐다”며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DP월드투어와 PGA 투어 모두 정상에 오르는 날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DP월드투어와 PGA 투어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레이스투두바이 상위 10명에게 PGA 투어 출전권을 부여하는 건 고정원에게 특별한 기회가 될 전망이다. 그는 “콘페리투어 등을 거치지 않고 PGA 투어로 직행할 수 있는 만큼 DP월드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더욱 집중하려고 한다”며 “매번 이런 혜택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혜택의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랑스 이름이 아닌 한국어 이름을 사용하는 이유는 한국인이라는 자부심 때문이다. 한국에 대한 애정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자기 소개란에 한국 프로 골퍼라고 적은 글과 함께 태극기를 올렸다.

고정원은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프랑스 이름이 아닌 고정원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며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기 위해 따로 공부까지 했다. 한국에 대한 애정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DP월드투어에서 한국팬들과의 만남도 기대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코리아 챔피언십에서 톱10에 들었는데 올해는 더 높은 곳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며 “한국에 가면 없던 힘도 생긴다. 한국팬들에게 고정원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도록 멋진 경기력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 국내 유일의 골프선수 출신 스포츠 기자인 임정우 기자는 ‘임정우의 스리 퍼트’를 통해 선수들이 필드 안팎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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